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나는 일 년에 2~3번 미국 출장을 가는데 그때마다 변화의 속도에 깜짝 놀라곤 한다. 지난 3월 초 출장도 마찬 가지였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만 지내지 않는 이상 미국 출장에선 렌터카가 필요하다. 대중교통수단이 부재하기 때문에 안 그러면 다닐 수가 없다. 출장 때마다 매번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그런데 이번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선 처음으로 차를 전혀 빌리지 않고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우버(Uber) 덕분이다.
어디서 차를 불러도 빠르면 5분 이내 늦어도 10분이면 차가 왔다. 가격도 택시에 비해서 휠씬 싸다. 행선지를 미리 입력하고 부르기 때문 에 운전사에게 가는 방향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렌터카를 몰 때 가는 곳마다 주차장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우버의 가능성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중교통수단마저 대체해버릴 가능성이 보였다고 하면 과언일까. 우버는 시애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우버홉(UberHop)’이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애틀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높은 노선 10개를 정해 카풀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정해진 장소에 모이면 10분마다 차가 출발한다. 요금은 현재 홍보기간이라 단 1달러다. 택시를 타면 가볍게 수십달러가 나올 구간을 승용차를 타고 단돈 1달러에 출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50㎞ 이상 떨어져 있는 마운틴뷰시에서 우버 카풀서비스를 이용해 20달러에 갈 수 있게 됐다. 택시로는 100달러가 휠씬 넘게 나오는 거리다.
우버가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은 데이터다. 매일 전 세계에서 수백만 번씩 사람들을 실어 나르면서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이동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우버 운전사를 배치하고 값싼 요금을 매긴다. 여러 승객들의 이동경로를 최적화해 빠르게 합승시켜 1인당 요금을 더욱 낮춘다. 이렇게 하니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데이터 없이 영업하는 택시회사들이 우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다. 택시회사들만 곤란을 겪게 될까. 사실 렌터카회사도 마찬가지다. 차 없이도 이렇게 쉽고 싸게 다닐 수 있는 세상에 누가 렌터카를 빌리려 할 것인가. 기사를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렌터카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렌터카요금이 내려가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 우버 운전사는 내게 “이제 누가 차를 필요로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회사 인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도 이렇게 말할 정도다. “샌프란시스 코에서는 사람들이 차를 팔고 있어요. 필요가 없게 됐거든요. 차를 가지고 있으면서 내는 감가상각비, 보험료, 주유비 등보다 우버를 이용 하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차를 처분하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전기자동차인 테슬라 모델S를 타고 왔다. 그는 이 차를 2년쯤 몰았는데 이제는 가솔린엔진 차로는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차를 회사 주차장에서 충전하기 때문에 주유소에 갈 일이 없는 데다 엔진이 없어 일 년 내내 차를 정비할 일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으면 이런 변화를 느끼기가 어렵다.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알파고 덕분에 인공지능의 파워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었다. 무인자동차는 사실 인공지능 로봇 자동차다. 이런 자동차들은 이미 실리콘밸리의 거리를 누비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 생각보다 휠씬 빨리 상용화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규제도 많은 데다 보수적인 대기업들 중심의 한국경제는 이런 변화에 깜깜하다. 한국의 산업계는 앞으로 다가올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이미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실리콘밸리에 갈 때마다 이런 걱정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