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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번영의 조건
김영준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2014.01.23

거리에 나가 보자. 추운 겨울 이미 어두워진 하늘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떡볶이를 파는 가게, 만두를 파는 가게, 거리를 달리는 택시들이 보인다. 특별할 없는 너무나 낯익은 풍경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런 풍경이 당연한 것인가?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한마디 불평 없이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는데 누가 그렇게 하도록 시킨 것일까?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왜들 저렇게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을까?

 

떡볶이 가게의 사람은 떡볶이를 팔며, 만두 가게 사람은 만두를 만들까? 택시 운전사는 하고많은 일들 중에서 하필이면 택시를 운전하고 있을까?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유야 어쨌든 고맙게도 이들 모두 언제든 손님을 위해 일해 준비가 되어 있고, 덕분에 우리는 참으로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이들을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이토록 열심히 일하게 만든 것일까? 매일 있는 낯익은 풍경이지만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나라들은 예외 없이 모두 가난하다.

 

 

|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 도움이 된다?

 

떡볶이 가게의 사람이 떡볶이를 만들어 파는 것은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다. 떡볶이를 만들어 파는 일을 만두를 만들거나 택시를 운전하는 일보다 잘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만두를 만들어 파는 사람은 만두를 만들어 파는 일을,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은 택시를 운전하는 일을 다른 일보다 잘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자신이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며, 날마다 일을 더욱 있도록 노력한다. 굳이 남을 돕고자 하는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 각자 자기 자신을 위해 일을 하지만 모두가 남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각자 자신이 가장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효율적이다. 소위 경제학에서 말하는제대로 돌아가고 있는모습인 것인데, 경제 용어로 표현하자면 분업과 특화를 통해 경제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표현을 빌리면 이러한 모습을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invisible hand)’이며 시장의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장 있는 일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떡볶이를 싫어하게 되거나 새로운 떡볶이 가게가 많이 생기면 떡볶이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떡볶이를 만들어 팔던 사람의 고민이 시작된다. 만두를 팔아볼까 아니면 택시운전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차라리 김밥을 만들어 팔자고 결심한다. 새로운 김밥 가게가 생기고 김밥 가격은 하락한다.

 

 

| 과학기술의 발달만으로 경제적 번영이 이루어지진 않아

 

이러한 경제의 힘은 아담 스미스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었고 여러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었을 테지만, 아담 스미스가보이지 않는 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면서 본격적인 연구 대상이 되었다.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제 이론들이 만들어졌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이론들은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기초가 되었다. 흔히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원천으로 과학기술의 발달을 생각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중국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100년쯤 전인 15세기 초반에 이미 길이가 150미터에 달하는 대형 선박을 이끌고 아프리카 동부 해안지역까지 가서 무역을 정도로 뛰어난 항해 기술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쇠퇴하였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이 있더라도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경제적 번영을 이룰 없다. 오늘날 세계를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구분 짓게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18세기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이유도 영국 북부의 노천 탄광이나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같은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으로 표현되는 경제의 힘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있었던 당시 영국의 시장경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시장경제+과학기술 =생산성 향상

 

산업혁명은 새로운 과학기술과 시장경제라는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낸 생산능력의 폭발적인 향상이었다. 이와 같은 생산능력의 확대는 무엇보다도 분업화를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 노동자가 핀을 생산하는 공정을 모두 담당하면 하루에 20개의 핀을 만들기도 어렵다. 철사를 잡아당기는 , 그것을 구부리는 , 뾰족하게 만드는 18개의 공정으로 나누어 분업하는 경우 1인당 4,800개의 핀을 만들 있다…….” 이와 같은 분업은 교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보이지 않는가격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경제 환경이어야 가능하다. 산업혁명은 효율적인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 환경이 과학기술과 만나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이와 같은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자본축적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생산성이 더욱 향상되는 선순환 과정을 통해 발생하였다.

 

훗날 이러한 분업 생산은 컨베이어 시스템(Conveyer System)으로 발전한다.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 20세기 자동차 생산에 있어 끊임없이 돌아가는 벨트에 노동자들이 일렬로 서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형태의 라인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는데 이를 통해 그가 돈을 있었음은 물론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가격 하락을 통해 자동차의 대중화를 실현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대량생산-대량소비를 의미하는 20세기 산업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서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이 기계화되는 현상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김영준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yjnkim@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