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에 잠시 소동이 있었다. 미국발 속보로 ‘핵융합 발전 성공’으로 읽힐 만한 뉴스가 전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도 몇몇 과학자를 포함한 여럿이 흥분해서 이 소식을 전했다. 연초부터 희망을 꺾어서 미안하지만 과장된 뉴스다. 오죽하면 이 연구를 직접 수행한 과학자도 상용화에는 “수십 년이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겠나.
이참에 핵융합 발전이 왜 어려운지 살펴보자. 핵융합 발전은 일종의 자연 모방이다. 태양 에너지가 바로 핵융합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태양 안에서는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해서(핵융합) 헬륨 원자 하나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나온다. 이것이 태양을 비롯한 별이 빛나는 원리다.
많은 과학자가 이 태양 에너지를 지상에서 구현할 수는 없을지 오랫동안 궁리했다. 그런데 인공 태양을 만들려면 아주 큰 난관이 있다. 지상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초고온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지상에서 가장 쉽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약 10억 도의 초고온 상태가 필요하다. 최소한 1억 도 이상의 고온은 필수다.
온도를 1억 도 이상으로 높이는 일이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치자. 그렇게 1억 도 이상으로 달궈진, 핵융합이 가능해진 뜨거운 상태를 지상에서 견디는 물질이 있을까?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가운데 녹는점이 가장 높은 물질인 텅스텐도 3,400도가 넘어서면 녹기 시작하는데?
전 세계 과학자가 지난 수십 년간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그 가운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한 과학자 그룹이 고출력의 레이저로 초고온 상태를 유도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레이저 핵융합). 연말의 뉴스는 바로 이 그룹에서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었다. (레이저 핵융합은 무기와의 경계가 흐릿해서 미국 중심으로 연구 중이다.)
이 그룹은 이번에 “핵융합 반응으로 2.05 MJ(메가줄)의 에너지를 이용해 3.14MJ의 에너지를 얻어서 투입 대비 약 1.5배의 에너지 효율이 있었다”라고 발표했다. 아직 약 1.5배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넣은 에너지보다 얻은 게 많으니 성공일까? 정말로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것일까?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들여서 가동한 레이저 빔 192대를 쏴서 나온 최초의 에너지(100) 가운데 아주 일부만 핵융합 반응에 이용됐고(10~20), 그 결과 아주 작은 에너지를 얻은 것뿐이다(15~30). 애초 레이저 빔 192대 가동에 들어간 에너지까지 염두에 두면 진짜 에너지 효율은 더욱더 떨어진다. 앞에서 이 뉴스에 ‘과장’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은 이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기술 성과에 환호하는 일이야 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의 상용화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다. 당장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하려면 ①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②그 에너지로 안정적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하며 ③안전성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④결정적으로 비용 편익이 있어야 한다.
핵융합 발전은 현재 ①단계에서도 빌빌대는 상황이다. 핵융합 에너지가 에너지난, 기후위기같이 인류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앞으로 수십 년간 도움이 되리라 낙관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30년 전에 읽은 과학 학습만화에서도 21세기에는 핵융합 발전이 대세가 되리라 전망했었다. 앞으로 30년 뒤에는 사정이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