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경제학 소믈리에글로벌 불균형, 위안화 절상으로 해결될까?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2015년 11월호

 

개방경제에서 경상수지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이론적으로 전 세계 경상수지의 합은 영(零)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는 세계 어느 국가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기적 소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큰 폭의 흑자와 적자가 특정 국가에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거시경제적으로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의 발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은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가 특정 국가군에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환율조작국에 징벌적 관세 부과 가능해진 美


2000년대 들어 미국과 중국 간의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가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수출이 급격히 증가해 세계 제1의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은 2001년 GDP의 1.3%에서 급속히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GDP의 10%에 달했다. 이렇게 빠른 중국의 수출 증가는 미국이라는 세계 제1의 소비시장을 배경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2001년 GDP 대비 3.7% 수준이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 5.7%까지 확대됐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상회해 2009년에는 미국 전체 경상수지 적자의 57%가 중국으로부터의 적자에 기인했다. 이러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확대시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렇듯 2000년대 초중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중국의 경직적인 위안화 환율제도를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1985년에도 일본과 독일로부터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자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에서 엔화 절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터였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은 고정환율제도를 사용해 달러당 8.28위안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5년 중반부터 서서히 환율을 절상해 2008년 6.82위안 수준까지 20% 이상 절상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이 야기되자 2008년부터 다시 달러당 위안화를 고정시켰다. 이에 2010년 미국은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 법안(Currency Reform for Fair Trade Act of 2010)’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환율조작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G20 등을 통해 위안화 절상 압력의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2010년부터 고정환율제에서 복수통화 바스켓관리변동제도로 이행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해 왔고, 2012년 4월에는 위안화 일일 변동 폭을 기존 0.5위안에서 1위안으로 확대하는 등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제고하고 있다.


경상수지 불균형이 환율제도로부터 야기된다는 것은 근거가 불명확한 ‘믿음’


지금까지의 논의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환율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야기됐다는 전제 아래 진행돼 왔다. 그러면 위안화 절상으로 글로벌 불균형은 해소될 것인가? 이에 대해 위스콘신대의 멘지 친(Menzie D. Chinn) 교수와 콜롬비아대의 샹진 웨이(Shang-Jin Wei) 교수는 2013년 3월 Th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에 게재된 논문
“믿음을 통해 제시된 정책이 실증 증거를 만나다: 유연한 환율제도가 정말로 경상수지 조정을 원활하게 하는가?(A Faith-Based Initiative Meets the Evidence: Does a Flexible Exchange Rate Regime Really Facilitate Current Account Adjustment?)”를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이 환율제도로부터 야기된다는 것은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불명확한
‘믿음’이라며 이에 대한 실증분석을 시도했다.


친과 웨이는 국가별 자료를 통해 환율제도가 경상수지 조정 속도를 느리게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례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이집트와 중국은 둘 다 경직적인 환율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나 중국은 느린 경상수지 조정 속도를 보이는 데 반해 이집트의 경상수지는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일본은 둘 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갖고 있는데 전자의 환율 조정 속도는 빠르지만 후자의 속도는 느리다. 이렇듯 국가별 자료로 환율제도와 환율 조정 속도에 관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친과 웨이는 1971~2005년까지 170여개국의 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을 실시했다.


논문에서 친과 웨이는 경상수지의 조정 속도에 초점을 맞춰 경직적인 환율제도가 경상수지의 조정 속도를 느리게 하는지를 검증했다. 먼저 각국의 환율제도를 실질(de facto) 제도 기준으로 자유변동환율제(Floating), 정부 개입 변동환율제(Dirty Float), 평가조정환율제(Crawling Peg), 고정환율제(Fixed)로 가장 유연한 제도부터 가장 경직적인 제도 순서로 나누고, 각 제도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경상수지 1차 자기상관계수(AR-1 계수)를 추정했다. 추정된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경상수지의 조정 속도가 느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정 결과 대체로 변동환율의 경우 고정환율제보다 빠른 조정속도를 보였으나 정부 개입 변동환율제나 평가조정환율제가 고정환율제보다 느린 조정 속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기본모형의 경우 자유변동환율제의 계수는 0.630이고 고정환율제는 0.735인 데 반해, 고정환율제보다 유연한 환율제도인 정부 개입 변동환율제는 0.762, 평가조정환율제는 0.788로 고정환율제보다 느린 경상수지 조정 속도를 보였다. 친과 웨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강건성(robustness)을 검증했는데, 무역개방도·금융개방도 등을 고려한 모형 등에서도 보다 경직적인 환율제도가 경상수지 조정 속도를 느리게 한다는 일관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친과 웨이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기구에서 경상수지 조정 속도를 제고할 목적으로 환율제도 유연화를 권고하는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과 중국의 흑자 폭은 모두 2%대로 축소됐다. 그러나 이 중 어느 정도가 위안화 절상에 기인했는지, 또 이러한 경상수지 불균형의 조정이 향후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현재 미국 경상수지 적자 축소의 상당 부분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입 감소와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원유 수입 축소 등에 기인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소비가 다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그에 따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은 증가할 수도 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재정건전화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향후 일정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재정적자도 경상수지 적자 확대의 한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위안화 절상과 함께 내수진작 정책을 펴고 있지만, 얼마나 국내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되느냐가 중국의 경기연착륙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조정에도 관건이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멈추고 점진적인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경상수지가 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날지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 이 글에서 소개한 논문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 Menzie D. Chinn & Shang-Jin Wei, 2013. “A Faith-Based Initiative Meets the Evidence: Does a Flexible Exchange Rate Regime Really Facilitate Current Account Adjustment?”, Th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MIT Press, vol. 95(1), pp. 168-184, March.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