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공공서비스에 도입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기술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AI 학습에 적합한 데이터를 모으고, 품질을 관리하며, AI를 믿고 사용할 제도를 갖추는 일이다. 정책을 실제 서비스로 옮길 전문기관과 기업의 역할도 필요하다. 2025∼2026년 세르비아와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은 이러한 실행의 조건을 함께 살펴보는 데서 출발했다.
공공 부문 AI 도입·활용에 의지 보여 온 세르비아,
데이터 활용 관리체계 부재 등 해결 위해 KSP 요청
세르비아 과학기술개발혁신부(이하 과기혁신부)는 공공행정 분야에 AI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의 AI 도입과 활용’을 주제로 한국에 정책자문을 요청했다. 이에 추진된 2025∼2026년 세르비아 KSP는 현지의 제도와 활용 여건을 분석하고 한국의 경험을 참고해 실행 가능한 공공 부문 AI 도입 방향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르비아는 AI를 공공서비스 혁신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 왔다. 지난해 1월 ‘AI 개발전략(2025∼2030)’을 채택해 보건의료와 공공안전과 같은 우선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AI 인프라 확충 방향을 제시하는 등 의지를 구체화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도록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 지역 간 인프라 격차, 시민의 신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있었다.
이러한 제약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KSP 정책자문은 세 가지 과제로 구성됐다. 첫째, 공공 부문 AI의 단계적 도입 전략과 우선 활용 분야 검토다. 기술 도입과 제도 마련 과정에서 예상되는 제약을 살펴보고 현지 여건을 고려해 우선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둘째, AI를 활용한 공공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협력부처인 세르비아 과기혁신부가 국가 R&D의 기획·조정·평가를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사례를 참고해 세르비아에 적합한 혁신 모델과 소규모 시범사업을 설계했다. 셋째, 데이터 관리와 품질보증 체계를 검토했다. 기관 간 데이터 공유의 제약을 진단하고 데이터 품질 관리체계와 인프라 보완 방향을 도출했다.
사업은 지난해 12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의 사전협의를 시작으로 착수보고회, 세부 실태조사, 중간보고회 및 정책실무자 연수 등의 단계를 거쳐 올 8월 최종보고회로 마무리됐다. 사전협의와 착수보고회에서는 자문 주제와 우선 과제를 구체화했으며, 세부 실태조사를 통해 세르비아 공공 부문의 AI 활용 여건과 주요 제약 요인, 관련 거버넌스 현황을 파악했다. 지난 5월에는 중간보고회 및 정책실무자 연수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세르비아 과기혁신부 차관을 단장으로 해당 부처와 베오그라드대, 공공정책처 소속 고위 정책결정자와 정책실무자 6명이 한국을 찾았다.
대표단은 그간의 연구 결과와 잠정 정책제언을 연구진과 공유·논의했으며, 한국의 공공 AI 거버넌스와 분야별 운영 사례를 직접 살펴보며 세르비아에 적용 가능한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방문해 데이터 관리, AI 활용, 안전 관리, 민관협력 등 정책 실행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와 추진 사례를 폭넓게 살펴봤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는 공공데이터 개방·활용 체계와 품질 관리 제도를, 서울AI재단에서는 도시 행정과 AI를 공공업무에 적용한 사례와 맞춤형 AI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에서는 AI 위험 관리와 전담기관의 역할을, LG CNS에서는 교육·법률·조세·안전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AI 전환 사업과 민관협력 사례를 확인했다.
이번 정책실무자 연수는 데이터 관리, 공공서비스 적용, AI 안전, 민간의 사업 수행 역량 등 한국의 다양한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세르비아의 제도와 행정 여건에 비춰 검토하는 과정이었다. 단순히 한국의 제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확인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세르비아에 적용 가능한 정책 방향과 실행 조건을 구체화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KSP 정책제언 반영해 AI 이행·감독 기구 설립 검토,
AI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 후속 협력 수요도 확인
지난 8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최종보고회에서는 공공 부문의 AI 도입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정책제언의 활용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세르비아 측은 시범사업의 확산 경로, 조달 방식, 데이터와 인프라의 준비 수준, 기관 간 역량 격차를 보완할 방안 등에 특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연구진은 AI를 도입하기에 앞서 학습용 데이터의 품질과 활용 여건을 점검하고, 영향평가와 품질관리, 보안 기준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사업을 통해 제시된 정책제언이 실제 제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확인됐다. 과기혁신부 측은 현재 준비 중인 국가 AI 법안 관련 워킹그룹에서 한국 측 제언을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이행과 감독을 담당할 전담기구 설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KSP 정책실무자 연수를 통해 살펴본 한국의 협력적 거버넌스 사례가 참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관 방문에서 얻은 시사점이 세르비아의 제도와 조직 구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사업 관계자들은 AI 기술을 보유한 민간기관과 학계의 역량을 공공 부문의 수요와 연결하는 산학협력 방안과 관련해서도 정책적 시사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후속 협력에 대한 수요도 확인됐다. 세르비아 측은 국가 AI 법안 관련 제도 개선과 AI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 유관 분야의 정책자문을 차기 KSP 사업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보고회와 후속 면담에서도 공공행정 AI 분야의 협력을 지속하고 싶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는 이번 KSP가 일회성 정책제언을 넘어 세르비아의 제도 개선과 후속 협력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과정은 KSP가 정책자문을 바탕으로 경제협력의 접점을 넓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자문을 통해 협력국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파악하고, 공공기관과 기업의 사례를 함께 공유해 후속 협력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2026년 세르비아 KSP 사업에서도 협력국은 정책 실행에 필요한 민간의 역량과 사업 수행 경험을 접했고, 한국 기업은 현지의 정책 수요와 제도적 여건을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 LG CNS 방문 역시 이러한 상호 이해의 접점을 마련한 사례다.
향후에는 KSP 정책자문을 통해 확인된 협력 수요를 적용 분야와 필요한 기술, 데이터 여건에 따라 구체화하고, 이에 적합한 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가 후속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세르비아의 공공서비스 개선과 한국 기관·기업의 협력 기회 확대를 함께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