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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내년 기후 의제의 중심지 에티오피아… 그린 ODA로 한국기업의 기회 넓히려면?
박진석 KOTRA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무역관장 2026년 11월호
에티오피아가 요구하는 것은 완제품 수입이 아니라 현지 조립과 기술 이전이다. 공공 차량과 버스, 충전 인프라처럼 공공이 먼저 수요를 만드는 영역에서 무상원조 재원으로 사업성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유상원조 재원까지 더해 초기 물꼬를 트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027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2)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것은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이후 처음이다. 개최지 선정의 명분은 분명하다. 에티오피아는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에티오피아전력공사(EEP)는 수력 15개소(9,201MW), 풍력 5개소(504MW)를 운영한다. 지난해 9월 준공한 그랜드에티오피아르네상스댐(GERD)은 설비용량 5,150MW의 아프리카 최대 수력발전소다. 에티오피아 정부에 따르면 GERD는 사업비 50억 달러의 90% 이상을 중앙은행과 국민채권 등 자국 재원으로 조달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발전소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 사업이다. 또한 에티오피아 남서부 오모강의 코이샤댐(2,160MW)도 2028~2029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공급 전력의 90% 이상이 재생에너지인 에티오피아… 
세계 최초 내연기관차 수입 금지, 그 시장에 진출한 중국

필자가 올 초 아디스아바바무역관에 부임해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문을 두드린 것은 인프라 협력 때문이었다. 도로, 발전, 상하수도 등 한국기업이 잘하는 영역에서 다자개발은행(MDB) 재원과 연결할 접점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두 기관에서 공통으로 돌아온 것은 뜻밖의 질문이었다. 탄소 저감을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이 분야에 진출할 만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기후 의제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은 한결같지 않다. 미국은 지난 1월 27일 파리협정에서 탈퇴했고, 그에 앞서 1월 7일에는 UNFCCC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녹색기후기금(GCF)에서도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2023년 공개된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인간의 영향이 대기와 해양, 육지를 뜨겁게 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unequivocal)’고 밝힌 바 있다. 올여름 유럽의 더위도 기록적이었다. 지난 6~7월 서유럽 평균기온은 21.62℃로 2022년의 종전 최고 기온 기록을 넘어섰고, 프랑스는 평년보다 3.6℃ 높은 평균 24℃로 관측 사상 가장 더운 6~7월을 보냈다. 기후변화가 체감 가능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티오피아는 2024년 1월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차 수입을 금지했다. 연 40억 달러가 넘는 연료 수입 부담을 줄이고 외화를 아끼려는 선택이었다. 수입 금지와 동시에 전기차 관세와 부가세는 대폭 낮췄다. 규제와 유인책을 함께 쓴 셈이다.

그 결과 전기차는 2023년 7천 대에서 올해 말 11만5천 대 수준으로 늘어 전체 차량의 약 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평균인 4%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 5월 에티오피아 정부는 2030년 50만 대를 목표로 ‘국가 e-모빌리티 전략 2025~2030’을 발표했고, 17개까지 늘어난 조립공장도 2030년 6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 시장에 누가 먼저 들어섰느냐다. 아디스아바바 도로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다. 비야디(BYD)는 현지 최대 딜러 모엔코와 손잡고 판매망과 부품 공급, 현지 생산을 준비 중이다. 창안자동차는 합작으로 벤벤 E-스타를 공급하고, 장화이자동차(JAC)와 골든드래곤도 현지 파트너를 확보했다. 규제가 열어준 시장에 준비된 기업이 먼저 들어선 것이다.

아프리카시장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거래 위험…
ODA로 시장 규모 키운 뒤 민간 참여 확대를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있다. 우버 재팬 출신의 사사키 유마 대표가 2023년 아디스아바바에서 창업한 전기이륜차 기업 도다이는 현지 조립으로 2천 대 이상을 보급했다. 직원 100명 중 97%가 에티오피아인이다. 지난 4월에는 지분 800만 달러와 대출 500만 달러를 합쳐 1,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를 마감했다. 에티오피아 스타트업이 조달한 최대급 라운드다.

투자자 명단에는 도쿄대 산하 이노베이션 플랫폼(UTokyo Innovation Platform), 종합상사 나가세, CBC 등 일본 자본이 올랐고, 대출 500만 달러는 영국 개발금융기관 국제투자공사(BII)가 지원했다. 민간이 지분을 대고 개발금융이 위험을 나눠 부담한 것이다. 사업 모델도 영리하다. 충전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이 시장의 병목을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으로 정면 돌파했다.

아프리카에서 개발협력은 이미 녹색을 전제로 움직인다. 세계은행과 AfDB가 함께 추진하는 ‘미션 300’은 2030년까지 3억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고, AfDB는 아프리카 녹색모빌리티 금융퍼실리티(GMFA)를 출범시켜 지구환경기금(GEF)에서 1,346만 달러를 승인받았다. 아프리카 전기차 판매도 2023년 약 4천 대에서 2025년 2만5천 대 가까이로 늘었다. 이제 기후를 빼고 공적개발원조(ODA)를 설계하는 일은 어려워졌다. 우리 정부도 기업 진출과 국익을 함께 고려하는 ODA를 추진해 왔고,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춘 그린 ODA 확대를 중점 과제로 내걸었다. 아프리카의 변화 속도를 현장에서 마주하면 기후 의제가 열어놓은 시장에 우리 기업이 어떻게 들어설 것인지가 다음 과제로 다가온다.

아프리카시장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도 제품도 아니다. 거래 위험이다. 대금 결제 여건이 까다로운 시장에서 바이어의 지급 능력을 우리 중소기업이 홀로 판단하고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ODA가 위험을 덜어주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요구하는 것도 완제품 수입이 아니라 현지 조립과 기술 이전이다. 앞서 본 도다이의 현지 조립 모델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 차량과 버스, 충전 인프라처럼 공공이 먼저 수요를 만드는 영역에서 무상원조 재원으로 사업성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유상원조 재원까지 더해 초기 물꼬를 트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장이 일정 규모에 이르면 그다음은 민간이 진출할 타이밍이다. ODA의 목표는 개별 수주가 아니라 민간이 뒤이어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산업 모델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COP32로 이어지고, 이제 그 의제의 한복판에 에티오피아가 있다. 아프리카가 기후 논의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COP32 개최까지 이제 1년 남았다. 우리가 그 흐름에 어떤 방식으로 동참할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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