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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대한 갈라파고스 브라질, 산업의 ‘빈틈’ 공략해야
곽영서 KOTRA 브라질 상파울루무역관 과장 2025년 10월호
축구, 삼바, 아마존. 브라질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문화, 자연 외에 인구, 경제, 산업 면에서도 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브라질 인구는 총 2억1,200만 명으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는 같은 해 기준 GDP 2조1,794억 달러로 세계 10위다. 산업을 보면 농산물에서 항공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군을 갖추고 있어 ‘세계의 식량창고’이자 ‘중남미 최대 공업국’이라 불리고 있다.

남반구 최대 시장으로 수출 매력 크지만
관세·비관세 장벽 모두 높아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농산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대두 생산량은 연간 약 1억5천만 톤으로 생산량 세계 1위, 글로벌 점유율 약 50%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설탕, 커피, 소고기, 닭고기, 오렌지도 수출량 기준 세계 1위이며 옥수수, 돼지고기, 면화 등도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이 농산업만 발달한 것은 아니다.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공업국답게 2024년 생산량 기준 항공기 세계 3위, 자동차 8위, 철강 9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의 경우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Embraer)가 1970년대부터 소형 수송기를 생산했으며, 현재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 민항기 제조사로 성장했다. 엠브라에르는 2019년 군용 중형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을 개발해 포르투갈, 헝가리, 네덜란드 등에 수출했고 2023년에는 한국 공군도 해당 수송기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2억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남반구 최대 소비시장이자 넓은 산업 스펙트럼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는 브라질은 전 세계 수출국에 매력적인 국가다. 하지만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수입을 억제하고 자국 산업을 육성해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시장과 호환되지 않는 독자적인 시장이 구축돼 수출이 만만치 않다.

독자적인 시장에 더해 내수시장 보호를 위한 높은 무역장벽이 수출을 더 어렵게 한다. WTO에 따르면 2023년 브라질 평균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은 약 13.5%로 세계 평균 5~6%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비관세 장벽도 높다. 대표적으로 다른 국가의 인증과 거의 호환되지 않는 ANVISA(식품·의약품·의료기기), INMETRO(전자기기) 인증제도 시행, 공공조달에 외국 기업 참여 제한, 엄격한 국산화 의무 등이 있다. 

글로벌시장과 호환되지 않고 무역장벽에 둘러싸인, ‘갈라파고스’ 같은 브라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 자동차시장이다. 브라질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후 석유 수입 감소, 농산업 육성,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자국 자동차 제조사에 에탄올 전용 엔진 차량 개발을 의무화하고 사탕수수 농가에 에탄올 생산을 장려하는 ‘프로알쿨(Proalcool)’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더해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완성차 수입관세를 WTO 허용 최고치인 35%로 높게 유지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의 결과물로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에탄올-가솔린 혼합연료 차량(FFV; Flexible-Fuel Vehicle) 점유율이 76%에 달하는 독특한 시장을 형성했다. 브라질에서는 모든 주유소에서 가솔린과 에탄올을 판매하고 있으며, FFV 차량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주유할 수 있다.

이렇게 브라질은 수출이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남반구 최대 시장이자 지속 성장하는 시장으로 진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브라질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답은 브라질 산업의 ‘빈틈’을 포착하는 것이다. 브라질은 넓은 산업 스펙트럼으로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정부가 무역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어 수출할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빈틈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 브라질 정부는 에탄올과 휘발유를 혼용하면서 이차전지가 탑재된 ‘에탄올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력 차종으로 보급하려 하지만 이차전지가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수입할 수밖에 없다. 또 차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고부가가치 부품 및 첨단 기술 탑재를 권고 또는 의무화하고 있으나 일부는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아 수입하고 있다.



석유화학 등 자급자족 어려운 산업에
관세 유예, 법인세 감면 등 혜택 노려야


석유화학산업에서도 빈틈을 찾을 수 있다. 브라질은 산유국이지만 정제 능력 및 시설이 부족해 정제유를 수입하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력은 중남미 최대 수준이지만 원료인 나프타는 내수 공급이 부족해 50% 이상을 수입해 충당한다. 

농산업의 경우 전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임에도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핵심 품목인 비료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브라질은 연간 비료 소비량이 약 4천만 톤으로 세계 4위 비료 소비국인데, 이 중 3,200만 톤을 수입했다. 

의료산업에서도 수출할 수 있는 빈틈을 찾을 수 있다. 브라질은 1988년 통합보건시스템(SUS)을 구축해 모든 국민에게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브라질 의약품·의료기기 시장에서 정부 구매 비중은 약 40~45%이며, 브라질 정부는 세계 최대 단일 구매자 중 하나다. 문제는 자국 의료산업이 공공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공공입찰을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약, 백신, 의료기기 등을 외국 기업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와 기업들은 자국 산업의 빈틈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자국 산업의 빈틈을 채워주는 품목의 경우 정책적으로 수입을 촉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하는 ‘관세유예(Ex-Tarifario)’ 정책을 운영한다. 또한 생산에 필요한 설비, 부품, 기술 등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에 단기적으로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효과가 있는 ‘감가상각 가속화(Depreciacao Acelerada)’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브라질 기업들은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한시적으로 관세가 인하되도록 한다. 핵심 원료에 반덤핑 조치가 적용되면 공공이해 절차를 활용해 반덤핑 조치 해제를 정부에 건의한다.

브라질이 독자적인 시장과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수출이 쉽지 않은 국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억 명이 넘는 거대한 내수시장이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는 없다. 산업별로 무역장벽이 없는 빈틈을 포착한다면 갈라파고스 같은 브라질도 대한민국의 주요 수출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브라질 수출액은 약 53억 달러로 한국의 총수출액에서 0.8%를 차지했다. 우리 기업들이 브라질 산업의 빈틈을 성공적으로 공략해 대브라질 수출 비중이 8%, 18%, 28%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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