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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기후테크(종합편) - 기후테크, 기술과 시장의 전환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교육콘텐츠2팀 2026년 03호
   전문가좌담   
기후테크, 기술과 시장의 전환

「e-경제정보리뷰」 2026-3호 좌담은 ‘기후테크, 기술과 시장의 전환’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좌장)를 비롯해 강민지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김태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제도혁신센터 책임연구원,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가 참여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교육콘텐츠2팀구분선
♦ 일     시: 2026년 8월 13일 14:00~16:00
♦ 장      소: 비즈허브서울센터(서울)
♦ 참석자: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강민지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김태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제도혁신센터 책임연구원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구분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재필 대표, 김태건 책임연구원, 정수종 교수(좌장), 김종규  대표, 강민지 책임연구원
 

#1. 개념 및 용어 정의

정수종  탄소중립과 경제활동의 딜레마는 오랜 과제였습니다. 그동안은 경제성장이 우선되면서 기후기술에 대한 시장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기후재난이 현실화되고 탄소중립이 주요 정책과제로 자리 잡으면서 기후테크가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기후테크는 아직 하나의 통일된 정의가 확립된 용어로 보기 는 어렵습니다. UNFCCC는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ies)을 온실가스를 줄이는 완화(mitigation) 기술과 기후변화의 피해에 대응하는 적응(adaptation) 기술로 설명하고, 국내에서는 여기에 산업과 시장의 관점을 더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죠. 이러한 점에서, 기후테크를 넓은 의미에서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기후테크라는 개념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고, 최근 들어 이 개념이 왜 부각됐는지, 각 분야에서는 기후테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종규 최근 탄소중립 목표가 점차 구체적인 이행 단계로 넘어가면서 기후테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2025년에 2035 NDC1)(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하면서 국가 차원의 감축 목표가 정해지고, 어떤 기술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이 중요해졌습니다. 기후테크는 이러한 실행 단계에서 필요한 기술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기후 분야 기술은 크게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기술과 기후 피해에 적응하는 기술의 두 축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완화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흡수량을 늘리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차와 배터리, 에너지 효율화, 탄소포집·저장 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적응은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둡니다. 폭염에 대비한 냉방·도시 설계, 홍수와 침수에 대응하는 방재시설, 가뭄에 강한 작물 개발, 기후재난을 예측하는 관측·예보 기술 등이 대표적입니다. 완화가 기후변화의 원인을 줄이는 기술이라면, 적응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사업성과 시장성 중심에 기반한 산업화를 도모하고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현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제시한 기후테크 5대 분야(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먼저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클린테크가 있고, 탄소포집이나 전기차, 배터리 등을 포괄하는 카본테크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순환 경제의 분야를 포괄하는 에코테크, 네 번째는 스마트팜이나 친환경 농업·식품 생산 등을 포함하는 푸드테크입니다. 마지막으로 온실가스 배출이나 기후환경을 관측·분석하는 위성·드론 기술 등을 포함하는 지오테크가 있습니다.

1)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5년마다 국제사회에 제출하며, 대한민국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목표를 제출함.
 




정수종 그렇다면 기존에 사용되어 온 녹색기술, 청정기술, 탄소중립기술과 비교했을 때 기후테크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강민지 녹색기술은 경제 발전을 지원하면서 환경 지속성을 고려하는 비교적 넓은 개념으로, 기후기술과 환경 문제를 포괄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정기술은 공기의 질을 더 좋게 하는 것, 물을 정화하는 것처럼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녹색기술이나 청정기술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지만, 오염 정화와 자원순환처럼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도 폭넓게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탄소중립기술은 주로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진 기술로, 완화와 적응 중에서 완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녹색기술이나 청정기술은 환경오염 저감이나 탄소감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폭염 대응, 침수 관리, 기후재난 예측과 같은 기후변화 적응 분야는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기후테크는 단순히 특정 기술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이 실제로 확산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산업과 서비스까지 포함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제작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 기후테크 기업인 것은 아닙니다. 전기차 판매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도 기후테크 산업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2. 기술과 데이터가 바꾸는 기후테크

정수 종 최근 기후테크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의 발전입니다. 기후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거나, 넓은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오랜 시간 축적된 변화의 결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도 기상 관측이나 수치 모델, 에너지 관리 기술은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위성·센서로 변화를 관측하고, AI로 발전량이나 재난위험을 예측하며, 그 결과를 에너지 운영과 대응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AI와 데이터 기술의 발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이로 인해 과거에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진 사례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강민지 인공지능과 데이터 축적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고 있으며 무엇을, 어디서 줄이면 되는지에 대한 답을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국가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고, 어느 산업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으며,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물질이나 산업 프로세스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데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추정값을 빠르게 찾고 계산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완화와 적응 측면에서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완화 기여도를 측정·보고·검증하는 MRV(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에 있어서는, AI가 기존 인력 중심의 MRV를 자동화 및 고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oT와 스마트미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자료를 이용하여 배출량 산정, 이상치 탐지, 감축 효과 분석, 보고자료 작성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줄여줍니다. 국내에서도 국가 중심으로 디지털 MRV 기술과 플랫폼 구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생산된 데이터를 제도권에서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일부 자발적 탄소시장2)에서는 위성으로 측정한 탄소 감축량을 실제 감축량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일부 제도권에서는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원천 데이터와 표준화된 데이터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자발적 탄소시장: 기업 등이 법적 의무가 아닌 자발적인 목적에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
 
