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은 생산 · 분배· 소비로 구성된다.’라고 말할 때, 이는 물건(혹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분배하고, 사람들이 분배 받은 물건을 소비한다는 뜻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뜻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표현에서 분배가 뜻하는 바는 ‘생산의 대가로 지급받은 돈을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생산과 소비는 물건에 대한 것이지만, 분배는 물건의 대가로 지급된 돈에 대한 것이다.
| 경제활동의 분류와 분배의 개념
곱씹어 보아도 어색하게 느껴지는 표현이다. “경제활동은 생산·분배·소비로 구성된다.” 라고 하는 대신 “경제활동이 다음 여섯 가지로 구성된다.”라고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물건이 생산자(기업)에서 소비자(가계)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치는 세 가지 과정(물건의 생산, 물건의 분배, 물건의 소비)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 물건의 대가로 지급된 돈이 생산자에서 가계로 되돌아가는 세 가지 과정(기업의 생산비용 지출, 요소시장에서의 분배, 가계의 소득)이 있다.

국민경제순환도를 머릿속에 그리고서 하는 말이다. 왼쪽에 가계를, 오른쪽에 기업을 표시하고, 위쪽에 ‘재화와 용역의 시장’을, 아래쪽에 ‘요소시장’을 그린다. 이렇게 그려 놓으면 실물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돈은 시계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때 윗부분에서는 실물흐름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아랫부분에서는 돈의 흐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앞서 언급한 여섯 가지 경제활동을 구별해 낼 수 있다.
경제활동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말하면 분명할 것을 왜 굳이 세 가지로 나누어 혼란을 주는 것일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국민소득 3면 등가의 법칙’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민소득을 세 가지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인데, 가계의 지출(소비)을 측정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고, 기업의 생산을 측정하는 것이 두 번째, 가계의 소득을 측정하는 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이를 국민경제순환도에서 생각해 보면, 돈의 흐름을 10시 30분 정도에서 측정할 수도 있고, 3시 정도에서 측정할 수도 있고, 또 7시 30분 정도에서 측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계의 지출과 소득을 따로 측정하듯이 기업의 지출(생산비용)과 소득(수입)도 따로 측정할 수 없나? 그러면 국민소득 3면 등가의 법칙이 아니라 4면 등가의 법칙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개념적으로야 이게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소득이 측정되는 방식과는 많이 동떨어진 얘기가 될 것이다. 가계의 경우, 가계에서 나오는 돈을 모두 더하면 ‘지출국민소득’이 되고, 가계로 들어가는 돈을 모두 더하면 ‘요소국민소득’이 되지만, 기업의 경우는 나오는 돈을 모두 더하거나 들어가는 돈을 모두 더해서는 국민소득을 얻을 수 없다. 기업 간에 중간재(다른 재화의 생산에 투입되는 재화)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순환도에서 얘기하면 1시 30분경에 돈의 흐름을 측정하거나 4시 30분경에 돈의 흐름을 측정해서는 국민소득을 제대로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어떤 경제활동이 분배에 해당되나
경제활동의 구성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분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현실에서 분배에 대한 논의는 주로 ‘소득분배가 얼마나 고르게 되어 있나’와 관련이 있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차이가 너무 크지 않나, 소득 계층 간 이동이 너무 어렵지 않나 등의 논의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수업 시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아마도 ‘어떤 경제활동이 분배에 해당되나’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아래와 같은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는 모양이다.

국민경제순환도 상에서 보면 분배는 ‘생산 요소를 제공한 가계에게 지급되는 돈의 흐름’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생산 요소를 제공했는가에 따라서 이 돈에 붙는 이름은 달라진다. 노동력을 제공했으면 그 대가로 받는 돈은 임금이 되고, 토지를 제공했으면 그 대가로 받는 돈은 지대가 되고, 자본을 제공하면 그 대가로 받는 돈은 이윤이 된다. EBS강의를 보니 ‘분배 = 임금·지대·이윤’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던데 그렇게 외워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토지가 현대경제학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할 만큼 중요한 생산 요소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꼭 지대를 여기에 넣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계가 기업에게 생산 요소를 제공할 때는 토지 같은 실물을 직접 제공하는 경우보다는 돈의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제공되는 돈이 자본이다. 기업은 가계가 제공한 돈으로 필요한 자본재(공장·기계 등의 생산설비)를 사거나 빌리게 된다. 돈이 기업에 전해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은행을 통해서 ‘대출’의 형태로 전해지기도 하고 주식시장을 통해서 ‘주식투자’의 형태로 전해지기도 한다. 혹은 채권시장을 통해서 ‘채권투자’의 형태로 전해질 때도 있다.
은행대출의 형태를 띨 때, 이에 대한 대가로 가계에게 돌아오는 건 이자다. 주식투자의 형태를 띨 때, 이에 대한 대가는 배당금(기업이 주식보유자에게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주는 것)일 수도 있고 자본이득(주가상승으로 주식보유자가 얻게 되는 이득)일 수도 있다. 채권투자의 경우에는 이표(채권 보유자에게 지급되는 이자)와 자본이득이 분배의 형태이다.
분배의 다양한 형태들을 이해하려 할 때 상당한 경제학적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가령 다음 질문을 생각해보자. 왜 자본이득을 분배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분배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기업에게 비용이 발생해야 하는데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상승할 때 기업에 비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나? 답은 이렇다. 기업이 애초에 주식을 발행할 때 ‘싸게’ 팔았기 때문에 나중에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본다면 주가상승은 기업에게는 비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김대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dkim@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