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팡(FAANG)이 아니라 망고스(MANGOS)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지난 6월 8일 엑스(X)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망고스’는 메타·앤스로픽·엔비디아·구글·오픈AI·스페이스X 등 미국의 대표 기술 기업 6개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다. 게시물은 2만5천 건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공감을 얻었다. 페이스북(현 메타)·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미국 증시를 장악했던 ‘팡’의 시대와, 2023년 뉴욕 증시 강세의 주역 ‘매그니피센트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구글·테슬라)’을 거쳐 이제 AI와 첨단 컴퓨팅이 산업과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AI가 각광받은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닌데 하필 이 시점에 신조어 망고스가 등장한 건 초대형 비상장 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기업공개(IPO)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6월 12일 스페이스X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장 전 IPO 공모 과정에서 조달 목표액인 75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2,500억 달러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기업 가치는 연간 매출의 90배가 넘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미래 가치에 베팅을 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IPO가 몰려온다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과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들어갔다. 두 회사의 상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 세 기업의 상장 후 예상 기업 가치는 총 3조7천억~4조 달러로 미국 증시 전체 시총의 약 6%를 차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가 이들의 공모주를 직접 청약받을 기회는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IPO 대어들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 거대한 자금을 시장이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올 하반기 증시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어서다.
나스닥100 지수 편입은 통상 1년이 걸리지만 스페이스X의 경우 15거래일 만에 조기 편입될 전망이다. 7월부터 나스닥100 추종 ETF들이 비중 조절에 나서면서, 스페이스X를 담기 위해 기존 보유 종목의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페이스X는 6월 말 FTSE 러셀, MSCI 지수에도 조기 편입됐다. 지수에 포함된 다른 종목들도, 매달 적립식으로 미국 주요 지수 ETF를 사 모으는 투자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른 성장주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스페이스X에 더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미장 투자에 심리적·물리적 장벽이 낮아진 국내 투자자들이 코스피·코스닥에서 망고스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변화에 올라타되 균형은 잃지 말아야
물론 시장은 크다. 스페이스X가 조달하는 750억 달러는 글로벌 시가총액의 약 0.05%, 미국 시가총액의 약 0.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보호예수가 해제돼 내부자와 초기 투자자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면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기가 IPO를 삼키기는 하겠지만, 향후 몇 년간 소화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혹자는 블록버스터급 IPO를 시장 과열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형 IPO 붐은 강세장 후반부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80~2024년 상장 기업의 IPO 후 3년 수익률은 시장 평균보다 20%포인트 낮았다. 변화에 올라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이 올라탈 만한 가격인지, 내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잃지는 않았는지 뛰어들기 전에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