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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우리는 지금 행복할까?
소병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2014.01.23

일부 경제학자들이 행복에 관한 경제학적 연구인 행복경제학을 수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행복경제학은 일차적으로는 경제적 여건이 사회후생, 다시 말해 인간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경제성장·소득·실업·인플레이션 등이 개인의 안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행복을 측정가능하다고 보는 행복경제학의 전제는 개인효용의 기수적 측정이라는 패러다임(특정 견해의 이론 체계-편집자 주)이다. 개인효용의 서수적 비교만으로 상대가격에 반응하는 개인의 효용극대화 문제를 풀어왔던 신(新)고전파경제학 미시적 분석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를 가져온, 가히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수학에 근거해 정형화된 현대경제학은 이제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행복경제학이고 또다른 하나가 재화의 물리적 소비보다는 정신적·육체적 체험이 더 중요한 특성이 되는 문화상품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경제학이라 할 수 있다.

 

 

| 한국인, 스스로 매긴 행복지수 6.9점

 

18세기의 경제철학자 벤담(Jeremy Bentham)은 국가정책의 목표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고 보았다. 2013년 12월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이 스스로 매긴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9점으로 나타나서 몇 년 동안 제자리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행복시대를 연다’는 현 정권의 정치적 수사학을 넘어서서, ‘어떤 정책으로 우리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공공정책의 결정권자인 공직자들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의 확보라고 본다면, 이를 위해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가 주장한 3가지 기본 기능인 국방, 치안 및 공공재의 마련은 기본이 될 것이고, 국가의 경제정책과 문화정책이 국민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소득이 높아진 현재는 재화의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서 재화의 체험시대로 접어 들었다. 돈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체험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돈으로 사랑은 살 수 없다고 하는 경구가 있듯이 돈을 아무리 많이 지불해도 행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거시경제정책의 목표는 성장을 통한 고용의 확보와 국민소득의 증대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서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고 나면, 행복도의 성장이 국민총소득의 성장을 따라 가지 못한다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의 경험이며, 이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기도 하다. 소득의 증대가 항상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 남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많으면 불행하게 느껴

 

노벨상 수상자 새뮤엘슨(Paul Samuelson)은 ‘행복=소비÷욕망’이라는 행복방정식을 내놓기도 했지만, 행복에는 개인의 선호와 이를 채워주는 물질적 재화와 비물질적, 즉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작용한다. 개인의 선호와 행복을 수용할 능력은 개인의 천부적이고 유전자적인 특성에 의해 정해지고 주위의 환경에 제약을 받는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w Economic Foundation, NEF)에서 발표하는 2012년도 지구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 HPI)에서 우리나라는 151개국 중 63위를 기록하여 몇 년 전보다 5단계 정도 상승했다. 반면, 세계적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지표 중 2013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생활만족지수(Better Life Index)에 의하면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27위로서 25위였던 3년 전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은 우리보다 소득이 낮지만 행복지수는 더 높다. 부탄은 40년 전부터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을 기준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GNH를 정책수립의 기준으로 삼는 정부는 개인의 행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요인들을 파악해야 한다. 행복은 상대적이기도 해서 남과 비교하여 내가 부족한 것이 많으면 불행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길거리광고판이 금지되어 있다. 행복경제학자 레이야드(Richard Layard)는 광고는 소득격차를 일깨워서 사람들의 불행을 유발하는 큰 요인 중 하나여서 당연히 추방되어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 경제적 위치를 확보한 인간은 창의력을 발휘할 때 행복해져

 

삶의 질적 향상과 기회 확대를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는 인간은 행복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자원과 시간으로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면 그 다음은 여가를 심심하지 않게 보낼 문화활동을 찾게 된다. 문화활동이 통제되어 있다면 인간은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 인간이 행복을 의식하는 데는 문화적 요소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주변에서도 자신이 자라난 문화권과 다른 문화권으로 이주해서 문화적 충격으로 당황해하고 불행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 될 것이다. 사회의 구조적 유연성을 키우고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적 개화를 해야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을 위한 문화에는 문화의 비물질적이고 무형적인 소프트웨어적 측면과 문화의 물질적이고 유형적인 하드웨어적 측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영역에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문학·사회과학·공학 등 각각의 학문분야에서뿐 아니라 이들의 융합적 혹은 통섭적 산출물을 생산해낼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임무 중의 하나이다. 더 이상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위치를 확보한 인간은 창의력을 발휘할 때 행복해진다. 인간의 행복을 위한 문화상품을 개발할 문화산업의 일꾼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여건을 마련해준다면, 우리의 문화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국민의 행복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소병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sooa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