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나 의료와 관련된 보험은 종류가 여러 가지라서 사람들이 잘 구분을 못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들 수 있는 건강이나 의료 관련 보험은 누가 보험 상품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하나는 정부(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만들어 독점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이다. 국민 개개인이 병이 나거나 사고로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때 국가로부터 비용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전원에게 의무적으로 들게 하는 국영보험이다. 국민 상조(相助)를 취지로 정부가 국민 각자에게 국민 전체의 보험료 부담을 공동으로 지우되 개개인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과해 강제로 걷기 때문에 부자는 보험료를 더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덜 내면서 소득이 재분배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다른 하나는 민간(민영) 보험회사들이 운영하는 민간(민영) 의료보험(건강보험)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임의로 가입하고, 가입 당시 약관에 따라 가입 후 약정한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관련 의료비용 등을 충당할 수 있도록 경제적 보장을 해 준다. 보험료를 본인이 부담하므로 국영 의료보험과 같은 소득 재분배 효과는 없다.
생명보험사 건강보험과 손해보험사 의료실비보험
민영의료보험은 보험업법에서는 제3보험으로 분류하는 보험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업을 생명보험업ㆍ손해보험업ㆍ제3보험업으로 나눈다. 생명보험업은 가입자(사람만 해당)의 생존 또는 사망에 관해 보험 약정을 맺고 급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대신 보험료를 받는 사업이다. 손해보험업은 우연한 사고로 발생하는 가입자(사람이 아니라도 가입 가능)의 손해를 보상해 주기로 약속하고 보험료를 받는 사업이다. 제3보험업은 가입자(사람만 해당)가 가입 후 질병이나 상해 또는 그로 인한 간병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을 때 약정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거나 손해를 보상해 주기로 약속하고 보험료를 받는 사업이다. 그래서 제3보험업에서는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을 주요 보험 상품(종목)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시중에서 보험회사들이 판매하는 보험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명보험사에서 파는 건강보험(의료보험)도 있고 손해보험사에서 파는 의료실비보험이란 것도 있다. 이 둘은 또 어떻게 다를까?
생명보험사 건강보험은 보험업법상 생명보험업 범주에 속하는 보험 상품으로, 보험보장을 해 주는 사건(사망, 질병, 재해 또는 상해로 인한 입원비나 치료비, 진단비 등)의 종류와 보장액수를 약관에 명시해 놓고 가입자에게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약속한 경제적 보장을 해 준다. 보험계약으로 약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는 가입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의 크기에 상관없이 미리 약정한 금액을 가입자에게 제공한다.
반면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의료실비보험은 보험업법상 제3보험업 범주에 속하는 보험 상품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계약으로 약정한 사건(질병이나 상해 또는 그에 따른 간병 등)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는 실제로 가입자가 부담한 의료비만 보상해 준다. 이른바 실손(실제로 입은 손해) 보상만 해 준다는 얘기다.
국민 개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국영 건강보험은 어차피 강제로 드는 것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민영 의료보험에 드는 것이 좋으냐 하는 것, 그리고 민영 의료보험을 든다면 생명보험사 건강보험과 손해보험사 의료실비보험 중 어떤 것이 좋으냐 하는 것이다.
개략해서 말하면, 우선 보험료를 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민영 의료보험에도 드는 게 좋다. 현행 국영 건강보험의 경우, 암 같은 중대 질병에 걸렸을 때 들어가는 고액의 치료비 등 큰 질병에 대한 보장성이 높고 점점 더 보장성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암 치료 과정에서 국영 건강보험으로는 일부 보장되지 않고 본인이 부담해야 되는 부분이 생기곤 한다. 따라서 민영 의료보험에 들어두면 본인 부담 부분까지 보험사가 제공하는 보상으로 충당할 수 있다. 민영 건강보험으로 국영 건강보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민영 의료보험을 든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보험 가입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암처럼 치명적이고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병에 대비하려는 목적이라면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건강보험이 좋다. 암 등 치명적 질병에 걸리면 단지 병 치료뿐만 아니라 생업을 못하게 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적 타격이 생기기 쉬운데, 생보사 건강보험은 보장액수를 높인 보험상품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능력에 따라서는 평소 보험료를 더 냄으로써 큰일에 더 많이 대비할 수 있다. 손해보험사 의료실비보험의 경우 작은 병, 큰 병 할 것 없이 보장은 해 주지만 기본적으로 실손을 보상해 주다 보니 유사시 보장의 크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평소 보험료 내는 게 부담이 되거나 지출한 의료비를 돌려받는 정도로만 보험 보장을 받고 싶다면 손보사 의료실비보험에 드는 게 좋다.
보증보험과 재보험
보증보험은 매매계약이나 고용계약 등 각종 계약을 맺고 거래하는 당사자 가운데 채권자가 입는 손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 상품이다. 채무자를 보험계약자, 채권자를 피보험자(곧 보험금 수혜자)로 삼고 채무자가 계약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채권자가 입는 손해를 보상한다. 보통 손해보험은 계약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보상해 주는 상품이지만 보증보험은 보험료를 받는 대신 담보나 보증인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점에서 여느 손해보험과는 다르다.
대표적인 보증보험 상품으로는 신원보증보험과 이행보증보험이 있다. 요즘 기업들은 새로 입사하는 임직원에게 으레 신원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한다. 기업에 새로 입사한 임직원이 채용될 때 회사와 했던 계약을 지키지 않아서 회사(사용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보증보험회사는 채권자(피보험자)인 회사에 피해를 보상해 준다. 이행보증보험도 마찬가지로 각종 계약에 따르는 대금 지급이나 노동력 제공 등 채무의 이행을 보증해 주는 손해보험 상품이다. 보증보험은 일반 손해보험회사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보증보험 전문 보험회사가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이 유일한 보증보험회사다.
재보험(再保險, reinsurance)은 말 그대로 ‘보험회사의 보험’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약정한 사고를 당하면 보상을 해 줘야 하지만 사고 규모가 너무 크면 충분히 보상해 주지 못할 경우도 생긴다. 계약고객이 입은 손해를 다 보상해 주다 보면 보험회사가 망할 지경에 몰릴 수도 있다. 이런 경영 위험에 대비해 보험사들도 평소 보험을 든다. 이렇게 보험사들이 보험 계약자로 가입해 유사시 보상을 받는 보험이 재보험이다. 보험회사를 고객으로 상대하며 재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회사를 재보험회사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코리안 리(KOREAN RE)가 유일한 민간 재보험 전업회사다.
재보험은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할 것 없이 들고, 국경을 초월해 활용되고 있다. 국내 보험회사가 해외 재보험사에 들기도 하고, 해외 보험회사가 국내 재보험사에 들기도 한다. 재보험사는 보험사에 유사시 보상을 해줘야 하는 만큼 특히 재력이 든든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많고, 국내 손해보험회사도 다수가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이 해외 재보험사에 흔히 드는 재보험의 전형적인 예로는 해상보험이 있다. 해상보험은 바다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선박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받고, 해상사고가 나면 손실을 보상해 주는 손해보험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