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하면 청교도 정신이 떠오른다. 근검절약이 습관화된 청교도들은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만들어 냈다. 그러던 미국이 탐욕의 결과라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다.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인들이 평균 100을 벌어 102를 쓴다는 점을 발견하고서 당황했다고 한다. 버는 것보다 더 쓰는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자문 금융이해력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저축교육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시아의 극빈국에서 인구 5천만명,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주요 경제국의 하나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소비 지상주의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던 1995년 전후까지만 해도 23%를 넘나들던 개인저축률이 2∼3%대로 급감하고, 가계대출이 늘어난 결과 저축 위주의 가계운용 사회가 부채 중심의 사회로 바뀌고 말았다. 일부 성장론자들은 저축이 소비를 둔화시켜 경기침체를 이끈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저축은 산업자본의 원천을형성할 뿐더러 미래소비의 안정적 자원으로 기능한다. 다만 소비의 결과는 즉시적으로 나타나나 저축의 성과는 더디게 나타날 뿐이다. 20년 이상 성장이 멎어버린 일본 경제가 세계 3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저축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시각을 간과하면 안 된다.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고 저축을 소홀히 여기는 사회의 미래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적으로 저축은 가계가 기업에 공급하는 생산요소(자본)의 원천으로 투자의 근본을 이룬다. 저축은 가계의 관점에서 현재의 소득을 바로 지출하지 않고, 미래의 소비자원으로 유보시켜 놓은 자산이다. 금융회사의 통장에 예치해 놓은 돈뿐만이 아니라 돼지저금통에 넣어둔 돈, 비상금으로 갈무리해 둔 돈도 다 가계저축에 해당된다. 이렇게 저축으로 축적된 자산을 증식시키려는 가계의 경제행위가 가계투자이다. 그리고 가계투자 중 금융회사와의 거래에 의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행위를 금융투자라 한다. 금융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이 비교적 높은 이자가 기대되는 정기예금과 적금·신탁 등 저축성 투자와 주식, 채권, 파생 금융상품 등 원금 손실의 위험은 있지만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증권투자로 나뉜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분류하는 저축상품·금융투자상품은 이러한 경제적 의미의 가계저축·가계투자와 개념이 서로 다르다. 금융권에서 지칭하는 금융투자상품은 자본시장통합법(2007년 8월 제정, 2011년 8월 개정)의 정의에 따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증권과 파생상품을 말한다. 따라서 자본시장통합법상의 금융투자상품에는 원화로 표시된 예금증서, 즉 예·적금과 처분권이 없는 신탁상품은 제외된다. 이러한 예·적금과 신탁상품에 대해서는 금융권이 관행적으로 저축상품이라고 불러 왔다. 따라서 금융교육 현장에서는 경제학적 의미의 가계저축 또는 가계투자
와 금융권에서 지칭하는 저축상품 또는 금융투자상품의 차이를 구별하여 용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저축성 금융상품에는 이자(투자 수익)가 뒤따른다. 이자액은 이자율과 예치기간에 비례하여 늘어나는데 이자에는 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해 15.4%의 세금이 붙는다(2012년 현재). 실제 이자 수령액은 세금을 빼고난 나머지 금액이 된다. 저축성 금융상품에는 다양한 절세제도가 따라다닌다. 따라서 이자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절세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비과세 상품’은 세금이 전액 면제되고 ‘저율과세 상품’은 농어촌특별세(1.4%)만 부과된다. 또 ‘세금 우대 상품’은 이자 소득세(9%)와 농어촌특별세(0.5%)를 합해 9.5%의 우대 세율이 적용된다.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겨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줄 돈이부족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회사가 서둘러 대출금을 회수해서 예금자들에게 돌려주려 하면 대출자가 곤란을 겪게 되고, 급기야는 경제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그럴 경우에 대비해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예금자보호제도이다. 보험료를 미리 낸 금융회사가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예금보험공사가 1인당 5천만 원 범위 내에서 원금과 이자를 대신 지급하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금융상품은 이자율(수익률) 적용 방식에 따라 단리상품과 복리상품으로 나뉜다. 단리방식의 금융상품이란 정해진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도록 이자율을 적용하는 상품이고, 복리방식의 금융상품이란 이자를 바로 지급하지 않고 약정된 기간까지 계속 원금에 덧붙여서 늘어난 금액에 이자율을 다시 적용하는 상품이다. 복리방식으로 이자율을 적용하면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금이 더 많이 늘어난다.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나는 기간은 72를 연 이자율(연 수익률)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연 이자율 6%를 복리 방식으로 운용하면 72 ÷ 6 = 12, 즉 12년 뒤에는 원금이 두배로 불어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복리 방식의 금융상품을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인디언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이라고 하는 뉴욕의 맨해튼을 1626년 네덜란드계 이주민들에게 단돈 60달러에팔았다고 한다. 그것도 현금이 아닌 장신구와 구슬로 대체했다고 한다. 만약 인디언들이 그 60달러를 복리방식으로 투자했다면 390여 년이 지난 지금 평균 수익률을 6%로만 계산하더라도 3,1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나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돈 350조 원 이상으로 우리 정부의 1년 예산보다 더 많은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금융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는 수익성, 안정성, 유동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세 가지 성향을 모두 갖춘 투자 상품은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은행의 예금은 안전성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낮고, 주식은 수익성은 높을 가능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성은 부족하다. 원금보장형 파생 금융상품은 수익성과 안정성 면에서 매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금융투자를 할 때는 투자자 개인의 투자 목적에 맞추어 서로 상충되기 마련인 이 세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금융투자의 기본원칙이다.
천규승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 chqsyng@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