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방사광가속기(SESAME)는 낙후된 중동의 산업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핵심장치다. 방사광가속기 건립을 위해 요르단을 비롯, 이란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프리카도 건립 논의를 시작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 인근에 1억달러 이상이 투입된 거대 첨단 기초과학 장치인 방사광가속기 건립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엔 요르단뿐 아니라 유네스코 지원을 받아 중동 9개국이 공동참여하고 있다. 중동 방사광가속기는 Synchrotron-Light for Experimental Science and Applications in the Middle East의 앞 글자를 따 ‘SESAME’라 불리는데, 낙후된 중동의 산업기술을 장차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핵심장치다.
요르단에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 ‘방사광가속기’ 건설
방사광가속기는 간단히 말하면 총알에 해당하는 전자를 광속(光速)에 가깝게 가속(accelerate)하는, 둘레 100m 넘는 원형의 총신을 가진 전자총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인젝터·저장링·콘트롤러·빔라인 등으로 구성 된다. 극히 미세한 입자인 전자를 광속으로 가속하려면 전기저항 없이 회전체(저장링) 내에서 안정적인 원운동 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순물이 없는 초고도 진공 상태에서 초전도현상(극저온 조건 필요)과 전기력, 자력으로 전자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기관총 총알처럼 계속 쏘아진 전자는 빔을 형성하고, 자기장 안에서 이탈하지 않고 가속된다. 가속된 입자빔을 서로 충돌시키면 스위스 제네바 CERN(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 가속기처럼 소립자 분석에 쓰이고, 전자빔의 흐름을 강력 자석으로 휘 게 하면 강렬한 빛이 생기는 방사광가속기가 된다. 방사광가속기는 광원(light source)이라 불리며 산업적 응용 측면에서 훨씬 효용이 높아 인기가 더 많다. 우리나라의 포항 방사광가속기도 방사광가속기다.
가속기는 설계, 초정밀가공, 고주파, 초전도, 극저온, 고진공, 초고자력, 제어계측 등 첨단 과학기술의 오케스트라라 할 수 있으며, 가속기 보유 여부는 해당국 산업의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다. 최근 10년간 노벨 물리·화학·의학상 수상내역을 보면 연구분석에 가속기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병원에서 쓰이는 PET, CT, MRI 등 의료용 진단기기와 공항검색대 비파괴 X레이 검사기 등이 가속기 기술이 응용 된 대표적 사례다. 국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이온주입 기, 전자빔 및 X선 조사장치 등도 가속기술을 이용하며, 현재 전량 수입된다. 이들 가속기 응용 분야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 제공은 물론 신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며, 산업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이렇게 장점이 많지만 방사광가속기는 건설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원이 들어갈 만큼 비싸고 첨단기술이 복합돼야 하기에 그동안 미국·유럽·일본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브라질·태국·대만·터키·아제르바이잔 등 개도국에도 가속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동은 SESAME(요르단)를 비롯, 이란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프리카도 건립 논의를 시작했다.
세계 방사광가속기협회에 등록된 전 세계 방사광가속기연구소 목록은 갈 길이 먼 우리 산업계의 현실을 보여 준다. 한국은 포항가속기연구소 1곳만 있어 전 세계 방사 광가속기연구소 60곳 중 비중이 1.7%에 불과하다. 중동 방사광가속기(SESAME)는 방사광가속기 건설 을 위한 유네스코와 중동 각국의 노력으로 요르단이 연 구소 땅과 건물을 제공해 2009년 착공됐다. 암만 서북 쪽 35km 알란(Allan)에 위치한 SESAME연구소는 인근 군부대가 보호한다. 가속기 출력에너지는 2.5GeV(기가 에너지볼트, 포항가속기: 3.0GeV)이며 독일에서 기증한 BessyI 저장링과 부스터 싱크로트론(booster synchro-tron)을 기반으로 한다. SESAME 회원국 중 일부 긴장관계가 있어 처음엔 실현성에 의혹도 있었으나 별 무리 없이 진행돼 올해 말이면 가동된다.
SESAME 빔라인 26기 건설 추진…우리 산업에 기회의 창
우리 산업계는 빔라인 건설프로젝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SESAME 집행위원 야세르 박사에 따르면 2016년 2기, 2017년 2기 등 총 26기를 짓는데, 빔라인 건설예산은 한화로 1기당 약 50억원, 총 1,300억원에 달한다. 가속관, 검출기, 초전도자석 등 그외 다양한 품목도 우리 가속기산업이 수출에 도전할 분야다. 한국 가속기 분야의 명성과 서구권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술은 SESAME 측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실제로 SESAME 측 인사가 한국 관련업계 발굴을 추진하기도 했다. 우리 산업계에 중동 가속기시장 진출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가속기 건설붐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단지 어느 나라가 먼저 달려드느냐의 속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 가속기업계는 1994년 포항 가속기 가동을 시작으로 경주 양성자가속기, 부산 중 입자가속기, 대전 중이온가속기 등 잇따른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포항 가속기는 반도체·통신·소재 등 우리 주력산업의 기초체력 증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산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가속기산업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가속기콘퍼런스(IPAC) 가 사상 처음 한국에서 열린다.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릴 ‘IPAC 2016’(5월 8~13일)에는 세계 각국 과학자, 기술자 등 전문인력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며,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IPAC를 개최하는 국가가 됐다. KOTRA는 가속기산업의 수출진흥을 위해 SESAME 측과 우리 업계와의 협력을 연계 중이며, 관련 산업조사 등 후속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업계와 중동 SESAME와의 만남이 전 세계에 건설될 가속기시장이라는 보물창고를 여는 마법의 주문 “열려라 참깨(Open Sesame)”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