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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중앙아시아의 신흥 성장국 우즈베키스탄, 스타트업 기반의 성장구조로 전환 꾀한다
윤근영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정책자문2팀 전문연구원 2026년 04월호
지난해 12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고등교육과학혁신부 회의실. 샤리포프 콩그라트바이 고등교육과학혁신부 장관과 아스로르 노로프 혁신개발청장 직무대행이 직접 한국 방문단을 맞이했다. 환영 인사로 시작된 회의는 곧 우즈베키스탄의 미래 성장 전략을 둘러싼 정책 대화로 이어졌다. 화두는 분명했다.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성장 구조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연평균 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중앙아시아의 신흥 성장국으로 부상했다. ‘우즈베키스탄 2030’과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을 통해 혁신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국가 목표로 제시했고 IT 파크 설립, 스타트업 세제 감면,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년 비중이 큰 인구 구조는 창업과 혁신을 뒷받침할 잠재적 동력으로 평가된다.

최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스타트업 수를 5천 개로 확대해 최대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고, 기업 설립과 금융·통신 절차의 전면 디지털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내륙국으로만 둘러싸인 이중내륙국이라는 지리적 제약 속에서, 디지털경제와 혁신산업은 우즈베키스탄이 글로벌시장과 연결되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혁신과 디지털 전환, 그리고 이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은 이제 국가전략의 핵심이 됐다.
 

창업은 빠르게 늘지만 벤처투자는 부족…
금융 구조와 제도적 환경 보완 등 개선 방향 모색 지원

착수보고회에서 공유된 고민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창업 기업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민간의 벤처투자는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고, 특히 시리즈 A·B 단계의 자금 공백이 성장의 주요 병목으로 지적됐다. 정책 방향은 설정됐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금융 구조와 제도적 환경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2025~2026년 우즈베키스탄과의 KSP 사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 스타트업 생태계가 직면한 과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연구 축으로 구성됐다.

첫째는 우즈베키스탄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해외 사례와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단계를 경험한 한국은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우즈베키스탄에 그대로 적용될 정답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 현지 상황에 적합한 정책 방향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생태계의 강점과 약점, 개선 과제를 식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를 제시할 예정이다.

둘째는 스타트업 지원 제도와 규제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창업 단계뿐 아니라 투자·성장·회수 단계까지 일관된 제도 환경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개발(R&D) 중심의 창업 지원이 선순환 구조로 연결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우즈베키스탄이 포괄적인 ‘스타트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로 제도 공백을 점검하고 한국의 법체계 구축 경험을 공유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질 것이다.

셋째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이다. 한국 역시 1980년대 정부 주도의 기술금융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모태펀드와 팁스(TIPS)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공이 위험을 일부 분담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 이는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생태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정책금융 설계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시장을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경험을 공유해 우즈베키스탄 정책금융에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우즈베키스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및 벤처기금 활성화에 필요한 금융적 지원과 비금융적 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이번 협력사업의 핵심이다.

현지 세미나, 세부 실태조사로 생태계 작동 방식 확인,
정부 거버넌스 등 한국 경험 토대로 다양한 과제 협력

2026년 2월, 연구진은 다시 한 번 타슈켄트를 찾아 현지 세미나 및 세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문헌이나 통계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생태계의 실제 작동 방식과 정책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혁신개발청을 비롯해 재정경제부와 중앙은행, 디지털기술부와 IT 파크 등 주요 정책기관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청년 지원기관, 대학 관계자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인터뷰를 병행해 각 기관이 겪는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현장의 평가와 기대를 폭넓게 청취했다. 
 

면담에서 관계자들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창업 인재 양성부터 아이디어 발굴, 사업화, 투자 연계에 이르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월 11일 발표된 대통령령(PQ-59)에서는 2030년까지 스타트업 프로젝트 확대와 벤처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정하고 교육 단계에서의 창업 역량 강화와 대학 기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확대, 초기 창업팀에 대한 금융 및 사업화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제도 환경 개선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 간 역할 분담과 정책 조정 구조를 둘러싼 논의도 이뤄졌다. 디지털 기술, 핀테크, 벤처투자, 청년 창업 지원 등 여러 부문에 걸쳐 각 정책기관과 역할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부처의 역할과 정책 거버넌스와 관련된 한국 사례에 대해서도 관심이 제기됐다. 일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은 전담 부처의 기능과 정책 조정 방식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이어가기도 했다.

반면 지원정책의 빠른 확대와는 별개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기됐다. 투자기관과 관계자들은 초기 단계에 있는 창업팀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 기준을 충족할 만큼 준비된 스타트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창업 프로그램의 확대뿐 아니라 인큐베이션 단계에서의 역량 강화와 경험 있는 멘토와의 투자 네트워크 확충이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우즈베키스탄은 현재 빠른 경제 성장과 젊은 인구 구조,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동시에 투자 생태계의 성숙도, 창업 인재 육성, 그리고 제도적 환경 정비 등 다양한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한국 역시 과거에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초기에는 정부 주도의 정책금융과 프로그램이 시장 형성을 뒷받침했고, 이후 민간투자와 창업 생태계가 점차 확대되며 현재의 구조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우즈베키스탄이 향후 정책금융과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2004년 KSP 출범 당시부터 함께해 온 원년 협력국이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며 축적된 신뢰는 이번 사업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바로 지금, 중앙아시아의 한가운데에서 스타트업 기반 성장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함께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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