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2009년 7월 17일(금)
곳: 기획재정부 중회의실
참석자:김동석 KDI 선임연구위원
이복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화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과장
김동석: 오늘 이 시간에는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유류세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몇 가지 통계수치를 준비했다.(pdf지면참조) 국내 휘발유와 경유의 소매가격, 그리고 국제원유가격의 추이를 함께 보면 지난해 7~9월을 정점으로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나머지 두 자료는 국제 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한 휘발유, 경유의 국가별 가격과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난 자료다. 작년에는 환율이 굉장히 많이 올라 우리나라 유가가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표시돼 있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유가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세금의 비율은 약 50%정도가 된다.
유가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유가상승은 국민경제의 실질구매력 축소, 성장률 저하, 기업의 수익률 악화, 물가상승 및 이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 등으로 연결된다. 정부에서 유류에 대한 세율을 결정할 때에 어떤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 부처 간에는 어떤 의견차이가 있나?
이종화: 최근 석유 의존도 하락, 에너지효율성 증가로 유가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이후 유가가 10% 상승하면 성장률이 0.2%p 하락하고 물가는 0.2%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가급적 유가가 안정적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작년 유가가 급등할 경우 한시적으로 관세 및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로 유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한 바 있다. 또한 에너지 수급관리, 세수확보 등의 차원에서도 유류 관련 세제를 다루고 있다. 2000년 수송용 에너지(휘발유, 경유, LPG)의 세금을 조정하여 유종별로 적절한 상대가격이 유지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이 적은 경유, LPG를 사용하는 차종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수급구조가 왜곡될 우려가 있어서 2000년 100 : 49 : 38 수준이던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 가격비율을 2007년 100 : 85 : 50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했다.
앞으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너지 사용행태 변화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즉 앞으로의 유류세 정책방향은 장기적인 관점인 에너지 수요관리 측면이 많이 고려될 것이다. 현재 이런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유류세는 재정부 세제실이 담당하는데, 최종적인 정책결정에 앞서 다른 부처들의 의견을 참고한다. 다른 부처들의 의견은 소관 업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가를 담당하는 부서는 유류세가 안 오르기를 바라겠지만, 에너지 수요관리나 환경을 담당하는 부처는 유류세가 올라 수요가 감소하기를 바란다.
이복재: 유류세 결정에서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석유라는 에너지의 특성이다. 석유수요는 유발수요이다. 유발수요란, 그 재화를 직접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휘발유를 직접 소비하지 않고 자동차를 통해 그 동력을 소비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휘발유 가격은 비탄력적이다. 이를 유류세와 연결시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류세를 올리거나 내려도 그 폭이 미미하다면 소비자의 행태를 움직일 수 없다. 설령 큰 폭으로 세금을 조정하더라도 그 기간이 단기라면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유류세를 통해 소비자의 행태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가격의 폭이 상당히 커야 하고, 또 그 기간이 장기적이어야 한다. 즉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바꿀 때 보다 연비가 좋은 자동차로 바꾼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환경세란 개념이다. 과거에는 에너지 산업이라고 하면 석유, 석탄, 가스 등 연료산업을 뜻했다. 하지만 에너지는 빛, 열, 동력을 모두 포괄한다. 에너지산업을 연료산업으로 이해해 세금을 휘발유, 경유 등에만 부과시켰는데 이런 접근에서 탈피해야 한다. 즉 연료 자체가 아니라 연료를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 휘발유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지 말고 휘발유가 자동차에서 동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거다.
1978년에 미국 MIT의 애델만 교수는 산유국과 석유 수입국간에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대한 모델을 발표했다. 이 모델에 의하면, 산유국들이 유가를 올리면 수입국들이 세금을 부과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반면 수입국들이 먼저 유가에 국내 세금을 부과해 놓으면 산유국들이 원유가격을 높이는데 그만큼의 부담을 가진다는 모델이다. 산유국들이 수입국들의 유류세가 높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연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국들의 유류세는 자국 내 소비자들이 말을 해야지 왜 산유국이 트집을 잡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의 모델을 적용시켜보면 수입국의 유류세가 높아 산유국에서 가격을 높이기가 부담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세금을 무작정 올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유류세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이것이 국내 소비자의 부담 경감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김동석: 최근 국제유가 하락폭에 비해 국내 소비가 하락폭이 미흡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1리터당 두바이유가 반 이상 떨어져 850원 하던 것이 현재 350원 수준인데 왜 국내 유가는 그 만큼 하락하지 않느냐는 거다. 하지만 3~4년 동안의 국내유가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국제유가가 빨리 올라갈 때 국내 유가는 느리게 올라갔고, 반면 국제 유가가 빨리 내려갈 때 국내 늦게 내려갔다. 이는 정부에서 유가 안정화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유가가 올라갈 때는 신경 안 쓰다가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때만 불만을 표시하는 거 같다.
