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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일본경제 침체의 이유
이우광/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2012.07.30

20년 이상 장기침체가 지속되는 일본경제를 경제이론으로 해명해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해석들이 나오지만 부분적인 현상을 설명하기에 급급하다. 예를 들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산이 감소하고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경제이론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유럽발 세계 금융시장불안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엔화는 과연 안전자산일까? 일본정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훨씬 상회해 세계 최대 수준이다. 게다가 세수(稅收)가 세출(歲出)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채는 장기금리 1% 수준에서 잘 팔리고 있다. 국채의 90% 이상을 일본 국민들이 소화하기 때문에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은 재정파탄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들은 왜 국가재정 파산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일본 국민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과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애국심 때문일까?


아무튼 최근 일본경제에는 이런 현상들이 숱하게 많다. 최근 서구 국가들도 일본처럼 되지 않기 위해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원인을 규명하려 애써 보지만 쉽게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버블이 붕괴되었을 때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으로 부실채권을 빨리 정리하고,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것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대책은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인구구조가 일본경제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로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 즉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일본경제가 부침(浮沈)을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 세대가 생산가능연령이 된 1960년대 중반부터 전국에서 도시나 공업단지에 노동력이 집중되는 도시화 현상과 고도성장이 일어났다. 단카이 세대의 자식들(단카이 주니어)이 성장하여 넓은 주택으로 이사 가려는 수요가 발생한 1980년대 중반에 부동산 버블이 일어났고, 이들이 독립하기 시작하자 부동산 버블은 붕괴되었다. 단카이 주니어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1990년대 중반에 일본경제가 약간 회복되는 듯 보였으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7년경부터 일본경제는 수요 감소로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본은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도서출판부수, 수도 소비량, 심지어는 알콜 섭취량까지도 줄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카이 세대가 대거 은퇴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일본경제는 본격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단순히 인구의 저출산화·고령화만이 문제가 아니라 인구구조가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전후 베이비붐 이후 산아제한(産兒制限) 정책으로 출산율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출산율이 저하하여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 것이 일본경제를 침체시킨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정책 담당자들은 생산가능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방지하는 방안에 여성노동력 활용 증대, 외국인 노동자 유입, 정년 연장 등이 있으나 일본 정책 담당자들은 이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본의 인구문제를 보면 마치 한국의 인구문제를 보는 듯하다. 한국도 2017년경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 정책 담당자들은 인구문제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까?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있어서는 일본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듯하나 여성노동력 활용이나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일본보다는 소극적인 것이 우려된다. 일본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산업이나 기술을 따라잡는 것뿐만이 아니다.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일본과 제도나 산업구조가 비슷한 만큼 일본경제 연구에 열중할 필요가 있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wklee@kj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