지난 8월 19일, 중국에서 로봇을 둘러싼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상하이 증시에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상장했고, 베이징에서는 세계로봇대회(WRC)가 개막했다. 바로 그 직전 주에 필자는 중국 선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조종했고, 운전자 없는 택시를 탔고, 드론이 배달해 준 점심을 먹었다. 지난 3월호에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오는 AI를 소개한 지 불과 반년 만에 그 로봇의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 기회였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증시 기술·창업 전용 주식시장(커촹반)에 상장한 유니트리의 공모가는 한 주에 150.8위안이었다. 첫날 460% 오른 845위안에 마감했고 장중 시가총액이 우리 돈으로 약 87조 원까지 갔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12조 원대였으니 장중 한때 약 일곱 배까지 뛴 것이다. 청약 당첨률은 0.018%로 커촹반 사상 최저였으며, 신청서 접수로부터 상장까지 다섯 달이라는 최단 기록도 커촹반 사전심사 제도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기술 기업이 자본시장에 들어오는 길목을 국가가 계속 넓혀주고 있다는 의미였다.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유니트리 창업자 본인이었다. 상장 다음 날 열린 세계로봇대회 기조연설에서 창업자 왕싱싱 대표는 “구현지능(피지컬 AI를 중국에서 부르는 말)의 챗GPT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집에 로봇을 데려다 놓고 말로만 지시했을 때 일의 80% 정도를 해내는 수준으로,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그가 병목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모델의 일반화 능력이었다. 통제된 환경에서는 성공률이 거의 100%인데 물건 위치가 몇 센티미터만 달라져도 실패한다는 것이다.
유니트리의 매출 구조 역시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매출의 73.6%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나왔고, 산업 현장의 비중은 9%대다. 이후 주가는 계속 떨어져 9월 초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시장이 휴머노이드에 대한 기대가 아닌 실행에 값을 매기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년 만에 기록을 절반으로 단축한 중국 팀 로봇
세계로봇대회 직후에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는 지난해의 네 배 규모인 16개국 666개 팀, 로봇 2천여 대가 참가했다. 중국 팀 로봇은 예선에서 100m를 9초39로 달리더니, 대회 최종 기록은 8초64까지 내려갔다. 우사인 볼트가 기록한 9초58보다 빠르지만 실내 트랙이고 공인 기록도 아니며, 대회를 앞두고 다리를 10cm 늘린 로봇도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 눈여겨볼 숫자는 바로 지난해 대회의 기록이다. 지난해 100m 최고 기록은 21초50이었다. 1년 만에 기록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제자리 높이 뛰기 기록도 0.96m에서 3.40m가 됐다. 올해부터 평지 달리기는 원격조종이 금지돼 완전 자율로만 겨뤘는데도 그렇다.
여전히 훈련 중 감속하지 못해 벽에 부딪힌 로봇이나 셔츠를 개다 실패한 로봇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닌 개선 속도이고, 그 속도를 만드는 것은 현장에 깔린 로봇의 숫자다. 올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약 1만9,100대 가운데 97%가 중국산이었다. 9월 초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는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휴머노이드를 무대에 올렸다.
필자가 선전에서 본 로봇은 실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 있었다. 숙소 앞에서 탄 자율주행 택시의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었다. 신호에 걸리자 차 안 화면에는 카운트다운이 떴고,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출발했다. 차와 도시의 신호체계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운영사는 올해 2월 선전에서 차량 한 대 기준 손익분기를 넘겼고, 로보택시 100대를 세 명이 운용한다고 했다. 점심은 드론이 가져다줬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수령함까지 3km를 15분 만에 왔고 추가 요금은 없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서비스를 드론 배달이 아니라 저고도 항공망이라고 부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텔에서 야식을 시켰을 때다. 배달 로봇이 1층에서 음식을 받아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불러서 타고 방 앞까지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로봇의 성능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와 로봇이 통신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배달 로봇이 잘 확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엘리베이터 회사와 건물 관리 주체, 로봇 회사가 따로 움직이면 로봇은 1층 로비에서 멈춘다. 기술이 아니라 표준과 인프라의 문제다.
그늘도 함께 봤다. 낮에 도심을 지나는데 플래시가 계속 터졌다. 위반 차량을 찍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기만 해도 번호판과 차체, 운전자 얼굴을 한 장에 담는 촬영용 보조광이었다. 로보택시가 그렇게 잘 달리는 데는 도시가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조건도 작용한다. 편리함과 효율을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데이터를 모아도 되는가. 그 선은 누가 정하는가. 중국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곧 답해야 할 질문이다.
로봇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데이터, 부품, 사람
우리의 현실을 보자. 2024년 기준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1,220대로, 로봇 밀도 세계 1위다. 그런데 한국의 핵심 로봇 부품 국산화율은 아직 40%대다.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정작 그 부품은 밖에 기대고 있다. 중국 역시 첨단 핵심부품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적지 않지만, 중급 부품 분야에서는 국산화율이 80~90%까지 올라간 것으로 평가되며 해외시장도 넘보고 있다. 필자가 선전에서 탔던 그 로보택시 회사가 8월 말 국내 기업과 협약을 맺고 서울 강남 시범운행지구부터 200대를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도 움직이고 있다. 9월 초 공개된 2027년 예산안에서 로봇 예산의 무게중심이 연구개발(R&D)에서 구매와 실증, 양산 지원으로 옮겨갔다. 국산 휴머노이드 200대를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실증 사업과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사업이 새로 잡혔다. 기업도 9월 초 삼성전자가 개발 진용을 갖춰 CES 2027 공개를 목표로 잡았고, 두산로보틱스는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실증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아틀라스를 포함한 로봇을 연 3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CJ대한통운은 물류업계 최초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물류센터 운영 공정에 투입했다. 물류 작업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피킹·분류·검수·포장 등으로 휴머노이드 적용 공정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세 가지를 보태고 싶다. 첫째는 데이터다. 로봇이 일하게 될 곳은 최첨단 생산라인만이 아니라 동네 용접 공장과 급식실 그리고 작은 물류창고이고, 그 현장 하나하나가 로봇에게는 처음 보는 환경이다. 업종별 작업 데이터를 표준화해 모으는 일은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렵고 정부가 할 수 있다. 둘째는 부품이다. 없으면 안 되는 길목을 잡되, 중국산이 물량을 쏟아내는 만큼 가격보다 정밀도와 내구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셋째는 사람이다. AI가 코딩을 대신해 주면서 소프트웨어 인력의 병목은 풀리고 있고, 남는 병목은 모터를 만지고 감속기를 조립하며 기계를 뜯어 원인을 찾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다. 하얼빈공업대 선전캠퍼스에서 대학원생들이 로봇을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배우는 모습이 가장 부러웠다.
앞으로 로봇 뉴스를 볼 때 기준 하나를 바꿔보길 권한다. 몇 대 팔렸나보단 어느 현장에서 몇 시간 일했다는 소식을 찾아보는 것이다. 가동 시간은 로봇이 제 값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 번 써본 공장이 두 번째 주문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그때가 진짜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