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서 붉은색은 주로 위험이나 경고, 금지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된다. 출입금지나 정지신호, 각종 위험에 대한 경고를 표시할 때뿐만 아니라 축구의 레드카드(퇴장)와 같이 가장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자 할 때 붉은색이 자주 사용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많은 국민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열광적으로 응원했던 기억 덕분인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붉은색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위나 노사분쟁 등 대립과 갈등이 있는 곳에서 자주 나타나는 붉은색 머리띠·깃발·글씨 등은 붉은색을 친근하게 대하기 쉽지 않은 색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렇다면 회계장부상에서의 붉은색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은 상황을 흑자(黑字)라고 하고, 반대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을 적자(赤字)라고 한다. 적자가 발생하면 재정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학생들에게 질문해 보면 흑자는 양호하고 바람직한 상태이지만, 적자는 위험하고 개선되어야 하는 상태라고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러한 생각은 경상수지에서도 옳을까?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비록 흑자 폭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7개월째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논조가 부정적인 이유는 바로 흑자의 내용 때문이다. 즉 흑자라 해도 그것이 수입을 상회하는 큰 폭의 수출 증가에 의한 흑자가 아니라 수출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서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면 문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재뿐만 아니라 향후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성장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로 자본재를 수입하는 경우 비록 경상수지상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기록되겠지만 이것을 부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권 사용료나 해외에서 유입된 고급 인력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일 등은 외화의 유출 요인으로 경상수지를 적자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더 큰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투자에 해당하므로 이 역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는 자주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다가 외환위기 이후에 투자가 감소하고 성장의 속도가 둔화되면서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로 전환된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던 입장(경상이전수지 (+) 요인)에서 경제성장 등을 통해 국격이 높아지면서 각종 국제기구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며 분담금을 이전보다 많이 지출하게 된 것(경상이전 수지 (-) 요인)도 단순히 경상수지 항목에서 외화의 유입과 유출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된다. 경제를 배우는 학생이라면 붉은 숫자를 뜻하는 적자에 대해 무조건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적자 그 자체가 아니라 적자의 내용에 대해 따져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출 필요가있겠다.
정원석 성신여고 교사/ event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