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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세상 읽기
사람들은 어떻게 위험을 함께 나누어 왔을까?

     

◆ 위험 그리고 보험    

  답을 찾으려면 먼저 ‘위험’의 속성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위험이란 사고나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보험이 다루는 위험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일단 일어나면 손해를 남긴다는 것이죠. 휴대폰 파손이나 교통사고처럼 일상에서 쓰는 물건이나 신체에 피해를 주는 위험도, 화재나 도난처럼 집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위험도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은 위험은 언제 발생할지 알기 어려워 미리 대비하기 어렵고, 실제로 위험으로 인해 큰 손해가 발생하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경제적 부담이 되곤 합니다.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수천만 원의 치료비가 한꺼번에 드는 경우가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위험에 대비할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보험’입니다. 보험은 같은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 다달이 보험료를 조금씩 모아 두었다가, 실제로 사고나 질병을 겪은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한마디로, 위험이 실제 손해로 이어졌을 때 여러 사람이 그 부담을 함께 나누는 방식이죠. 

  이러한 보험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제도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으로 인한 손해를 함께 감당할 방법을 찾아왔죠. 그렇다면 보험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보험료
보험 가입자가 보험 계약대로 매월 또는 일정한 기간마다 보험회사에 내는 돈.
보험료를 납부하는 주기나 금액은 보험 계약 체결 시에 미리 정해짐.
보험금
보험 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보험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돈.
(출처: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거래단계별 핵심정보.)

◆ 바다의 위험을 함께 나누려 한 사람들    

  보험의 원형이 언제 처음 나타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큰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 바닷길 무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대 지중해 무역에서 배와 화물은 폭풍이나 해적 같은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을 나누기 위해 ‘모험대차(冒險貸借)’를 활용했습니다. 배 주인이 배나 화물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항해 자금을 빌리고, 항해에 성공하면 이자를 붙여 갚되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되는 거래였습니다. 언뜻 투자자에게 불리한 거래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항해가 성공하면 투자자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배 주인은 위험을 혼자 짊어지는 대신, 이자라는 값을 치르고 투자자와 그 위험을 나누었습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공동해손(共同海損)’이라는 관행도 있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바다에서 생긴 손해를 함께 나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폭풍 속에서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화물 중 일부를 바다에 버렸다면, 그로 인한 손해는 배 주인과 남은 화물의 주인들이 함께 나누어 부담했습니다. 모험대차와 공동해손은 오늘날 해상보험의 초기 형태로 여겨집니다.


◆ 커피하우스에서 발전한 근대 보험    

  시간이 흘러 보험은 위험을 더 체계적으로 따져 값을 매기는 제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잘 보여 주는 곳이 17세기 후반 런던의 로이드 커피하우스(Lloyd's Coffee House)입니다. 이곳에서는 선주와 상인들이 모여 항로, 날씨, 해적 정보를 주고받았습니다. 로이드 커피하우스 주인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는 이런 정보를 정리해 손님들에게 제공했고,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Lloyd's News’라는 정기 정보지도 펴냈습니다.

  이렇게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일부 사람들은 해상 무역에 나선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받고, 항해 중 사고로 생긴 손해를 보상하는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약속의 표시로, 예상되는 위험이 적힌 문서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언더라이터(underwriter)’라고 불렀죠. 로이드 커피하우스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거래와 모임은 오늘날 세계적인 보험 시장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보험이 다루는 위험은 바다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1666년 런던 대화재는 한 번의 화재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도시 전체의 경제적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이는 화재보험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보험은 재산을 넘어 사람의 생명까지 보장 대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남은 가족의 생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 오늘날의 보험, 어떻게 나뉠까?    

  이렇게 보험은 수많은 위험을 다루며 발전해 왔고, 누가 운영하고 무엇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먼저 누가 운영하느냐를 기준으로 보면, 민영보험과 사회보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민영보험은 민간 보험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보험으로, 대표적으로 생명보험·손해보험·제3보험이 있습니다.

