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천정부지로 오르던 집값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큰 장애물이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신혼부부가 자력으로 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집값은 오르고 또 올랐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면서 집값이 드디어 안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전·월세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보통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택구입이고 또 하나는 매달 집주인에게 일정액을 대가로 지불하고 입주하는 월세다. 마지막은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입주해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주할 때 그 보증금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전세다. 이 가운데 전세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거래 관행이다.
세입자는 전세입주로 사전에 계약기간 동안 해당주택의 주거서비스를 모두 구입한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은행에예금했다가 퇴거할 때 인출하여 돌려준다면 집주인은 그동안의 은행이자를 주거서비스의 대가로 받는다. 전세보증금을 즉시 빼내기 어려운 다른 용도에 사용하더라도 현 입주자가 퇴거할 때 다음 입주자가 맡기는 보증금으로 환불해 주면 된다. 이 경우에 전세보증금 사용의 기회비용은 은행이자다.
이 이자를 매월 인출해서 사용한다면 전세는 결국 이 이자만큼을 월세로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자가 월세보다 더 많다면 집주인은 월세 아닌 전세입주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입주자로서는 전세보증금으로 쓸돈을 은행에 예금하고 월세로 입주하는 것이 더 낫다. 매달 받는 이자에서 월세를 내고 남는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주인과 입주자는 기본적으로 전세값의 월 이자가 월세와 같아지는 수준으로 전·월세값을 합의한다. 그런데 월세입주는 전세값 같은 큰 목돈이 없어도 되니 입주자에게 유리하지만 집주인에게는 월세 체불의 위험이 작용한다. 현실의 월세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전세보증금의 은행이자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고 흔히 보증금의 명목으로 일정액을 집주인에게 맡기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월세는 세입자가 입주한 주택에서 한 달간 거주하는 서비스의 가격에 월세 체불 위험에 대한 보상을 합한 값이다. 반면 전세입주에는 월세 체불이 없다. 그러므로 해당 주택의 1개월 거주서비스의 가격은 정확히 전세보증금의 월 이자와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집값은 무엇을 나타낼까?
| 사람들이 집값 하락을 확신하면 전·월세값은 오르고
집을 구입하면 해당 주택이 수명기간 동안 제공하는 모든 주거서비스는 주택 구입자의 소유로 귀속된다. 그리고 주택이 자리한 대지의 소유권도 구입자에게 귀속되므로 주택 구입가격은 주택 수명기간 동안의 주거서비스 가격과 대지가격을 합친 값이다. 그러므로 대지값이 빠진 전세보증금과 집값의 관계는 좀 복잡하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지의 가격이 0인 경우를 먼저 생각해보자.
이때 한 주택에 2년 동안 전세로 입주하는 경우와 이 주택을 구입해서 살다가 2년 뒤 팔아버리는 일반 매매를 비교하면 집값과 전세보증금의 관계가 분명해진다. 전세 입주는 전세보증금을 맡기고 들어가 살다가 2년 뒤에 퇴거할 때 맡겼던 전세금을 되돌려 받는다는 계약이다. 이 계약은 현재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만큼의 값을 지불하고 집을 매입하면서 2년 뒤에 산 값과 같은 값에 되팔기로 약속하는 환매조건부 거래의 계약과 같다. 주택을 구입해서 살다가 2년 뒤에 파는 행위라는 점은 일반 매매와 같지만 구입가격과 같은 값에 되판다는 환매조건부라는 점이 다르다.
위의 예에서 전세입주나 주택구입의 일반 매매가 실제구입하는 것은 2년간의 주거서비스다. 그러나 전세로 입주하면 2년 뒤에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만 주택을 구입하여 2년 뒤에 팔면 받는 집값은 그때의 시장가격이다. 이제 사람들이 2년 뒤의 집값이 현재의 집값과 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해 보자. 이 경우에 주택구입은 집값만큼의 전세보증금을 맡기는 전세입주와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므로 전세값이 싸면 전세로 몰리고 집값이 싸면 주택구입으로 몰린다. 결국 집값과 전세값이 같아야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2년 뒤에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전세입주자는 2년 뒤에 전세보증금만 찾아가지만 구매입주자는 2년 뒤에 산 값보다 더 비싼 값으로 주택을 팔아 차액을 남길 수 있다. 주택의 구입가격이 전세값 이하라면 전세입주보다 구매입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집값이 전세값보다 높더라도 사람들이 집값 상승폭이상당히 클 것이라고 확신하면 집값 마련에 필요한 이자비용 증가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구매입주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입주보다 주택구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전세 수요는 줄고 주택구매 수요는 늘어난다.
| 전·월세값을 못 오르게 규제하면 집값이 오를 뿐
그 결과 집값이 오르고 전세값은 내려가므로 집값이 전세값보다 더 높게 유지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앞으로 집값이 계속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전세보다는 주택매입을 선택할 것이므로 집값과 전세값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반대로 사람들이 집값 하락을 예상한다면 전세입주가 더 유리해져서 전세값이 집값보다 더 높은 상태로 반전된다. 결국 집값과 전세값의 차이를 결정하는 요인은 집값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예상이다. 현실의 주택시장에서 대지값은 0이 아니고 주택의 매매가격에는 대지값이 포함되어 있다. 또 주택의 매매에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이 부과되지만 전세입주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대지값과 각종 세금을 포함하더라도 위의 분석결과에는 변함이 없다. 현실의 집값이 오를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 전세입주에서 주택구입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상승폭을 더 크게 확신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전환수요도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주택 구입 수요와 줄어든 전세 수요 때문에 집값은 전세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오르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의 집값은 계속해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고 전세값보다 두드러지게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내세운 목표는 일관 되게 집값 안정이었다. 최근 드디어 집값이 안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전세값 급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집값에 크게 미치지 못하던 수도권 전세값이 지역에 따라서는 집값을 웃돌기도 한다. 수도권 집값이 오르지 않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전·월세값 급등이 서민들의 주거비용을 압박하자 전·월세값에 상한선을 정해 더 오르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정책이거론됐다. 지금 전·월세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기 때문이다. 전·월세값을 못 오르게 규제하면 주거를 구하지 못한 초과수요는 주택 구입쪽으로 내몰리므로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의 전·월세값 상승은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꺾이면서 집값이 안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월세값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으면 안정되어 가던 주택값만 불안해질 뿐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