 적응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실시간 재난 모니터링과 감시·예측의 정확도 및 데이터의 정밀성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 기후 공시가 의무화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집중호우로 예상되는 피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예상 피해는 얼마인지 계산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에 어떻게 대비할지 계획하는 데 AI는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이런 인공지능 사용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어려웠던 작업을 빠른 시간 내에 정밀하고 정확하게 구현하게 해주는 만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물을 소비하게 되는데요, 열방출이 많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에너지 효율화, 물 사용 절감, 재생에너지 수급, 그리고 열방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패시브 건축 등 다양한 기술의 활성화를 통해 부작용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수종 그렇다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수요를 예측할 때, AI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건가요?

김종규 국가 단위의 예측을 위해 많은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이러한 예측이 중앙 집중적으로 활용되다 보니 단위도 다르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논의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AI 사용의 기후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모델 자체의 전력 소비뿐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재난 피해의 저감 효과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수종 기후테크의 확산은 특정 신산업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전반의 공정과 공급망을 바꾸고, 나아가 국민 생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우리 산업과 사회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민의 생활 방식이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태건 기후위기 대응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논의는 점점 더 구체화되고 실체가 분명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과 환경부담의 탈동조화(decoupling)와 같은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논했다면, 이제는 기후테크라는 명확하고 또렷한 실체를 가진 영역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기후테크를 통해 환경 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제고되고 일반 산업과의 교집합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방향성 자체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주의해야 할 측면도 존재합니다. 지나치게 기후테크에만 매몰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기술 그 자체보다는, 당장의 실제 수익성이 담보되는 기술로만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발전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투자와 환수까지 고려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현재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는 카본테크와 지오테크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클린테크·에코테크·푸드테크 역시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선진적인 인식이 친환경적 수요나 소비 절감 등을 만들고, 이에 부응하는 투자와 지원이 관련 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견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민지 기후테크가 확산되면 특정 신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해 온 에너지원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차를 움직이는 것이 익숙했다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제조업의 공정과 공급망뿐 아니라 국민의 생활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민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환 속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기차나 에너지 절감, 자원순환처럼 일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시민들의 작은 행동 변화도 산업 전환을 빠르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점점 일상적인 위험이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재난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스스로 대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이 될 것입니다. 재난이 뉴노멀이 된다는 것이 다소 무섭게 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속한 보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사고가 발생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파트너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를 보호성 보험(protective insurance)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AI CCTV나 각종 센서를 활용해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기업과 협력하는 활동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후테크를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으로만 보기보다, 우리의 생활을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바꾸는 예방 중심의 산업이라는 관점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3. 기후테크 산업의 현주소와 도전 과제