  세 보험의 차이를 한 가족의 사례로 살펴볼까요? 부모님은 혹시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남은 가족이 생계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생명보험에 가입합니다. 생명보험은 사람의 생존과 사망을 다루는 보험입니다. 상품에 따라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 수익자로 정해 둔 가족이 보험금을 받고, 가입자가 정해진 기간까지 살아 있으면 본인이 보험금을 받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운전을 하는 누나는 차가 파손되는 사고에 대비해 손해보험에 듭니다. 손해보험은 자동차 수리비처럼 사고나 재난으로 인해 생긴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다치거나 아플 때를 대비하려면 어떤 보험을 들어야 할까요? 질병·상해·간병처럼 ‘사람의 몸’에 생긴 일을 다루는 제3보험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생명보험을, 실제 손해로 든 비용을 보상한다는 점에서는 손해보험을 닮은, 양쪽 성격을 모두 지닌 보험이죠.

  이처럼 생명보험·손해보험·제3보험은 각각 다루는 위험이 다릅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보험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민영보험은 대체로 개인이 필요에 따라 선택해 가입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 책임보험’처럼 법으로 가입을 의무화1한 민영보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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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책임보험은 왜 의무일까?
자동차 사고는 남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낸 사람에게 보상할 돈이 없다면, 피해자는 다치고도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누구나 ‘책임보험’에 반드시 들도록 법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출처: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자동차 구입?관리”)



◆ 모두를 위한 안전망, 사회보험    

  한편 사회보험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 보험입니다. 법에 따라 운영되며, 대상이 되면 원칙적으로 가입 의무가 있습니다. 사회적 위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국가는 사회보험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고 누구도 기본적인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나라는 다섯 가지 사회보험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다섯 가지 보험은 노후의 소득 감소, 질병, 노인 돌봄, 산업재해, 실업처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한 번 겪으면 삶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진료비의 일부만 내고 나머지를 보장받는 것도 건강보험 덕분입니다. 민영보험이든 사회보험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큰 위험을 혼자 떠안지 않도록 여러 사람이 미리 나누어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 점점 촘촘해지는 보험    

  요즘 보험은 우리 생활 속 세분화된 위험까지 범위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질병·상해 치료비를 보장하는 반려동물 보험, 골프·캠핑처럼 여가 중 생긴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 이웃 간 층간 소음 분쟁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까지 등장했습니다. 또한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처럼 디지털 기술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위험에 대비하는 사이버 보험도 등장하고 있죠. 최근에는 필요한 순간에 소액으로 짧은 기간만 가입하는 미니보험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은 사람들의 생활과 기술, 사회의 변화를 부지런히 뒤따르며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 옛 상인도, 오늘의 우리도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 볼까요. 깨진 액정 앞의 막막함도, 먼 바다로 물건을 보내던 옛 상인의 불안도, 결국 ‘언제 어떤 위험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위험으로 인한 부담을 미리 나누며 준비해 온 것이죠.

  다만 보험이 많아졌다고 모든 보험에 반드시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내게 어떤 위험이 큰지 살펴보고, 그 위험에 대비하는 보장 내용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보험료를 함께 따져 보험을 고르는 일입니다. 매달 내는 보험료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쓸 수 있는 돈을 양보하는 선택이기도 하니까요. 보험은 불안을 무조건 없애 주는 요술이 아니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함께 나누기로 한 사회적 합의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최은아 KDI 전문연구원 choieuna@kdi.re.kr
참고문헌
국가법령정보센터, 「보험업법」(자료 열람일: 2026.6.26.)
국가법령정보센터, 「사회보장기본법」(자료 열람일: 2026.6.26.)
금융감독원 e-금융교육센터, (군장병을 위한 금융교육) 3편. 위험관리-보험의 개념과 종류(자료 열람일: 2026.6.26.)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거래단계별 핵심정보, “보험금”(자료 열람일: 2026.6.26.)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거래단계별 핵심정보, “보험료”(자료 열람일: 2026.6.26.)
김창기, 『보험학원론』, 경기: 문우사. 2020. 
김창호, 『보험상식 충전소』, 서울: 한빛비즈. 2010.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자동차 구입·관리”(자료 열람일: 2026.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