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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우리가 마신 것은 생수였을까, 플라스틱이었을까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6년 07월호
요즘 부쩍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생수가 구정물이라는데 사실이에요?” 알고 보니, 한 원로 과학자가 개인 동영상에서 작심하고 한 말이 화제가 된 까닭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상당히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답한다. 갈수록 그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생수산업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 잠시 멈춰야 할 때가 됐다.

흔히 ‘살아 있는 물’이라는 뜻의 ‘생수’로 불리지만 사실 공식 명칭은 1995년 제정된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먹는샘물’이다. 지하수, 용천수처럼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을 먹기에 적합하게 물리적으로 처리한 물을 뜻한다. 여기서 ‘물리적 처리’는 여과, 침전, 가열, 자외선 살균, 오존 처리 등을 가리킨다.

여과? 가열? 자외선 살균? 오존 처리? 아주 커다란 약수터에 있는 물을 먹기 좋게 플라스틱병에 담아 유통하는 줄 알았던 소비자라면 이런 단어에 깜짝 놀랐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처리는 당연한 일이다.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 유통 과정에서 세균이라도 증식하면 어떡하겠나. 만에 하나 불순물이 들어 있어도 문제니 이런 처리는 필수다.

그렇다면 자연 상태의 물로도 모자라서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처리까지 한 생수를 저 과학자는 왜 ‘구정물’이라고 했던 것일까?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여러 연구 결과 생수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머리카락 두께의 수백분의 1 수준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빼곡히 들어찬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플라스틱 조각 24만 개
어느새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용어가 ‘미세 먼지’나 ‘환경 호르몬’처럼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흔히 5밀리미터(mm) 이하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통칭하는 용어다. 왜 하필 5밀리미터일까? 이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은 걸러내기가 굉장히 어려워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서다.

5밀리미터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통칭하다 보니, 미세 플라스틱은 그 범위가 아주 넓다. 생수 안에 손톱 끄트머리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 둥둥 떠다닌다면 곧바로 알아챌 것이다. 문제는 그보다 훨씬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이다. 이렇게 1마이크로미터(μm)보다 작은 나노미터(nm) 수준의 플라스틱을 아예 ‘나노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수 속 플라스틱 조각이 바로 이 나노 플라스틱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노 플라스틱이 들어 있기에 ‘구정물’이라고 한 걸까. 2024년 1월 미국 컬럼비아대의 베이잔 얀과 웨이 민 팀이 결정타가 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혁신적인 측정법으로 100나노미터 수준의 플라스틱 조각을 셀 수 있었다.

놀라지 말라. 미국에서 시판 중인 세 개 브랜드의 생수를 분석했더니 생수 1리터당 평균 약 24만 개(최소 11만 개에서 최대 37만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대략 추정치만 제시하던 과거 연구 결과보다 10배에서 100배 정도 많은 숫자였다. 지금까지 검출하지 못했던 나노 플라스틱이 생수에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아찔한 일은 이렇게 검출한 플라스틱 입자 수십만 개의 90퍼센트 이상이 100~200나노미터 수준의 나노 플라스틱이었다는 사실이다. 200나노미터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 정도 크기다. 이런 나노 플라스틱은 우리 몸속의 혈액, 장기, 심지어 뇌까지도 파고들어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생수에서 검출한 나노 플라스틱의 종류도 충격적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폴리아미드였다. 앞서 생수를 병에 담기 전에 여과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얘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필터 성분이 폴리아미드다. 물을 깨끗한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이용한 여과 장치에서 역설적으로 나노 플라스틱이 나온 셈이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나노 플라스틱은 페트였다. 어떤 상황인지 알 만하다. 생수병의 주된 성분인 페트 플라스틱이 유통 과정에서 조금씩 용출돼 나노 플라스틱 조각으로 물에 섞여 들어간 것이다. 우리가 여름에 시원한 생수를 마실 때마다 폴리아미드, 페트 같은 나노 플라스틱 조각도 몸속으로 같이 들어간다.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대안은 수돗물
그렇게 몸에 들어간 나노 플라스틱은 얼마나 위험할까? 안타깝게도 모른다. 우리가 섭취한 상당수의 미세 플라스틱은 배설물에 섞여 밖으로 나온다. 문제는 그렇게 나오지 않고 우리 몸속 조직 곳곳으로 파고든 나노 플라스틱이 장기적으로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다. 몸에 나쁠 거라는 사실을 짐작만 할 뿐,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말마다 마트에서 생수를 사서 먹는 독자라면 여기까지 읽고서 화가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수보다 훨씬 나은 대안이 있다. 바로 수돗물이다. 국내외 여러 비교 연구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수돗물이 생수보다 나노 플라스틱을 포함한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확실히 적다.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큰’ 미세 플라스틱에 초점을 맞춰도 수돗물이 생수의 11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다른 기준으로 따져봐도 수돗물이 생수보다 훨씬 안전하다. 예를 들어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항목 166개보다 훨씬 많은 362개 기준으로 정밀 검사를 실시한다. 여기에는 미세 플라스틱, 잔류 의약물질처럼 듣기만 해도 찝찝한 항목까지 포함된다. 생수(먹는샘물) 기준 검사 항목이 약 50개인 것과 비교하면 일곱 배나 많다.

흔히 수돗물을 거북해하는 이유인 염소 냄새도 뜻밖에 안전하다는 증거다. 왜냐하면 미량의 염소가 포함됐기에 몸에 해가 될 수도 있는 세균 증식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가끔 생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나오는 것도 염소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 세계 수돗물에 들어가는 미량의 염소는 아주 오랜 기간에 거쳐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염소는 휘발성이 강해서 20~3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제거된다.)

물론 노후 아파트나 주택의 배관, 수돗물을 저장해 두는 물탱크에서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채취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한 결과 99퍼센트 이상의 수돗물이 안전했다. 사실 물탱크에 오랫동안 보관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수돗물 안전은 생수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생수보다 수돗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이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수록 공공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 수돗물은 더욱 안전해진다. 게다가 생수 소비를 줄이는 일은 탄소 배출과 불필요한 플라스틱 처리 비용도 아낀다. 최종적으로, 생수를 구매할 여유가 없는 이웃을 포함해 우리는 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물을 공공재로 계속해서 공급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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