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및 빙과류 제조업1)
한 해 장사가 사실상 여름 매출에 의해 결정된다는 아이스크림 및 빙과업체. 같은 여름이라도 날씨에 따라 매출 차이가 많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 많으면 라면이 많이 팔리고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면 빙과업체나 음료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한다. 덥지만 습하지 않은 날씨에는 음료가 잘 팔리고, 더우면서 습한 날에는 빙과류가 잘 팔린다고 한다. 열대야를 힘들게 지낸 다음날 빙과류의 매출은 가장 높다고도 한다.
아시아 최대 빙과공장, 롯데삼강 천안공장
보통 아이스크림, 빙과 등을 구분 없이 혼용해 쓰지만 엄밀히 말해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6% 이상, 무지유고형분 10% 이상 함유된 제품을 말하고, 빙과는 유지방과 무지유고형분이 없는 글자 그대로 얼음과자를 지칭한다.
아이스크림이나 빙과류 시장의 국내 규모는 1조원 정도다. 이 중 70%를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 일반 유통시장이 차지하고, 나머지 30%가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 등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몫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식품 특성상 우리나라에서는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삼강과 해태제과 등 네 개의 대기업이 아이스크림 및 빙과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네 기업이 만드는 아이스크림들이 20~30년이 넘는 장수 상품들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진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여름 특수를 맞아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공장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가 본 롯데삼강(주)의 관계자는, “현재의 빙과시장이 형성되기까지에는 기린, 한국요구르트, 서주 등 다양한 업체들 간의 계속적인 마케팅 활동이 있었습니다. 이런 업체들이 현재의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자연스런 시장도태로서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보였던 4개의 업체가 현재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롯데삼강은 1958년에 설립된 유지업체인 일동산업을 모태로 하여 이후 제일유지화학과 삼강유지화학으로 불리다가 1978년에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로 현재의 ‘롯데삼강’으로 불리게 됐다. 롯데삼강은 2005년 최첨단 설비 공장인 천안공장을 새롭게 완공했다. 아시아 빙과 공장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시설이 쾌적해 국내외 식품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천안공장에 HACCP(우주비행사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식품위생관리시스템)를 적용하여 HACCP 모범업체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찾아간 날도 한 차례 견학 안내를 끝낸 담당자는 매우 분주해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회사라서 시원한 사무실을 상상했던 순간은 잠시뿐이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요즘같이 시설들이 24시간 풀가동되고 있는 때에는 공장 외 사무실에서는 전력을 거의 쓸 수 없단다. “요즘 한창 바쁘시겠네요.” 하자, “빙과류의 성격상 하절기 매출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여름휴가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합니다.” 하고 웃는다. “그렇다면 동절기에는 공장이 대부분 쉬나요?” 하고 묻자, “동절기에는 각 시즌에 맞는 제품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량감이 뛰어난 보석바, 빠삐코 같은 제품들은 여름에 운영을 하고, 국화빵과 같은 모나카 제품들은 프로모션 등과 연계하여 겨울에 운영하며, 계절에 관계없이 잘 팔리는 돼지바, 구구콘 등은 연중 운행하는 등 시즌별 품목조정을 통한 판매관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여름 매출이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는 하나 겨울에도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 있다는 얘기다.
아이스크림도 이젠 글로벌경쟁 시대
최근 외국 브랜드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전문매장이 생겨나면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해 가는지가 궁금해져 이에 대해 물어 보았다. “시장은 항상 변화하고 소비자의 입맛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과 한 우물에 갇혀 경쟁하기보다는 다른 외산 업체들과의 경쟁이 국내 토종 빙과업체들에겐 자극제로 조금 더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입맛을 파악한 마케팅 노하우와 외산 업체의 자극까지 합쳐진다면 한국 빙과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이 외국에도 수출되나요?”라는 물음에는, “특성상 빙과류 완제품 수출의 경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수출지까지의 보관문제와 물류비, 국가마다 다른 법규들로 인하여 완제품 수출은 현재까지 미주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과 한류열풍에 따른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의 소규모 거래만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는 대답에 이어, 아이스크림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로컬적 성격이 매우 강해 수출입이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귀띔해 준다. 글로벌브랜드인 하겐다즈나 네슬레 같은 업체조차도 아이스크림에서만큼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단다.
아이스크림 및 빙과 업계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비교적 강하다고 한다. 가격이 비교적 낮아 가계소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기본적인 먹을거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평균적인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빙과류의 가격 인상에는 소비자들이 민감한 편이라고 한다.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 압력과 소비자들의 이러한 태도 사이에서 업체들이 고심을 하게 되는 이유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돌입하여 여름휴가를 반납해야 할 만큼 직원들에게는 일년 중 가장 고단한 때이지만 더위에 지친 이들을 위로해 주는 기분좋은 이벤트에 동참하고 있는 듯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방문객인 필자도 덩달아 즐거워졌던 탐방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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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아이스크림 및 기타 식용빙과류 제조업' (10502)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