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 갈 때마다 주차가 곤욕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의 도서관 주차장은 어느 시간에 가도 자동차로 꽉 차 있어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 나올 때가 많았다. 혼잡한 주차장을 보면서 국내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건 가짜 뉴스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사 읽지는 않더라도 도서관에서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면 도서시장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혹시, 어쩌면 주차장 자동차의 주인은 취업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일까? 공부하러 도서관에 오면서 자동차를 이용하지는 않을 텐데…. 아니지, 이것도 나의 편견일 수 있지.
의문은 쉽게 해결됐다. 얼마 전부터 도서관 측에서 주차장을 (부분) 유료로 전환했고, 곧바로 빈자리가 많아졌다. 요금이 비싼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주차를 포기한 걸 보면 근처에 다른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했던 모양이다. 속이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모두 다른 곳에다 주차는 잘했을까?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지만, 주차 때문에 고생해 본 사람들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서울에 나갈 일이 있으면 전날부터 잔뜩 긴장한다. 주차할 곳을 미리 알아보고, 지도로 확인하고, 거리뷰를 보면서 예습한다. 그래도 요즘엔 공유 주차장 덕분에 한시름 놓을 때가 많다.
― 출근하면서 비게 된 자신의 주차장을 낮 동안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서울 시민에게 축복을! ―
저렴한 가격으로 공유 주차장을 이용한 날이면 복권에라도 당첨된 듯 기분이 좋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서울 도심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다양한 추측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20~30년간은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는 차와 자율주행차가 뒤섞이고, 운전하지 않던 사람도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것이다. 당연히 도로는 더 복잡해지고, 주차할 곳은 더 부족해지고, 주차 요금은 덩달아 오를 것이고, 자율주행차는 사람을 목적지에 내려준 다음 주차 요금보다 휘발유가 더 싸다는 판단을 내린 후 하루 종일 도심을 배회하게 될 것이다. 배회하는 차들 때문에 도로는 하루 종일 북새통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혼란의 시간이 지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운전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율주행 자동차로 가득해질까?
가끔 폭주하는 인간 운전자가 나타나 도로를 마비시킬까? 전문가들의 예측과 무관하게 내가 꿈꾸는 미래가 있다. 이름하여 ‘다세대 자동차’를 무료로 보급하는 것이다. 버스와 비슷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개별 공간을 마련해 준다. 리무진이나 왜건 같은 자동차를 개조해 옆에 누가 탔는지 알 수 없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볼 수도 없는, 독립된 공간을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움직이는 원룸이라고 해야 할까, 달리는 고시원이라고 해야 할까. 자율주행차니까 운전 기사님을 만날 필요도 없다.
출퇴근 시간이 편해지지 않을까?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시간을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이미 개발된 것은 아닐까 싶어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미국 스타트업 플라이트(Pliyt)가 올 1월 CES에서 공개한 택시 콘셉트가 내 상상과 거의 비슷하다. 202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혼란의 시간이 빨리 끝나고 달리는 고시원을 빨리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책 읽는 나를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