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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도 똑똑한 금융생활ETF의 초심을 기억하라
이현 중앙일보 기자,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 저자 2026년 09월호

어쩌다 보니 국내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등장하면서다. 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어찌나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지, 금융당국은 과열 방지 규제를 내놓는 중이다. 

시장 전체를 담는 분산 투자법이자 금융 민주화의 상징 
아이러니하게도 ETF의 출발점은 개별 종목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장을 통째로 사는 전략이었다. ETF는 한 주만 사도 시장 전체에 골고루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개인 투자자도 시장의 성장만큼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인덱스펀드를 상장해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것이 ETF의 ‘초심’이자 경쟁력이었다. 오죽하면 워런 버핏이 2013년 공개했던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 “신탁 자산의 90%는 S&P 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했을까.

ETF는 세계 최초로 1990년, 국내엔 2002년 출시되면서 개인 투자자의 재테크 지평을 넓혔다. 주식부터 채권, 원자재 선물, 외환 등 다양한 상품을 기관 투자자처럼 담을 수 있게 됐다. 기존의 공모펀드보다 운용 보수와 판매 수수료는 낮고, 상품이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혹자는 ETF를 “20세기 금융시장 최고의 발명품” 또는 “금융 민주화의 상징”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만 같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운용사마다 차별화 여지가 거의 없어 규모가 클수록, 수수료가 낮을수록 자금이 몰렸다.

시간이 흘러 이제 ETF는 투자자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2020년부터 주식형 액티브 ETF가 허용된 것이 변곡점이었다.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기존의 패시브 ETF와 달리, 기초지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움직임을 유지하면서도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생겼다. ‘시장 수익률 정도로는 아쉽다, 초과수익을 좇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게 ETF의 초심인 만큼 기초지수와 상관계수가 0.7 이상은 유지되는 것이 현행법상 제약이다. 이 규정 때문에 돈을 너무 잘 벌어준 ETF가 규정 위반으로 상장폐지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7월 기초지수보다 1년 수익률을 50% 이상 높게 낸 ETF 4개가 상폐됐다. 이를 계기로 “주식시장의 변동성만 키우는 단일 종목 ETF는 폐지하고, 차라리 완전 액티브 ETF를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몇 년 사이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늘며 커버드콜 ETF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해당 주식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옵션을 팔아 번 일종의 부수입(옵션 프리미엄)으로 정기적으로 분배금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주식을 사서 받는 배당수익은 배당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5.4%의 세금을 물지만, 국내 주식 커버드콜 ETF의 경우 옵션을 판 수익으로 나온 분배금은 과세가 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여러모로 오래 기다려 자산을 크게 불리는 것보다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절실한 은퇴자에게는 유리한 상품이다.

ETF는 투기 대상이 아닌 재테크 고민의 해결 도구  
우리보다 10여 년 먼저 ETF를 시작한 미국은 시가총액 대비 ETF 비중이 지난 5월 말 기준 20%에 달하는데, 한국(7%)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반면 전체 ETF 운용 규모 대비 레버리지 ETF 비중은 7%로 미국(1%)보다 훨씬 높다. ETF의 진화는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함이다. 가장 ‘핫한’ ETF를 쫓아가기보다 ‘나는 어떤 재테크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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