정수종 기후테크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만큼, 분야에 따른 기술성숙도나 시장 형성 정도의 편차가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업 전반을 놓고 볼 때,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분야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태건 산업의 단계를 형성-성장-성숙-쇠퇴로 본다면, 기후테크는 투자의 관점에서 성장 단계에서 성숙 단계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0년 전후 클린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과 투자가 한 차례 조정을 거쳤고, 2020년 전후 투자가 확대된 이후 최근에는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재편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분야별 차이는 크게 나타납니다. 국내 5개의 기후테크 분야를 살펴보면, 클린·에코·푸드테크는 성장 단계, 카본·지오테크는 형성 단계에 가깝습니다. 클린테크는 실증 경험과 사업모델이 축적되고 있고, 에코테크와 푸드테크도 비교적 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면 카본테크는 순수 탄소포집 분야의 기업 기반이 아직 제한적이고, 지오테크 역시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참여 기업과 시장 수요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종규 기후테크는 일반적인 기술 분야처럼 기술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 TRL)만으로 산업 발전 정도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술이 준비돼 있더라도 관련 제도와 시장이 함께 따라오지 않으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생에너지나 전기차는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가 어느 정도 함께 진행되고 있지만, 순환경제 일부 분야나 탄소배출권 관련 기술은 기술에 비해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지오테크는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대규모 투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다른 방식의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수종 그렇다면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에서 각 주체(대기업, 스타트업, 공공연구기관, 최종 수요 기업)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기후테크 산업이 더 확장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재필 이상적인 구조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공공연구기관이 이를 검증해 공신력을 부여하고, 대기업이 초기 수요를 형성하고 후속 투자를 제공하면서 시장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나 데이터가 기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도권에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기업도 이를 활용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테크 시장에서는 정부가 지원자이면서 수요자이고 동시에 기준을 정하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어떻게 인정하고 활용할지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태건 기후테크는 초기 형성 단계에서 공공의 연구개발 지원이 중요하지만, 사업화 단계로 넘어갈수록 벤처자본 등 민간투자의 역할이 커집니다. 국내에도 관련 지원사업이 마련되어 있으나,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고 개별 사업의 규모도 크지 않아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 연구개발–민간투자–실증–수요처–사업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투자 인프라와 최종 수요 기업을 함께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수종 지금까지 국내 기후테크 산업의 생태계를 살펴봤는데요. 이제 시야를 조금 넓혀 글로벌 시장에서 기후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요국들은 기후테크를 어떤 방식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기회와 과제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태건 주요국의 기후테크 전략은 각국의 산업과 정책 환경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정권에 따라 기후정책의 변동성이 큰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특정 산업과 공급망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비교적 일관된 정책과 제도를 바탕으로 민관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단순 답습하기보다 국내 산업구조에 맞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2년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가 약 820억 달러에 달한 데 반해 국내 투자는 약 13억 달러 수준에 그쳤던 만큼, 투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박재필 지오테크 관점에서는 환경·기후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원천 데이터(raw data)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주요국은 이를 기후 대응을 넘어 산업·무역과 경제 안보의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환경 위성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유럽은 정부 주도하에 관측 데이터를 규제와 제도에 연계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 하며, 중국은 에너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환경·에너지 관측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환경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제도와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종규 한국은 전력 인프라와 변압기·중전기기·송전망을 비롯해 배터리와 태양광 등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 산업의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후 대응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전력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면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나 고효율 반도체, 데이터센터 에너지관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산업 경쟁력을 활용하면서도, 값싼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기보다 고효율 기술과 기후테크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결론 및 제언

정수종 마지막으로 기후테크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정책과 연구, 인재 양성, 산학연 협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유롭게 제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종규 기후테크의 효과를 단순히 탄소 감축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조직과 제도, 인력, 산업구조까지 함께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산업 전반의 파급효과까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기후테크가 더 많은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후테크 생태계에서는 한 주체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습니다. 기업과 협회, 정부, 연구기관, 국회 등 각 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 시장 형성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강민지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신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오테크나 데이터·소프트웨어 분야는 새로운 데이터와 기술을 정부가 인정하고 활용을 장려한다는 신호만으로도 기업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개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기보다 대기업의 가치사슬과 기후테크를 연결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대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탄소감축이나 기후위험 대응 과정에 기후테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시장 형성이 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박재필 앞으로는 기후 관련 데이터가 훨씬 보편화되면서 기후위험을 외면하기 어려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성이나 AI 등을 통해 기후위험이 더욱 구체적으로 수치화되고 일상생활과 산업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되기 시작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입니다. 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시장만으로 기후테크 기업을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빠르게 기술을 실증하고 활용 사례를 만든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태건 기후테크 분야에서는 대규모 하드웨어 구축이나 실증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민간의 힘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영역에는 공공의 재정 투자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기술 발전이 오히려 전체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기후기술과 기후테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적응인 만큼, 기술과 산업의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선택을 실천하려는 인식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면서 ‘기후’라는 이름을 내세운다면 그린워싱(greenwashing)3)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기후테크가 단순한 성장 산업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기업이나 제품·서비스의 실제 환경적 성과보다 친환경성을 과장하거나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은폐하여 친환경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함.

 


정수종 오늘 좌담회에서는 기후테크의 개념과 산업 현황부터 기술·데이터의 변화, 국내 생태계의 과제와 글로벌 경쟁, 앞으로의 정책 방향까지 폭넓게 살펴보았습니다. 기후테크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과 시장,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논의가 기후테크의 가능성과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 이지희 KDI 연구원
 


♦ 참고: 전문가 약력 ♦ 

정수 종(좌장)
  • • 환경대학원 교수
  • • 에너지위원회 위원
  • • 前)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테크산업 전문위원회 위원장

강민지
  • • 기업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
  • • 기후대응기금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위원
  • • 前)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Market Intelligence 그룹장
  • • 前) 서울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적응분과 위원
 
김종규
  • • 식스티헤르츠 대표
  • • 한국기후테크협회 회장
  1. •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분과위원
  
김태건 
  • • 제도혁신센터 책임연구원
  • • 前)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제협력팀장
  • • 前)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경영지원팀장
  • • 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초 기반전문위원회 전문위원
 
박재필 
  • • 나라스페이 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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