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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뉴스 행간 읽기확산돼 가는 마이너스 금리…경기부양 위한 위험한 도박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2016년 04월호



적지 않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와 제로 금리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라는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서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에서는 빚을 내면 오히려 돈을 받는다. 돈을 빌리면 대가(이자)를 치러야 한다는 상식이 파괴되고 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실제 경기부양 효과는 미지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세계경제의 우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덴마크·스위스·스웨덴 등이 도입한 상태다. ECB(유럽중앙은행)는 연 -0.3%, 스웨덴 -0.35%, 덴마크 -0.65%, 일본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총 재(의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JP모간은 유럽이 연 -4.52%, 일본이 -3.45%, 미국이 -1.3%까지 각각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너스 금리는 주로 중앙은행과 시중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된다. 은행들이 법으로 정해진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중앙은행에 맡긴 돈이 대상이다. 스위스나 덴마크의 몇몇 시중 은행은 개인 예금자에게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는 데는 어떻게 해서라도 경기를 살려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나라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의 정책수단에는 크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의 크기(size)나 구성(composition, 쓰임새)을 조정하는 것이고,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이자율)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경기를 부양하려면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 최장수 Fed 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위기의 순간 월가에 돈의 홍수를 일으켜라.”는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말을 충실히 실천해 국민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1987년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모범적인 처방이 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은행들에 여유 자금을 중앙은행에 쌓아두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대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야 유동성이 늘어나고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경기부양 효과가 확실치 않은 데다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돈을 푸는 정책인데 시중에서 현금이 퇴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티브 체체티 전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면 은행이 예금과 대출을 통해 신용을 창출하는 기능을 잃고 단순 대여금고 노릇만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통화량 감소로 귀결돼 긴축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한계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 일본 가계는 ‘경기가 진짜 좋지 않나 보다.’며 소비를 줄였다. 기업들도 금리가 떨어졌다고 해서 대출을 늘리려 하지는 않는다.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의 수익 기반 약화를 초래해 대출 여력을 축소시키고, 은행주 폭락 등으로 증시 불안 요인이 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되레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또 다른 폐해로는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빚(부채)은 애써 갚지 않아도 저절로 줄어든다. 절약과 절제, 소비를 늦추는 대신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천이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런 인간의 도덕적 기초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도하는 마지막 카드지만 역효과가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대차대조표 불황’ 극복하려면 통화정책보단 구조개혁 중요  

 

그렇다면 그린스펀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왔던 통화정책이 왜 이처럼 삐걱대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의 침체가 ‘대차대조표 불황’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은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 부채가 늘어나면서 과도한 빚을 진 경제주체들이 소비 지출을 자제하고 빚 갚기에 나서면서 수요 부진과 경기침체가 장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대차대조표를 맞추기 위한 부채 축소가 소비ㆍ투자 감소 → 내수 부진 → 자산가격 추가 하락 → 부채 추가 축소 → 소비ㆍ투자 추가 감소 → 경기불황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차대조표 불황을 겪게 되면 경제성장 여력이 훼손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경기침체의 원인과 전망을 놓고 최근 경제학자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 주목받고 있다. 미 노스웨스턴대 로버트 고든 경제학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끝난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류의 경제성장은 정점을 찍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소득의 불평등으로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이를 사줄 수요가 부족해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같은 대학 조엘 모키르 경제학 교수는 “과거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듯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며 “로봇, 인공지능, 신소재, 생명시스템 등 혁신의 영역은 고갈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의 존재의의와 역할에 의문을 던지는 한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정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기술혁신 주도 경제’로 전환하는 게 구조개혁의 핵심”이라며 “혁신가들이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기술혁신의 결과를 향유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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