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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인도, 조선 강국을 향해 닻을 올리다
이정선 KOTRA 인도비즈니스협력센터 운영팀장 2025년 08월호
인도는 고대로부터 해양 활동이 활발하고 조선 기술이 발달한 나라였다. 무굴 제국 시기 벵골 지역은 조선업의 중심지였으며 16~17세기에는 연간 22만 톤에 달하는 선박을 건조했다는 기록도 있다. 

18세기에는 이란에서 인도로 이주해 정착한 파르시(Parsi)계의 와디야(Wadiya) 가문이 뭄바이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며 100척 이상의 범선을 건조했다. 이들이 사용한 말라바르 지역의 티크 원목(teak wood)은 내구성과 방수성이 뛰어나 영국산 목재보다 수명이 길다는 평가를 받았고, 정밀한 목재 가공 및 선체 구조 기술은 유럽 해군에서도 인정받았다. 당시 인도는 세계 조선 기술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철선·증기기관 중심으로 기술이 전환하면서 영국 식민 정부는 인도의 첨단 조선 기술 도입을 제한했고 인도 조선업의 황금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한때 세계 조선업 중심지였으나
정책 부재 등으로 지난해 세계 16위 수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도는 연간 30만GT를 건조하며 세계 10위권 수준의 조선 강국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높은 원자재 비용, 낮은 노동생산성, 정책 부재, 기술 부족, 자금 조달 한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건조 원가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인도 정부 분석에 따르면 인도의 선박 건조 비용은 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조선 강국에 비해 약 25~30%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경쟁력 약화는 조선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인도 선박 건조량은 연간 4만GT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0.06%, 순위는 16위에 그쳤다.
현재 인도에는 약 38개 조선소가 있으며 이 중 9개는 국영, 29개는 민간 조선소다. 전체 건조 역량의 75%가 국영 조선소에 집중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건조에 특화돼 있다. 인도 최대 규모 야드를 보유한 코친조선소(CSL)는 인도 최초의 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를 자체 건조할 만큼 군함 건조 기술이 뛰어나다. 

하지만 상선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초대형 유조선(VLCC), 대형 LNG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을 수주·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거의 없으며, 지난해 기준 코친조선소조차 11만DWT급(길이 250m 이하) 선박까지만 건조가 가능한 수준이다. 민간 조선소인 쇼프트(SSPL), 산 마린(San Marine) 등 대부분의 조선소는 1만DWT 이하의 중소형 선박만 건조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선 역량의 제약은 인도의 해운 자립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는 총 1,545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약 68.3%인 1,056척이 연안선, 나머지가 원양선이다. 총선박톤수는 1,350만GT로, 선박당 평균 약 8,738GT에 불과해 대형 선박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수출입 화물 중 70% 이상이 외국 국적 선박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 2019~2020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인도 기업이 외국 선사에 지급한 해상 운임은 750억 달러로 전체 운임의 88%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40년까지 누적 운임 지출이 4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47년 세계 5대 조선 강국 목표···
우리 조선업계에 협력 및 시장 확대 기회


인도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조선 대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본격적인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 2023년 ‘해양산업 암릿 칼(황금기) 비전 2047’을 잇달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세계 10대, 2047년까지 세계 5대 조선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발표된 연방 예산안에는 기존 보조금 제도 개편과 함께 30억 달러 규모의 해양개발기금 조성과 세제 혜택이 가능한 크레딧 노트 제도 개정 등 다양한 신규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이를 통해 인도 정부는 자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 열세를 보완하고 산업 기반을 전방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도 정부는 조선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향후 10년간 1천 척 이상의 선박을 확보하는 국영 대형 선사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며, 그 일환으로 지난 5월에는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2040년까지 112척의 원유 운반선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자국 조선소의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국제 기술 협력 전략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인도 민관 합동 사절단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국과 일본의 주요 조선소를 시찰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인도 정부가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략 파트너 중 하나로 한국을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인도의 행보는 우리 조선업계에 협력 확대와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선박기자재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선박 종류와 조선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인도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핵심 자재의 40~70%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특히 선박기자재에 대한 기본 관세 면제 조치가 향후 10년간 연장됨에 따라 우리 기업의 수출이 탄력 받을 수 있다.

둘째,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정부의 대규모 선박 발주 계획과 더불어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산 선박 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조선소의 우위 확보가 가능하다. 

셋째, 중장기적으로는 인도 내 생산기지 구축을 통한 협력 모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조선소를 리모델링해 현대화·확장하는 브라운필드(brown field) 방식으로 한국이 설계·기술·기자재를 제공하고 인도는 건조를 담당하는 구조다. 인도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소가 포화상태라는 점과 자국의 인건비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양국 협업을 통해 자국 발주 대응은 물론 제3국 수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도 협력 여지가 크다.

넷째, 방위산업 분야 역시 유망한 협력 영역이다. 필자가 만난 전직 해군 관계자는 인도가 중형 군함인 프리깃함과 잠수함의 자체 건조 역량은 보유하고 있으나 레이더, 소나(Sonar, 음파 탐지기) 등 핵심 무기체계와 전투시스템, 복합소재 선박 기술 등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 관련 기술 수출과 협력 사업 추진 기회가 열려 있다. 

다섯째, 기술인력 양성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 한국은 조선·기계 분야에서 실무 중심의 인력 양성 경험이 풍부해 산학 협력 기반의 기술 교육 모델을 인도에 이전함으로써 상생형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도가 조선 강국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는 지금, 한국은 그 여정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단순 수출을 넘어 공동 건조와 기술 협력, 인력 양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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