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의 화두는 단연 ‘적극행정’이라고 하겠다. 내수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일자리 창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정부에 기대하고 있다. ‘안 된다고 하는 행정’에서 ‘해주는 행정’으로, 국민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고 이를 체감할 수 있는 행정으로의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감사원부터 적극행정 분위기 조성 위해 노력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10명 중 6명이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행정에 관한 국민인식조사: 2014년 4월, 한국행정연구원), 공무원들은 10명 중 2명만 그렇게 생각하는(행정에 관한 공무원인식조사: 2013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 것으로 나타났다. 6 대 2, 그 인식의 간극은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원전비리 등 공직사회의 구조적 비리와 세월호 침몰사고 등으로 대변되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행태로 인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의 소극적 행정에 의한 보이지 않는 규제, 부처 간에 실타래처럼 얽힌 덩어리 규제가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데도 어지러운 현 상황을 해결할 속 시원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각에선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공직문화, 합법성을 강조하는 감사관행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감사원 감사관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지적이 불만스럽기는 하나, 감사가 행정의 경직성을 야기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공직사회에 상당부분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에 대해 감사원은 근거 없는 비판으로 치부하고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감사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공무원이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선 그 책임을 면제하는 적극행정면책제도를 도입(2009년 1월)한 것이다. 그리고 감사방향도 ‘왜 해주었는지’에 대한 감사에서 ‘왜 해주지 않았는지’에 대한 감사로 전환하는 등 감사로 인해 행정의 경직성이 야기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3년 12월 황찬현 감사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억울하게 문책받는 일이 없도록 대심적 운영방식을 도입해 피감자의 방어권을 더욱 확대했고, 적극행정면책제도도 일선 행정현장에서 면책요건(공익성, 타당성, 투명성) 등을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면책추정조항을 마련하는 한편, 올 2월에는 면책제도의 운영근거를 「감사원법」에 규정해 제도적 운영기반을 한층 공고히 했다. 또한 그간의 적극행정 면책사례 등을 모아 사례집(「열심히 일하는 공직문화, 날개를 달다」)을 발간하고, 61개 지방자치단체에 순회교육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창의적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부 변호사를 감사권익보호관으로 위촉…감사委에서 소명인 입장 대변
아울러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감사원은 지난 9월 1일 감사권익보호관제도를 도입하고 정부법무공단 소속의 변호사를 감사권익보호관으로 위촉했다. 감사권익보호관제도는 감사를 받는 공무원(소명인) 등이 감사지적 내용에 대해 적극행정 면책을 신청하거나 이견을 제출하는 경우 감사원 외부인인 감사권익보호관이 국선 변호인과 유사하게 소명인의 입장에서 이를 검토·지원하고, 최종적으로는 감사위원회의에도 참석해 대변하는 제도다. 다만 국방·안보 등 법령에 따른 비밀사항은 감사권익보호관의 검토를 거치지 않고 현행처럼 감사원 심의부서에서 검토한다.
감사원이 이와 같이 외부인(정부법무공단 변호사)으로 하여금 적극행정 면책요건 등 소명자료의 내용을 검토하게 하고 소명인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한 것은, 과거 감사소명제도에서도 독립된 감사심의부서에서 소명자료를 검토하도록 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자 했으나 결국 감사원 내부시각에서의 검토라는 점에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감사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2014년 12월 발족한 감사원 감사혁신위원회(위원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에서도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감사원이 감사 대상기관의 목소리를 더욱 존중·경청해야 하고 이를 위해 피감기관의 눈높이에 맞는 진정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이를 적극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감사지적 내용과 관련 없는 외부인이 감사위원회의 심의과정에 참석해 발언하도록 한 것은 감사원이 설립된 이래 그 유례가 없는 최초의 시도로 평가할 수 있으며, 감사를 받는 자의 방어권 및 절차적 정당성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감사권익보호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소명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업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감사자료에 대한 접근권한도 폭넓게 부여했는데, 이 부분도 감사 대상기관의 의견을 존중·경청하고자 하는 감사원의 적극적 의지를 담은 부분이라 하겠다.
피감자의 방어권과 절차적 정당성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 될 것
지난 9월 1일 감사권익보호관제도가 도입된 후 한 달 만에 전년 9월 접수된 4건을 2배 이상 초과해 10건의 소명자료가 접수되는 등 감사 대상기관에서도 감사권익보호관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감사권익보호관제도로 피감자들이 겪는 애로사항이 100%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일선 감사관들이 감사현장에서부터 이를 직·간접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어 그간의 감사관행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일방적·폐쇄적이라고 오해받던 감사원 감사에 대한 외부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제도 도입 초기로 그 성과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감사권익보호관제도가 불합리한 규제개혁 등 공직사회의 적극행정을 유도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보호하는 핵심제도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