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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트렌드 따라잡기구글은 왜 스스로 검색을 버렸을까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AI 2026 트렌드 & 활용백과』 저자 2026년 07월호


5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수천 명의 개발자가 모인 구글 본사 캠퍼스 입구에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모형이 서 있다. 이름은 스탠(Stan). 가장 완전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 중 하나를 그대로 본떠 만든 레플리카다. 구글이 굳이 이 거대한 포식자를 회사 입구에 세워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원래 이 건물을 사용하던 옛 주인인 실리콘 그래픽스가 영화 <쥬라기 공원>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훨씬 상징적이다. 환경이 바뀌면 천하를 호령하던 포식자도 멸종한다는 경고. 그리고 이번 ‘구글 I/O 2026’은 매일같이 마주한 그 경고 앞에서 구글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검색의 왕이 ‘검색’을 부수다
구글 I/O는 구글이 해마다 개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다. 올해는 5월 19일에 개막해 차세대 AI 기술과 플랫폼 비전을 공개했다. “Google Search is AI Search.” 이번 행사에서 구글이 던진 가장 충격적인 문장이다. 25년간 검색의 동의어였던 구글이 스스로를 ‘AI 검색 엔진’으로 다시 정의한 것이다. 

구글 AI 모드의 월간 이용자는 출시 1년 만에 10억 명이 넘었고, AI 개요(AI Overviews) 이용자 수는 25억 명에 달한다. 더 흥미로운 건 검색창의 변화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 줄짜리 검색창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만큼 세로로 늘어나면서 마치 대화창처럼 바뀐다. 키워드 몇 개를 던지는 ‘검색(Search)’에서, 문장으로 묻고 답을 받는 ‘질문(Ask)’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한 것이다. 결과 화면도 더는 링크의 나열이 아니다. 행성의 궤도가 궁금하다고 물으면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보여주고, 자전거 타는 법 영상을 찾으면 40분짜리 유튜브에서 정확히 4분 53초부터 5분까지 구간을 짚어준다. 구글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검색이라는 그릇을 깨버렸다.

이번에 공개된 또 다른 주인공은 제미나이 옴니(Gemini Omni)다. 영상을 생성하는 AI라는 점에서 기존 모델과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옴니는 월드 모델(World Model), 즉 세상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AI다. 공이 중력에 따라 떨어지는 속도, 물체가 충돌할 때 튕겨나가는 방향까지 직접 계산해 영상으로 그려낸다. 겉으로는 영상 제작 도구처럼 보이지만 그 함의는 훨씬 크다. 

피지컬 AI를 떠올려보자. 로봇이 현실 세계를 학습하려면 막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학습용 영상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촬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물리 법칙을 이해한 옴니가 영상을 무한히 만들어낸다면, 피지컬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화면 속 영상이 현실 속 로봇의 두뇌로 이어지는, 거대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완성되는 셈이다. 구글이 ‘영상 생성 모델’이라는 협소한 영역을 넘어 AI를 통해 세상 자체를 이해하는 단계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신호다.

구글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었나
이렇게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구글이 유일하다. 핵심은 풀스택(Full-stack)에 있다. AI용 칩(TPU)부터 AI 모델(제미나이), 클라우드, 서비스, 디바이스까지 모두 자체 보유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8세대 TPU는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나뉜 듀얼 칩으로, 와트당 성능이 이전 세대 대비 2배 향상됐다. 그 결과 새 모델인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다른 프런티어 모델보다 4배 빠른 출력 속도를 갖추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다. 

구글이 한 달에 처리하는 토큰 수는 지난해 약 480조 개에서 올해 3,200조 개로 7배 폭증했고, 이 모든 것을 떠받치기 위해 올 한 해에만 2022년(310억 달러)의 약 6배 규모인 약 1,900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 중 상당수가 AI 인프라와 칩에 배정될 예정이다. 챗GPT의 등장 이후 “검색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까지 들었던 구글이,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가장 빠른 제품 출시로 응답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번 키노트의 마무리는 순다 피차이 CEO가 아닌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장식했다. 과학자의 발언으로 끝나는 키노트, 그 자체가 구글의 정체성 변화를 상징한다.

검색창과 영상에 이어 구글이 놓치지 않은 영역은 몸에 부착되는 AI다. 이번에 공개된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삼성전자와 퀄컴이 하드웨어를, 한국의 젠틀몬스터와 미국의 와비파커가 디자인을 담당한 스마트 안경이다. 오디오만 지원하는 모델은 올가을,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모델은 그 이후 출시된다. 2012년 첫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두고 구글 측은 “기술보다 패션이 우선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명품 안경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메타와의 전략 차이다. 메타가 안경 자체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독립형’을 지향한다면, 구글은 안경을 어디까지나 ‘스마트폰 생태계의 확장 디바이스’로 본다. 안경에 대고 “가는 길에 중국요리 주문해 줘”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의 에이전트가 실제 작업을 처리하고, 결제 단계에서만 사용자 확인을 받는 식이다. 안드로이드라는 거대한 OS 생태계를 가진 구글다운 접근이다.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 I/O 행사 곳곳에서 드러났다. 라이브 데모에서는 한국어–영어 실시간 통역을 시연했고, AI 생성 콘텐츠 식별 기술인 ‘신스ID’의 새로운 파트너로 카카오가 합류했다.

거인의 발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다시 본사 로비의 공룡 앞으로 돌아오게 된다. 환경이 바뀌면 거인도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매일 보면서도, 구글은 오히려 더 큰 거인이 되는 길을 택했다. 검색, 영상, 디바이스, 그리고 표준까지 모든 층위에서 자신이 게임의 룰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그렇다면 그 거대한 풀스택 아래에서 우리 스타트업과 기업들은 어떤 자리를 찾아야 할까. 

실마리를 찾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빅테크가 표준을 만들수록, 그 위에서 더 좁고 더 날카로운 영역을 차지하는 회사가 오히려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AI서비스 중 수익을 내는 곳들은 범용 모델 경쟁에 뛰어든 곳이 아니라, 10대 청소년 심리상담이나 반려동물 전용 유전자 검사 키트처럼 좁은 영역을 정밀하게 파고든 곳들이다. 

AI 시대의 진짜 도전은 ‘구글처럼 모든 것을 다 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구글이 만든 새 인프라 위에서 구글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AI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빅테크가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글로벌 니치 마켓을 노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본사 로비의 공룡은 구글에만이 아니라 그 옆을 지나가는 모든 회사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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