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혹독한 여름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기후 위기를 새삼 실감했겠다. 지구가 점점 데워지면서 나타나는 기후 변화는 올해 여름처럼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서 에어컨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한여름 날씨도 표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데워지는 추세를 돌이킬 수는 없을까? 가장 근본적인 정답은 이 순간 전 세계가 하나가 돼 과감한 전환에 나서는 것이다. 온실 기체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자동차·배·비행기 등의 연료를 전기·수소·암모니아 등으로 전환하고, 생산 과정에서 온실 기체를 내놓는 고기 소비를 줄이는 등의 과감한 실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이런 전환은 불가능하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2015년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표면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나 2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추세라면 21세기가 끝날 때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최악의 경우 3도 이상이 오를 수도 있다.
그렇게 3도 이상이 올랐을 때 생기는 일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아주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전 세계 해수면이 1미터 정도 상승한다. 한국만 놓고 보면 부산, 인천 같은 중요한 항구 도시가 침수해 제 기능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 오사카, 상하이, 홍콩,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의 주요 항구 도시도 마찬가지다.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곳이더라도 사정은 불안하다. 비정상적으로 기온과 습도가 높아져서 거주 불가능한 지역이 늘어난다. 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인구 밀집 지역인 인도 북부는 지금도 한계치에 도달한 곳이다. 중국 베이징, 미국 남부와 서부의 건조 지역도 단골 위기 지역 후보로 거론된다.
여기에 가뭄과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치고 식량 생산마저 타격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대규모 기후 난민 발생과 자원 확보 경쟁은 결국 국경 분쟁과 전쟁으로 비화한다. 기후 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의 경제와 안보 시스템을 흔드는 방아쇠가 되리라는 지정학자들의 경고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국은 전 세계가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으리라고 장담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바로 과학기술의 힘으로 지구를 식힐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 기후를 조작해 인류를 재앙에서 구하겠다는 이들의 연구를 통칭해서 ‘지구 공학(Geo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화산이 가르쳐준 지구 냉각법, 하늘에 재를 뿌리다
1991년 6월 15일 필리핀 루손섬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다. 이 폭발로 약 1,700만 톤의 화산 가스(이산화황)가 대기권으로 배출됐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온 화산 가스 성분인 황산염이 성층권에서 햇빛을 차단해 이후 1~2년 동안 지구 표면 평균 온도가 약 0.5도 하락하는 일시적인 냉각 현상이 있었다. 지구 공학의 첫 번째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자연 현상이었다.
인류의 기후 위기 대응에 비관적인 과학자 몇몇은 지구 표면 평균 온도가 오르는 일을 막기 위해 화산 가스 성분인 황산염 에어로졸을 대기 중에 살포하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의 과학자들은 빌 게이츠를 포함한 다양한 후원자가 제공한 연구비로 대규모 황산염을 비행기로 살포하는 일의 타당성을 연구 중이다.
이 인공 황산염 살포에 상당수 과학자가 혹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지구를 식히는 효과가 피나투보 화산 폭발 같은 자연 실험으로 검증됐다. 게다가 대기 중에 살포하는 황산염은 저렴하게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특수 설계된 비행기로 평소 항공기가 다니는 고도보다 약 20킬로미터 높은 상공에서 살포하는 일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따져봐야 할 심각한 문제도 있다. 지구를 식히는 효과를 보려면 전 세계가 협심해서 대기 중에 엄청난 양의 황산염을 동시에 살포해야 한다. 만약 어떤 곳에서는 황산염을 살포하고 어떤 곳에서는 살포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전 지구적인 기후 교란 요소로 작용한다. 한쪽의 기온이 내려가는 대신 다른 쪽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심각한 가뭄이 생길 수 있다.
인공 화산재를 한 번 살포하면 함부로 멈출 수도 없다. 살포를 중단하는 순간 억눌렸던 온실효과가 한꺼번에 폭발하며 지구 기온이 급격히 치솟는 ‘종단 충격(Termination Shock)’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지구를 식히면, 탄소 감축이라는 근본적 구조 개혁은 더욱 뒷전으로 밀려난다. 비판자들이 지구 공학을 ‘기후 모르핀’이라 부르며 경계하는 이유다.
지구가 데워지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현재까지 해수면 상승의 중요한 이유는 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바다가 데워지면서 발생한 열팽창이었다. 지금 과학계가 걱정하는 추가적인 해수면 상승 원인은 북극권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 얼어 있던 물이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일이다.
이미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서 바다의 해수면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서남극 빙하가 연쇄적으로 녹으면 해수면이 최대 3미터 정도 높아질 수 있다. 그 방아쇠가 될 수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별명이 ‘둠스데이(doomsday) 빙하’인 이유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춰볼 수는 없을까? 여기서 또 지구 공학이 등장한다.
일차적으로 빙하가 녹는 일을 막으려면 육지에 잡아둬야 한다. 만약 빙하에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의 구멍을 뚫어 빙하가 육지와 닿는 부분에서 녹아내리는 물을 펌프로 빨아들인다면, 그래서 빙하를 육지와 다시 맞닿게 한다면 그 속도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하에서 빨아들인 융해수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지표면에서 다시 얼리면 된다.
그린란드나 남극 대륙의 빙하를 잡아두는 이 ‘삽질’에 들어가는 비용은 빙하 한 기를 멈춰 세우는 데 최소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해수면이 1미터, 2미터, 3미터 높아져서 인류 문명 자체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미룰 수만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바닷물을 얼리고, 생태계를 조작하고
지구 공학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이 녹으면 햇빛의 반사율은 심각하게 낮아지고 얼음이 없어져서 겉으로 드러난 시커먼 북극해의 열 흡수율은 높아진다. 혹자는 북극해 얼음이 없어지면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꿈의 북극항로가 열린다고 환호하겠지만, 지구가 데워지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기후 위기는 심화한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녹아 없어지는 얼음을 지키고자 해수를 펌프질해서 얼음 위에 뿌린다. 영하의 북극해 기온에 해수를 다시 얼려 얼음의 규모를 유지하자는 발상이다. 역시 ‘삽질’처럼 보이지만, 이렇게라도 북극해 빙상을 지켜야 지구가 데워지는 속도를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대응이다.
이 밖에도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들어 산성화되는 바다에 적응하는 유전자 변형 산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보통보다 훨씬 더 많이 흡수하는 유전자 변형 조류 등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설국열차> 같은 영화의 소재를 연상시키는 이런 발상이 진지하고 절박하게 호출되는 상황. 유난히 가혹했던 이번 여름 날씨 뒤에 숨은 무서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