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까지 참여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언론도 경쟁적으로 경제 칼럼을 지면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볼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교사·학생 모두 학교 경제교육의 병폐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예전과 같다. 쏟는 노력과 관심에 비해 경제교육 효과는 정비례하지 않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글에서는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①경제교육의 기본 틀 ②경제과목의 위상 ③경제교사의 경제학적 소양 ④학생의 학업 성취를 차례로 짚어보되 일본과 미국을 함께 비교하였다.
교과서는 어렵고 수업시간은 짧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공통된 교육과정에 기초하고 있으나 미국은 주별로 다르다. 흥미 있는 점은 세 나라 모두 출판사만 다를 뿐 경제교과서 내용은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주요 경제개념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와 삽화, 사진 등 비주얼 자료가 풍부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심화)과목이 이론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어렵고 지루하다. 일본은 정치·경제를 함께 배우는 편제로 짜여 있고 이론보다는 세계 속의 일본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교과서들이 유사한 형태를 띠는 이유는 1950년대부터 저명한 경제학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전국경제교육협의회(NCEE ; National Council on Economic Education)를 발족시킨 데 있다. NCEE는 경제교육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교사 교육에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학교 경제교육에 필요한 주요 경제개념을 마련하고 학년별(K-12) 학습 수준을 미리 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경제교육의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었고, NCEE를 통해 교사와 교수들 간 경제학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경제교육을 체계화시켜 왔다. 대표적으로 경제교육의 핵심 주제와 수준을 제시한 전국 표준을 마련하고, 이에 근거한 경제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청소년들의 학교교과에서 사회과 여러 과목 중 경제 수업시간은 공통과정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는 약 6%, 일본은 9%에 불과하다. 공통과정에서 일본이 수업시간 수가 다소 많지만 심화 과정이 없어 단선적 비교는 불가능하다. 한편, <표 2>에서 우리나라 고교생 모두가 심화 과정을 102시간 더 수강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경제를 선택한 학생만이 추가 수강 기회를 갖는다는 한정적 의미이다. 미국도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인 학교 경제교육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으로 끝내는지 아니면 추가적인 경제교육을 받는지는 심화 선택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고등학교(3분의 2가 1학년)에서, 미국은 중학교에서 공식적인 경제교육을 받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고교 졸업생 가운데 4분의 1만이 경제(심화)과목을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미국은 약 절반 수준에 가까웠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등학생 수가 많은 주(州)에서 경제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실질적인 심화선택 과목의 학습이 없다.
교사 소양 높여야 교육효과도 높아져
미국의 윌리엄 왈스타드 교수는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효과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해 고교 교사들은 5~6개의 경제학 과목을 수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과목 교사들의 대학 전공 분야의 경우, 미국은 자료의 한계로 인해 입수가 불가능하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교사들의 경제학 전공 비율은 각각 11.5%, 22.8%로 조사되었다. 그나마 일본이 우리보다 높게 나타난 이유는 교사 임용의 차이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의 경제학 소양(경제학 과목 이수)을 보면, 우리나라는 일반사회 전공자 대부분이 경제학을 두 과목 정도, 미국은 평균 세 과목(고교 교사) 정도 수강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미국 모두 왈스타드 교수가 지적한 기준에 크게 미흡하였다. 일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사들도 상당수라는 것이 특징이다.
경제 이해력 테스트는 학교에서 배운 경제교육의 성취 수준을 나타낸다. 경제교육의 실질적 이해수준을 영역별로 알 수 있게 해주며, 경제교육의 효과를 알게 해준다.
특징적 현상으로 첫째,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테스트 점수가 미국에 비해 낮았다. 둘째, 경제 수강 여부가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지 못했다. 셋째, 문제의 난이도별 점수는 문제가 어려울수록 미국과 격차가 벌어졌다.
경제(심화)과목 수강생들의 성취도가 미국에서 그 격차가 큰 점, 우리나라에서 경제 선택이 테스트 점수와 무관한 점에서 경제교육의 효과가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학교 경제교육 지원할 ‘민간경제교육재단’ 설립 시급
경제교육에 투입되는 수업시간의 절대 부족과 경제교사들의 낮은 경제학 전공 비율은, 경제를 배우는 학생에게도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부담을 준다. 결국 경제교육이 선택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 연유로 고교 졸업생의 4분의 1만이 경제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 수는 다른 사회과 과목에 비해 거의 최하위 수준에 가깝다. 경제 수강에 관계없이 점수 차이가 없어 학교 경제교육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제적 비교 측면에서도 미국에 비해 우리는 크게 뒤쳐져 있다.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2005년부터 ‘경제교육 원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내각부 주도로 경제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NCEE를 구심점으로 인적·물적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합심 노력을 통해 경제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는 일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교 경제교육의 선진국인 미국과 경제교육을 준비하고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과목의 수업시간 및 심화선택 경제과목의 개설이 확대되어야 한다. 중학교 사회 시간 수에서 지리는 경제의 네 배, 세계사는 세 배에 달하고 있으므로 객관적인 연구자료에 기초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경제를 선택하는 고등학교가 4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경제과목 개설 학교를 늘려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경제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경제 소양과 자질의 향상이 필요하다. 경제 학습의 질은 교사의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사회과 연수 프로그램의 양적·질적 노력은 계속하되 경제 담당 교사들의 경제 과목(추가로 4~5개)을 수강할 수 있는 직무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학교 경제교육을 지원할 구심점으로서 ‘민간경제교육재단’의 설립이 절실하다. 경제교육은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교육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 정부의 보조금은 다양한 경제교육 지원에 불가결하다. NCEE의 경우, 정부 보조금이 절반 정도이며 기업 및 개인 기부금이 37%를 차지한다. 경제교육에 있어 현재 요구되는 사항은 경제교육의 전문성 확보, 한정 재원의 효율적 사용, 효과성의 실질적 제고이다. 학계·연구기관·교사 등 경제교육 전문가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조화를 끌어낼 수 있는 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