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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정책금융, 창업·데스밸리 기업에 주력
고종안 기획재정부 경제재정성과과장 2015년 11월호

 

[기획재정부] 중소기업 정책금융 효율화방안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 기준으로 국민경제의 99.9%, 종사자 수 기준으로 87.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생존의 필요조건은 신기술에 도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중소기업이 바로 미래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뿌리가 잘 자라려면 물이 필요하듯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선 원활한 금융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민간금융으로 중소기업의 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정보비대칭의 문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정책금융을 통해 시장실패에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태펀드 콜옵션 도입, 데스밸리 지원 강화로 모험투자 활성화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약 20조원가량 급격히 증가해 2014년 말 기준 약 85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정책자금의 양적 확대와 함께 온렌딩 도입(2012년), 연대보증 면제(2014년) 등 다양한 제도보완이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애로 개선은 물론 벤처기업 창업이 증가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정책금융이 보다 효율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책자금이 유망 신생기업보다 일부 우량기업에 반복지원되고 있으며, 확대된 정책자금이 저금리와 맞물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춰 결국 경제의 역동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24일, 현재 중소기업 정책금융 부문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중소기업 정책금융 효율화방안’으로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의 성장단계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들은 신생ㆍ창업기업에 대한 지원보다 업력이 10년을 초과한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정책금융은 창업기업이나 데스밸리(Death Valley; 업력 3~7년 차 기업이 창업사업화 과정에서 자금조달, 시장진입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진입한 중소기업에 주력하고 우량기업은 가능한 한 민간금융이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가 자금을 출자하고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고 있는 한국모태펀드의 창업초기 자펀드에 콜옵션을 시범 도입한다. 콜옵션이란 투자손실은 정부와 민간이 지분율만큼 각각 분담하고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민간출자자에 정부 지분 일부를 일정한 가격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지원방식이다. 창업초기 기업은 투자 리스크가 높아 민간자금 유입이 어려운 상황인데 콜옵션 도입이 모험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창업자금의 융자의존을 완화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투융자복합금융지원을 활성화한다. 이익공유형대출의 고정금리는 내리고 이익연동금리는 높여 금리 스프레드를 확대함으로써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기업이 보다 저렴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출기한도 연장할 계획이다. 또한 데스밸리 진입기업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직접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참여기관을 확대해 맞춤형 지원이 되도록 할 것이다.


둘째, 민간금융권 이용이 가능한 우량기업에 대한 쏠림지원과 한계기업이 정책금융을 통해 연명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검토 중인 중소기업 지원한도제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특성을 감안한 부처 공통의 중소기업 지원 한도기준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구축이 완료될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정책금융지원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반복지원 가산금리제를 도입해 동일한 기업에 동일한 융자사업이 여러 차례 지원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다. 긴급경영안정지원사업, 신성장기반지원사업 등 반복지원 문제가 제기된 사업은 일정횟수 이상 지원 시 지원횟수 증가에 따른 가산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우량기업에 보증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보증방식을 시범 도입한다. 현재는 신용보증기관이 개별기업에 대해 보증 여부를 결정하고 민간은행이 개별기업들을 심사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라 민간은행 입장에서는 보증을 받는 개별기업들 중 리스크가 가장 낮은 우량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앞으로는 신용보증기관에서 개별은행에 보증대상 요건과 대출총량을 지정하고 은행은 지정된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기업을 심사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년도 보증대상 대출총량을 전년도 사고율과 연동해 민간은행의 적극적인 심사를 유도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포트폴리오 보증방식을 통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우량기업을 관리하는 동시에 보증대상 포트폴리오 편입대상을 차상위 유망기업까지 확대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정책금융협의회’ 통해 정책금융 총량 모니터링


셋째, 정책금융 총량규모를 모니터링하고 지원규모를 정상화해 민간금융 및 기업생태계 활력을 제고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책금융의 87.5%를 차지하고 있는 보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조원 가까이 증가한 이후 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금융시장의 발전 등을 고려해 보증규모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별로 각각 추진되고 있는 정책금융 지원은 기획재정부 주관 ‘중소기업 정책금융협의회’를 통해 정책금융 총량 모니터링과 함께 중소기업금융정책을 조율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정책금융기관별 역할도 기업성장 단계에 맞춰 재정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 사업은 창업기에는 투융자복합금융ㆍ직접대출, 성장기에는 대리대출, 정체기에는 직접대출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한국모태펀드는 성장 가능성 있는 창업기 기업 중심으로 투자되도록 재정비한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혁신형 기업 중심으로, 신용보증기금은 일반업종 기업 중심으로 정비하고 자금운용계정을 창업기업 계정, 성장기업 계정 등 성장단계별로 구분해 지원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그간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금융위기 때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큰 힘이 돼왔다. 그러나 정책금융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고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경우 민간금융의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책금융은 그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성장성 높은 신생기업에는 기회를 주고, 안정적인 기업은 민간금융으로 이행하도록 도와주며 한계에 다다른 기업에는 사업전환의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번 효율화방안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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