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방학은 설렘과 기다림의 동의어였다. 어른이 돼서도 ‘휴가’란 단어는 7월과 8월에만 존재했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냉방기기가 없던 시절, 우리 국민들은 장마 이후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무더위와 열대야를 피해 시원한 강과 바다, 산 등으로 휴가를 떠났으며, 이러한 휴가 행태는 하계휴가 또는 바캉스라는 명칭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다수 국민이 ‘7말 8초’ 기간에 여름휴가를 떠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로자 휴가조사’를 살펴보면해마다 이 시기에 사용한 연차휴가 일수는 평균 3~4일로, 이는 연간 사용한 연차휴가 일수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국민여행조사’의 월별 관광 숙박여행 일수가 가장많은 달 역시 8월로, 매해 관광 숙박여행 일수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월별 여행지출액 역시 7월과 8월에 가장 높게 나타난다.
흔히 관광산업의 가장 큰 특성을 언급할 때 계절성(seasonality)을 꼽는다. 즉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뚜렷하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경제가 활기를 띠고, 비수기에는 그 반대 상황을 보인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비수기에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관광지역에 여름휴가철과 같이 단기간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은 다음과 같은 불편과 문제를 초래해 왔다.
첫 번째로는 여행지 물가 상승이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한 해 수익이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창출되다 보니 해당 기간에 숙박, 식음료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 요금이 크게 상승한다. 국민여행조사의 1회 평균관광 숙박여행 일수와 여행지출액을 비교해 보면, 2024년 8월과 9월 여행 일수는 유사함에도 지출액은 8월이 높았으며, 7월은 9월 대비 여행 일수는 적었지만 지출액은 더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2023년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여름휴가철에 여행지 물가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다. 해마다 해외 유명 관광도시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여러 문제가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여름휴가철이 되면 유명 관광지에 인파가 몰리면서 교통난, 쓰레기 처리, 소음 등 다양한 민원이 발생한다. 관광객의 증가는 경제적 측면에서 지자체 및 관광사업체에는 특수효과를 안겨주지만, 현지 주민 입장에서는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이 발생하고 관광객들 역시 여행지 내 혼잡도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관광객들의 여행만족도를 제고해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 집중되는 여행 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정부에서 코로나19 기간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여름휴가 분산을 권고하면서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하계휴가 기간을 앞당기고 휴가 분산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행 수요를 확대해 국내여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광객에게는 쾌적한 여행환경을 제공하며, 지자체나 사업체는 꾸준한여행 수요를 확보해 비수기 없는 관광수익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점은코로나19이후여름에집중되던여행수요가 점점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진행한 ‘2025년 여름휴가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 출발 시기가 6월 중순부터 9월 이후까지 폭넓게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에서 확고한 휴식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여름휴가를 사계절휴가로 대체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