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새벽 미국의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서는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전 세계 언론의 취재진들이 모인 가운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당선 연설이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역설하며 보다 희망적인 미국의 미래를 약속했지만, 외신들은 세계경제의 성장둔화와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비롯한 미국내 문제들을 이유로 향후 미국이 험난한 길을 가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경제는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소매판매 및 주택지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등 주요 경제지표가 다소 호전되긴 했지만, 경기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장기간 8%대에 머물러 있던 실업률도 9월과 10월에 각각 7.8%, 7.9%를 기록하는 등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5~6%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의 비율로 계산되는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하락한 원인 중 대부분은 열악한 고용 여건에 낙담한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단념하면서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표 경제지 <포춘(Fortune)>은 현재 구직활동이 가능한 미국 성인 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비중이 27%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경기부진과 중국의 성장둔화로 인해 수출환경을 비롯한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미국경제의 취약성으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의 최대 쟁점 역시 경기회복과 고용개선이었던 만큼 외신들은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재정절벽 방지를 꼽았다. 재정절벽이란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해 경기침체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조지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이 단행한 세금 감면 혜택들이 올해 말 종료되면서 내년 1월부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지출 삭감과 증세가 시작된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이 재정절벽을 막기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되는 부분이 타격을 받게 되면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이미 미국경제의 성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절벽이 실현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기업들이 자본지출 및 고용을 포함한 내년 사업계획을 보류하고 있는데, 이로써 고용과 투자여건이 악화되어 향후 미국의 경제성장이 추가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정절벽이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연방정부의 장기 재정적자 및 세수부족으로 인해 성장률이 2∼2.5%의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비아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기고를 통해 지난해 캐나다와 독일의 세수는 각각 GDP의 38%, 45%에 달했지만, 미국 정부의 세수는 GDP의 3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삭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에너지·인프라·의료보험제도 등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를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