국제에너지 기구의 통계자료를 참고해 보면 우리나라 유가 수준은 평균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다. 유가의 절대적 가격을 비교하면 미국ㆍ멕시코보다는 비싸지만 유럽보다는 싸다. 국제비교를 통해 볼 때에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유가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석유제품 가격 전반 및 주요 석유제품의 상대가격 체계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 향후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유류세에 대한 앞으로 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이종화: 각 나라별로 세금 구조가 틀리고 정책의 최종 목표도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 국제비교는 어렵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또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바로 국내유가가 오르더니 왜 내릴 때는 따라 내려가지 않냐 하는 점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문의전화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 원유가격과 국내유가를 비교해 보면 반영 시점에 다소 시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로 큰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유회사들이 국내 석유류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매우 단순하고 석유류 가격은 공개되기 때문에 감출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또, 국내 석유류 가격은 단순히 원유가 하나만 봐서는 안 된다. 환율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유가는 올랐지만, 환율이 하락해서 국내 석유류 가격은 떨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정유 업계는 환율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특히 환차손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단기순이익 마저 마이너스가 된 정유회사도 있다. 상대가격 체계에서 최근 눈여겨 볼 점은, 과거 환경오염에 영향이 크다고 여겨졌던 경유가 정제기술과 엔진의 발달로 많이 깨끗해 졌을 뿐 아니라 연비도 좋아졌다는 점이다. 만약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 경유의 상대가격 비율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주목받을 새로운 대체에너지 풍력, 태양광 등에도 인센티브를 줘서 화석연료의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복재: 유가가 올라갈 때는 많이 오르고 내려갈 때는 조금 내린다고 해서 비대칭적 구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에서는 정말로 비대칭적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사용하는 자료는 2002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국내 정유사들의 월간 실제 판매가격이다. 참고로 기존의 다른 연구는 공시가격(정유회사들이 실제로 판매한 가격이 아닌 기준으로 삼았던 가격)이었다. 아직 연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중간 분석 결과에서 의미 있는 결론을 얻었다. 국제 휘발유 값이 상승할 때 국내 휘발유 값의 상승 폭보다 국제 휘발유 값이 하락할 때 국내 휘발유 값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우리가 말한 비대칭구조의 모습이 정 반대로 나타났다. 어찌됐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유가를 자율화 시킨 만큼 정부 개입을 최소화했으면 한다. 물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독을 해야 하지만 정당한 정유업계의 영업 이익에 대해서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
김동석: 앞서 질문한 유가의 국제 수준 비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이종화: 유가를 세전가격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금년 7월 OECD 평균 휘발유 값은 820원, 우리나라는 758원이다. 경유도 OECD 평균 820원, 우리나라는 770원이다. 물가나 구매력 등을 감안하지 않고 절대적 비교만을 한다면 우리는 유가가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정유업계의 정제 기술이 높아 싼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며 규모의 경제 덕도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문제는 거대장치 산업이라 진입이 쉽지 않고 국내 가격이 낮아 수입도 어려워 더 이상 경쟁이 강화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오히려 경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쪽은 유통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정부는 폴사인제 (pole sign system: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을 판매하도록 한 제도로서 1992년 4월 도입됐다가 작년 9월 폐지)를 폐지했다. 폴사인제로 인해 주유소가 정유회사에 과도하게 종속되어 주유소 간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유회사와 폴사인 계약을 하면서 자금을 융통받는 등의 지원을 받게 되면 주유소는 정유회사가 제시하는 불리한 조건들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떤 폴사인 주유소는 매일 공급받는 가격이 얼마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한 달 마다 정산을 했던 사례도 있다.
반면, 자기자본으로 주유소를 설립해서 폴사인 없이 운영하는 경우 정유회사들이 제시하는 가장 싼 가격을 골라서 받을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같은 휘발유인데도 가격이 몇 백원씩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근거 없이 정유업계만 비난 할 게 아니라 주유소 등의 유통의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 유통시장의 개선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업계와 손잡고 많이 노력을 할 부문이다.
김동석: 국내 정유 업계에 대해 담합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복재: 정유회사 판매가격의 결정과정은 굉장히 단순하다.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수송비, 관세비 및 수입부과금, 국내 유통비를 더해서 소매가가 결정된다. 이것은 너무 투명한 구조로 속일 수가 없다. 어떤 업체에선 그 결과가 1이 나왔는데 다른 업체에서 10이 나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비슷한 가격이 형성됐다고 해서 단순히 담합이라고 의심을 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국내 내수시장이 정유업계의 수익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수시장은 그냥 현상유지만 해가는 것이고, 석유제품 수출이 정유사의 주된 이윤 창출부문 중 하나이다. 작년 정유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58%로서 내수시장의 규모를 넘어섰다. 수출, 해외 석유개발, 석유화학, 윤활유사업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의 대부분은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종화: 담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유가 결정과정은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서 정유회사들 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담합으로 오인할 여지가 큰 것 같다. 다만, 정유회사들 간에 경쟁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복재: 석유업계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은 전 세계적인 것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실천되지는 못했지만 오죽했으면 미국에서는 폭리세까지 도입하려고 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유사들의 실상을 그들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아니면 제 3자인 소비자단체가 나서도 좋을 것이다. 정부도 국내 석유시장의 투명성을 높여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2007년 6월에 정유회사의 실제 판매가격을 공개하였고 올해 5월에는 정유사별로 실제 판매가격을 공개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국내 석유시장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부문은 정부가 계속 노력해서 찾아나가야 한다.
김동석: 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그 정책이 좋은 성과를 내려면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밑바탕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없다면 잘 실천될 수 없고 효과도 줄어든다. 국민과 정부, 정유업계가 서로의 소통으로 유류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때 정책의 효과도 더욱 커질 것이다.
정리 안선경 나라경제 기자
사진 전민규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