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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기고백년부국 백년地계
유재훈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2010년 08월호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대한제국의 나라살림은 말 그대로 곤궁한 상태였다. 안으로는 지방수령들의 세금착복과 국고납입 지연으로 만성적 수입 부족에 시달린데다 밖으로는 일본과 구미열강의 요구에 따라 나라의 재산이 야금야금 밖으로 유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져 가는 대한제국의 재정을 되살리려 탁지부(국가재정 전반을 담당한 조선후기의 관청) 대신 이용익은 필사적인 재정개혁을 시도한다. 그중 하나가 양지아문(1898년)과 지계아문(1901년)을 세워 전답의 측량과 토지문권을 정리하는 것. 이는 전답의 면적을 바로 잡아 매년 줄어드는 과세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재정개혁은 대한제국의 운명과 함께 미완성으로 남게 되지만 그의 개혁 시도로 인해 우리나라 최초로 국유재산과 민유재산의 구분의식이 자리잡게 된다.

국유재산은 공짜?

10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국유재산 관리는 어떤 상태일까? 부끄럽지만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행정청사와 같이 공무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부동산은 무려 50개 부처가 나눠 관리하고 있어 전체의 수요와 공급을 판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개별 부처는 가급적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려 해 어떤 경우에는 취득한 지 20년이 넘게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재산도 있다. 국유재산을 사용하는 데 비용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무실 공간이 모자라는 부처의 경우 다른 부처의 여유 건물이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어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정부청사 취득을 보면 새로이 예산을 편성해 짓는 청사예산이 매년 약 1조3천억원에 달하는 반면 정부가 소유 토지와 건물을 활용한 실적은 1,4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비단 정부 내부만이 아니다. 지자체나 민간에서도 국유재산은 공짜라는 생각이 퍼져 있다. 현재 무려 163개 법률에서 국가기관 이외의 자가 국유재산의 사용료를 감면받거나 무상으로 양여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재산가액으로 보면 2009년 말 현재 11조원 상당의 국유재산이 공짜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를 사용료 기준으로 보면 약 4천억원 수준으로 안양시의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 매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내 중심가에 어울리지 않게 무한정 방치된 땅은 십중팔구 국유재산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각종 규정에 얽매여 적극적으로 개발이나 매각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유재산의 비용개념 확립할 것

정부는 국토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국유재산을 이번에는 제대로 관리할 계획이다. 먼저 정부 안에서부터 국유재산의 비용개념을 확립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국가기관이든 국유재산을 사용하려 할 때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일정 사용기준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사용승인을 받도록 해 불요불급한 부동산의 취득과 보유를 억제해 나갈 것이다. 둘째, 매년 정부 전체의 국유재산 수요를 파악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놀고 있는 건물과 토지는 회수해 이를 필요로 하는 국가기관에 적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셋째, 163개에 달하는 국유재산 사용료 감면과 양여 규정을 한군데로 모아 가칭 ‘국유재산 특례제한법’을 제정함으로써 과다한 특례사용조항 신설을 억제하고, 매년 기존의 특례사용 국유재산의 사용료 감면 타당성과 필요성을 검토, 축소해 나갈 것이다. 넷째, 장래 행정수요에 대비한 국유지 비축은 꾸준히 해나가되, 불요불급한 국유재산은 과감하게 매각해 불필요한 관리비 지출을 줄이고 효율적인 국토이용을 도모할 계획이다. 끝으로, 개발이 가능한 국유재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중심으로 민간의 창의와 자본을 활용해 개발수익을 올리고 재산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사실 이러한 국유재산 관리제도의 개혁조치들은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계 유럽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도 국유재산 관리제도를 현대화하는 데 수년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우리도 국유재산 개혁조치가 성공리에 안착하기 위해선 세심한 이행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크게 다섯 가지의 경과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첫째, 각 부처가 기왕에 관리하고 있는 국유재산은 모두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고 앞으로 신규로 취득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사용승인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국유재산 모두를 새롭게 심사하고 승인할 경우 발생할 혼란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둘째, 일단 사용 승인된 국유재산은 그 관리와 처분권이 자동 위임된 것으로 간주해 개별 부처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다. 셋째, 현재 도로ㆍ항만ㆍ문화재 등 9개 개별 법률에 의해 「국유재산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특수부동산과 우체국 건물과 같은 특별회계와 기금소관 국유재산은 현행대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관리 처분하도록 할 생각이다. 넷째, 국유재산정책심의회 위원장을 현재 기획재정부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하고 주요 부처 차관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각 부처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처소관 국유재산을 반납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에 적극 협조하는 부처의 경우 향후 국유재산 신규 취득과 개발자금 지원 시 가점을 줘 우대함으로써 해당 부처의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러한 국유재산 관리제도 개혁방안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매년 발생하는 불필요한 재정지출은 감소하고 재정수입은 증대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복지 증진 효과를, 민간에게는 토지 이용기회를 넓혀 국민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경술국치를 당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100년을 설계하고 있다. 이 땅에 앞서 살다 간 우리 선조가 그토록 노력했던 것처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나라의 재산을 튼튼하게 키워 백년부국의 꿈을 실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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