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나며 주식으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도 가라앉은 듯하다. 카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 주제도 ‘삼전닉스’에서 집값과 육아, 지난 추석에 있었던 일들로 돌아왔다. 개인정보 유출이 무섭다며 은행 앱도 안 쓰던 친구마저 주식 이야기를 할 때는 우려스러웠는데, 막상 또 아무도 주식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그건 그것대로 섭섭하다. 투자 열기가 식으면 경제에 대한 관심도 함께 멀어지기 쉬워서다.
주변에서 종종 보는 모습이 있다. 강세장이 지속되면서 너도나도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에는 나도 정말 경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추천받은 영상과 책으로 HBM은 뭐고 기준금리는 뭔지 열심히 공부한다. 용기를 내서 주식 한두 종목을 사보지만, 머잖아 가격 조정이 온다. ‘역시 투자는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며 다음 상승장까지 계좌와 함께 경제에 대한 관심도 닫아둔다. 공부의 성과를 수익률로만 채점하니, 주가가 떨어지면 배울 이유도 사라진다.
공부한 내용 뉴스에 비춰보고 실제 투자에 적용해 보기
나의 경우 경제 기자로 일하며 읽은 기사·책·보도자료 등이 지식 기반이 됐지만, 재테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건 뉴스를 보며 내 이해관계와 연결 지어보는 습관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자리가 시장의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고 하자. 반가운 소식이지만 투자자로서는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물가가 높은 상황이라면 고용 호조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내 주식의 가격이나 대출 이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은 일자리가 늘었구나’ 하고 넘길 뉴스에 ‘그럼 금리는? 지금은 주식을 살 때일까 팔 때일까?’ 질문이 따라붙는다.
영어도 단어집만 붙들고 있는 것보다 많이 써봐야 늘지 않던가. ‘미드’에서 배운 표현을 써먹거나, 여행지에서 문법은 엉망이더라도 느낌만은 원어민처럼 대화를 시도하면서 말이다. 경제 공부도 배운 내용을 뉴스에 비춰보고 투자 선택에 적용하면서 이해가 깊어진다. 기대한 수익을 내지 못했더라도 어디서부터 예상과 달라졌는지 돌아보면 또 공부가 된다. 유명 아이돌 그룹이 컴백하면 소속사 주가도 오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톱스타라 정산 비율이 높아 매출 증가만큼 기업 이익이 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장기 투자하겠다고 샀는데 작은 손실에도 잠을 설치는 자신을 발견하며 위험 감수 능력을 과대평가한 건 아닌지 살펴볼 수도 있다.
연금계좌 관리를 시작으로 꾸준히 재테크 감각 쌓기
이런 공부를 꾸준히 이어갈 방법 중 하나로, 연금계좌를 관리해 보길 권한다. 15년 전 나의 첫 재테크 경험도 개인연금이었다. 20년 뒤를 생각하며 상품을 고르니 여러 국가와 산업으로 관심이 넓어졌다. 수익률이 지지부진하거나 손해를 볼 때도 수령 시점이 한참 남아 있으니 심리적 동요가 덜 했다. 노후를 위해 따로 떼어둔 돈이니 매일 수익률로 성적을 매길 필요가 없었다. 매년 꾸준히 세액공제 한도만큼 투자를 이어갔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돈’을 관리하다 보면 온 세상이 돈 얘기로 떠들썩하지 않을 때도 시장과 산업의 부침을 꾸준히 들여다볼 여유가 생긴다.
재테크 실력은 경제 지식에 투자·소비 습관,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고 자산을 관리하는 성실함이 쌓인 결과다. 주가가 내렸다고 그동안 쌓은 통찰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는 쉬더라도 내 돈과 세상의 관계를 살피는 일은 이어갈 수 있다. 계좌는 덜 열어보더라도, 경제 뉴스에 대한 관심은 열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