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트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의 여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ID 하나로 이동, 의료, 법률, 비자, 주거 같은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라비 샨카르 판디트
코넥트 대표
2021년 인도 청년 라비 샨카르 판디트(Ravi Shankar Pandit)는 유학할 대학원을 찾고 있었다. 목표는 미국 하버드나 스탠퍼드였다. 그러다 친구 소개로 한국의 KDI국제정책대학원(이하 KDI대학원)을 알게 됐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수진 이력을 하나씩 살펴봤다. 하버드, 스탠퍼드, MIT 박사가 줄줄이 나왔다. “굳이 그 학교들에 갈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한 교수님들께 한꺼번에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세종으로 왔다. 5년 뒤 그는 대전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코넥트(Konnect)의 대표가 됐다.
이동·주거 등 한국 내 서비스 이용 돕는 플랫폼 개발…
‘여행의 구글’을 목표로 인도·일본 등으로 진출 예정
판디트 대표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10여 개국을 옮겨 다니며 자랐다. 인도에서는 10년 가까이 인도 프리미어리그(IPL) 같은 대형 스포츠 리그의 마케팅을 했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꾸린 올림픽 태스크포스에서 인도 국가체육정책 권고안을 같이 작성하기도 했다. 일본 쓰쿠바대에서 2년간 첫 석사 공부를 한 후 KDI대학원의 공공정책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동기의 절반 가까이가 각국 공무원이었고, 토론식 수업에서 공공 부문의 사고방식을 배웠다. 한국인 아내도 그곳에서 만났다. 사실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 졸업 후 인도로 돌아가 싱크탱크나 정부에서 일할 계획이었다.
계기는 학교 밖에 있었다. “학교 안에서는 모든 것이 영어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교문을 나서면 다른 세상이펼쳐져요.” 은행 계좌를 트는 일, 집 구하는 일, 행정 처리 하나하나가 다 벽이었다. 한국 휴대폰 번호와 은행 계좌, 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그는 한국에 산 지 4년이 넘도록 쿠팡도, 배달의민족도, 카카오택시도 써보지 못했다. “쓰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방법을 알아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서 포기한 거죠.” 그는 이 문제가 한국만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낯선 나라에 가면 일주일을 머물든 1년을 머물든 누구나 같은 처지가 된다. 그가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온 30여 년 동안 왜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않았을까. 코넥트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2022년 한국어 선생님이 알려준 대전시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외국인끼리 공공 체육시설을 찾아 함께 운동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티 앱으로 1등을 했다. “나 같은 사람도 한국에서 스타트업 대표가 될 수 있겠다고 처음 생각한 순간이었습니다.” 외국인이 창업 관련 비자를 받으려면 교육 이수와 특허 출원으로 점수를 채워야 한다는 사실도 그곳에서 처음 알았다. 그는 2024년 3월 법인을 세웠다. 외국인이 겪는 불편이 체육시설을 찾고 사용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가 창업한 코넥트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의 여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여권이다. 어느 나라 여행자든 반드시 가진 신분증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여권을 스캔하고 얼굴을 인식하면 두 정보를 대조해 코넥트 ID를 만든다. 여권 진위는 법무부가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확인한다. 이 ID 하나로 이동, 의료, 법률, 비자, 주거 같은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택시 앱이나 배달 앱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 작동하는 한국 서비스 위에 외국인용 길을 내는 방식이다. 지금은 한국의 모빌리티 회사, 통신회사와 유료 실증(PoC)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의료와 법률 분야로 범위를 넓힌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의료·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외국어를 하는 의사와 변호사가 많다고 했다. “인재는 이미 한국에 있습니다. 외국인이 그들을 찾을 방법이 없을 뿐이죠.”
여행 정보 검색도 같은 흐름에 있다. 코넥트는 자체 검색 시스템으로 외국인에게 필요한 한국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아주고, 내년부터는 검색 결과에서 바로 예약까지 이어지게 할 계획이다. 그는 특히 지방에 공을 들인다. 외국인들이 서울 말고 한국의 멋진 지방 도시에 많이 가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외국인들도 서울, 부산, 제주는 압니다. 대신 왜 대전에, 충주에, 대구에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광명시, 대전시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코넥트 웹서비스에는 8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 최근 두세 달 사이에만 5만~6만 명이 찾았다. 한 달 전 안드로이드 앱을 내놨고 아이폰 앱은 올 11월 말 출시 예정이다. 그의 목표는 코넥트를 ‘여행의 구글’로 키우는 것이다. 한국에서 모델을 다듬은 뒤 같은 문제를 가진 일본과 인도로 영역을 넓힐 생각이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우승이 투자 유치로 이어져…
외국인 창업자는 늘지만 한국 정착은 적어 그 틈 메울 것
이런 서비스에 투자자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 있다. 챗GPT 같은 프런티어 AI가 좋아지면 하루아침에 쓸려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더 나은 서비스가 나와서 삶이 편해진다면 기꺼이 코넥트를 닫겠습니다. 문제는 그게 가능하냐는 겁니다. AI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답을 줄 수 있지만 택시를 불러줄 수 있을까요?” 현지 파트너와 믿을 만한 서비스망은 사람이 발로 뛰어 만드는 것이지 코딩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창업 후 투자 유치까지는 1년 가까이 걸렸다.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정부지원이나 투자를 받기는 쉽지 않다. 한국어로 지원서를 써도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검색하다가 중소벤처기업부의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알게 됐다. 2024년에는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25년 2,625개 팀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우승 이후 여러 투자자 앞에서 거듭 발표할 기회가 생겼고, 정부 프로그램에 뽑혔다는 사실이 일종의 보증이 됐다. “거절당할 때마다 발표 자료를 고쳤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제품보다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버티는지를 봅니다.” 씨엔티테크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초기(시드) 투자를 받았고, 지난 9월 인도계 창업자로는 처음으로 팁스(TIPS)에 선정됐다. 석 달 전 처음 만났을 때 팁스에 선정될 수 있을지 걱정하던 그였는데, 그 사이 직원은 2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그는 다른 외국인 창업자를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 지원 제도는 많지만 정작 외국인 창업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서비스 등이 만들어져 실제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창업자가 만든 회사는 한국인 직원을 어디서 뽑아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했다. 코넥트의 첫 디자이너는 구글 번역기로 채용 공고를 써서 겨우 구했다. 그나마 2주마다 영어로 네트워킹 행사가 열리는 서울 역삼동의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가 큰 힘이 됐다. 그곳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외국인 창업자와 한국인을 만날 수 있어서다. 그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창업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착하는 사람은 적다며 그 틈을 메우는 것도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로 진행되는 창업 행사를 열심히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한다. 그가 강조한 말이 있다. “세계에 알려진 나라와 정말 글로벌한 환경을 가진 나라는 다릅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 알려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우리 회사를 외국인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코넥트는 한국에 등록된 한국 스타트업입니다.”
언젠가 K팝과 K뷰티 열풍이 식더라도 외국인이 계속 찾고 머무는 나라가 되려면 그들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어야 한다. KDI대학원에서 공부한 인도 청년이 그것이 가능하도록 길을 개척하고 있다. 코넥트가 한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창업 성공 사례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