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 지금까지 국내 기후테크 산업의 생태계를 살펴봤는데요. 이제 시야를 조금 넓혀 글로벌 시장에서 기후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요국들은 기후테크를 어떤 방식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기회와 과제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태건 주요국의 기후테크 전략은 각국의 산업과 정책 환경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정권에 따라 기후정책의 변동성이 큰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특정 산업과 공급망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비교적 일관된 정책과 제도를 바탕으로 민관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단순 답습하기보다 국내 산업구조에 맞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2년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가 약 820억 달러에 달한 데 반해 국내 투자는 약 13억 달러 수준에 그쳤던 만큼, 투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박재필 지오테크 관점에서는 환경·기후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원천 데이터(raw data)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주요국은 이를 기후 대응을 넘어 산업·무역과 경제 안보의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환경 위성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유럽은 정부 주도하에 관측 데이터를 규제와 제도에 연계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 하며, 중국은 에너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환경·에너지 관측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환경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제도와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종규 한국은 전력 인프라와 변압기·중전기기·송전망을 비롯해 배터리와 태양광 등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 산업의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후 대응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전력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면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나 고효율 반도체, 데이터센터 에너지관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산업 경쟁력을 활용하면서도, 값싼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기보다 고효율 기술과 기후테크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결론 및 제언
정수종 마지막으로 기후테크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정책과 연구, 인재 양성, 산학연 협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유롭게 제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종규 기후테크의 효과를 단순히 탄소 감축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조직과 제도, 인력, 산업구조까지 함께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산업 전반의 파급효과까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기후테크가 더 많은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후테크 생태계에서는 한 주체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습니다. 기업과 협회, 정부, 연구기관, 국회 등 각 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 시장 형성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강민지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신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오테크나 데이터·소프트웨어 분야는 새로운 데이터와 기술을 정부가 인정하고 활용을 장려한다는 신호만으로도 기업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개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기보다 대기업의 가치사슬과 기후테크를 연결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대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탄소감축이나 기후위험 대응 과정에 기후테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시장 형성이 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박재필 앞으로는 기후 관련 데이터가 훨씬 보편화되면서 기후위험을 외면하기 어려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성이나 AI 등을 통해 기후위험이 더욱 구체적으로 수치화되고 일상생활과 산업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되기 시작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입니다. 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시장만으로 기후테크 기업을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빠르게 기술을 실증하고 활용 사례를 만든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해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태건 기후테크 분야에서는 대규모 하드웨어 구축이나 실증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민간의 힘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영역에는 공공의 재정 투자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기술 발전이 오히려 전체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기후기술과 기후테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적응인 만큼, 기술과 산업의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선택을 실천하려는 인식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면서 ‘기후’라는 이름을 내세운다면 그린워싱(greenwashing)3)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기후테크가 단순한 성장 산업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기업이나 제품·서비스의 실제 환경적 성과보다 친환경성을 과장하거나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은폐하여 친환경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함.
정수종 오늘 좌담회에서는 기후테크의 개념과 산업 현황부터 기술·데이터의 변화, 국내 생태계의 과제와 글로벌 경쟁, 앞으로의 정책 방향까지 폭넓게 살펴보았습니다. 기후테크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과 시장,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논의가 기후테크의 가능성과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 이지희 KDI 연구원
♦ 참고: 전문가 약력 ♦
정수 종(좌장)
- • 前)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테크산업 전문위원회 위원장
강민지
- • 기후대응기금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위원
- • 前)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Market Intelligence 그룹장
- • 前) 서울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적응분과 위원
김태건
- • 前)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제협력팀장
- • 前)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경영지원팀장
- • 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초 기반전문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