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컴플리티드(mission completed)! ”
컴퓨터 게임에 흔히 나오는 마지막 문장을 특수비밀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 역)가 외치며 핵무기를 제어 버튼을 누른다. 이 버튼 하나로 미국을 향해 날아가던 핵탄두가 무력화될 수 있을까.
이제영국MI6소속제임스 본드는잊어야 할것 같다. 미국 IMF(Impossible Missions Force)의 이단은 21세기 최고의 특수요원이 분명하다. 1996년 1편 개봉 이후 15년간 제작된 4편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매번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특히 브래드 버드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은 다른 설명 이 필요없는 첩보 블록버스터다. 높이 828m의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외벽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톰 크루즈가 대역없이 직접 해낸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체코 부다페스트, 러시아 모스크바,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 인도 뭄바이로 이어지는 배경은 그 자체로 눈요기거리를 제공한다.
<미션 임파서블>은 1960년대 미국 TV드라마가 원작이다. 원조 ‘미드 ’(미국 드라마)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제5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4050에게 낯익은 영화라는 얘기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으면서 <제5 전선>의 기억이 없는 2030에게는 ‘신상(신상품) ’이라는 이 미지가 더해졌다. 어느 것하나 부족함이 없는 제임스 본드에 비해 인간적 고뇌를 종종 보이는 이단 헌트는 훨씬 현대적 인물이다.
1960년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다 보니 기본 골격은 냉전 체제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도 미국과 소련이 대결을 벌이고, 잘못 발사된 핵탄두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
영화는 체코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한다. IMF요원은 핵미사일 발사 암호를 암살자 모로(레아 세이두 역)에게 뺏긴다. 핵미사일 발사 암호를 회수하는 임무를 맡은 이단이 크렘린궁으로 향하지만 암호는 사라지고 크렘린궁은 폭파된다. 소련은 미국을 의심하게되고 이에 미국 정부는 IMF를 해체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이안에게 임무가 떨어진다. 모로로부터 암호를 회수하라는 것.
암살자인 모로가 핵미사일 암호를 건네주는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다. 통상 헐리우드 영화에서 악당들이 요구하는 것은 달러였다. 검은 가방이 열리면서 현금 다발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전형적인 ‘딜’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는 계좌이체가 이용됐다. 컴퓨터의 엔터키만 누르면 수백억 달러가 전송되고 이를 확인한 악당들이 ‘씨익 ’웃는 장면은 블록버스터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모로는 다이아몬드를 택했다. 영화 속에서 모로는 프라다의 검정백을 매고 다이아몬드를 좋아하는 명품족 킬러로 그려진다. 그녀는 허영심에서 다이아몬드를 택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로는 금융위기라는 현실에 비추어 아주 똑똑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는 실물자산(real asset)이다. 실물자산은 부동산 ·골동품 ·금·은·우표 ·기계설비 등 형체가 있는 자산을 말한다. 달러는 금융자산(financial asset)이다. 주식이나 채권, 예금, 신탁, 보험 등도 금융자산에 포함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실물자산이 금융자산보다 가치가 높다. 주식과 채권시장이 불안정해 지면서 금융자산은 위험도가 높아진 반면 실물자산은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 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금과 원유, 농산물로 몰리면서 국제가격이 치솟고 있다.
안전자산은 상대적이다. 경기가 좋고 안정적일 때는 금융자산이 선호된다. 금융자산 중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었다. 전 세계에 유통될 수 있는 유일한 돈이 미국 달러였다. 달러는 곧 미국이다. 미국이 보증을 서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언제나 세계최고의 트리플A(AAA) 였다.
그런데 지난해 국제적인 신용기관인 S&P가 미국 재정적자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켰다. 부도 날 리가 없는 나라, 미국이 강등당하자 투자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달러값이 폭락했다. 유럽의 부채가 미국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이르고 중국의 성장도 더뎌지면서 달러는 ‘억지로 ’제 위치를 찾고 있지만 신뢰는 예전같지 않다.
실물자산 중 대표적인 안전자산은 ‘금’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금을 돈으로 바꿔주지 않는 나라는 없다. 금과 달러는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오랫동안 위치해왔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달러의 아성이 무너졌다. 상대적으로 금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최근 금값 폭 등은 이런 배경이 있다.
금 이외 은 ·구리 등 원자재와 원유 ·농산물 등도 요즘은 안전자산 대접을 받고 있다. 다이아몬드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 가치가 하락할지 모르는 달러에 비해 귀금속으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적어도 금융위기가 끝날 때까지는 말이다.
통상 경제학에서는 물가상승 때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물가상승률이 명목금리(이자율) 보다 높아지면 금융자산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정치나 금융이 불안해질 때도 실물자산이 선호된다. 금융자산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거래여서 급변기에는 투자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 전쟁 때는 1억 원짜리 주식보다 쌀 한톨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는 양적완화정책을 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려있다. 이 돈이 실물자산에 몰리면서 실물자산에 버블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 속에 보면 명품들이 많이 나온다. 이단 헌트 요원이 모는 차는 BMW시리즈다. 암살자 모로는 프라다 백을 들고 다닌다. IMF요원들이 쓰는 컴퓨터는 애플사 제품이다. 이틈에 반가운 한국 브랜드가 보인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비밀 열차안에 달린 대형 화면에는 LG전자의 로고가 선명하다. 두바이 항구에 적제된 상품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브랜드가 찍혀있다.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의 작품이다. 명품, 건물, 전자제품도 역시 투자가능한 실물자산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넬. 샤넬 가방을 샀다나중에 되팔면 큰 차익을 남길 수있다는의미에서 ‘샤테크 ’(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핵미사일 발사 암호를 건네주는 대가로 계좌이체를 통해 달러를 받는다면 기록이 남는다. 더구나 달러가치는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 나르기도 간편하고, 거래흔적이 남지 않는데다 추후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다이아몬드를 선택한 것은 경제적으로 볼 때 현명한 선택이다. 암살자 모로는 매우 똑똑한 킬러였다.
박병률/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