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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교묘해진 조세회피, 빈틈없이 막을 비책은?
최재봉(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11년 07월호
전통적 세무조사의 한계를 감안해 여러 OECD 국가는 공격적 조세회피에 대한 적발 및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납세자 또는 그 조력자로 하여금 스스로 관련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거나 기타 납세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하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많은 국가들은 금융위기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공격적 조세회피’(Aggressive Tax Planning, 이하 ‘ATP’)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공격적 조세회피란 세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부당하게 시금을 줄이는 행위다. 전통적 대응방법이라 할 수 있는 세무조사 강화 외에도, 일반적 남용방지 규정(General Anti-Avoidance Rule), 특정 유형에 대응하기 위한 남용방지 규정(Targeted Anti-Avoidance rule), 특정 납세자 유형에 대한 소송 강화 등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ATP와 직접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가 적기에 확보돼야 한다. 관련 정보가 조기에 수집될 경우 과세관청은 공격적 조세회피 발생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납세성실도를 높일 수 있으며, 정책적으로도 적기에 입법 대응이 가능해진다.

세무조사가 관련 정보의 중요한 원천인 것은 분명하나 ATP 수법을 찾아내는 수단으로는 제약이 있다. 일반적으로 ATP는 복잡한 거래구조를 띠고 있다. 국가별 세법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고, 조사공무원의 업무량 문제도 있어 수법을 밝히기도 어렵다. 조사를 통해 ATP 수법을 확인하더라도 거래가 발생한 때로부터 조사를 통한 ATP 수법 확인까지 수년의 시차가 존재할 수 있으며, 널리 확산된 현상인지 단순히 일회성으로 사용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여기에서는 OECD가 지난 2월 발간한 Tackling Aggressive Tax Planning through Improved Transparency and Disclosure의 내용과 3월 11일과 12일 런던에서 열린 ‘Workshop on Disclosure Initiatives and Recent Developments in the area of Anti-Avoidance’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공격적 조세회피를 위한 OECD 국가들의 대응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의무적 조기 정보 보고 규정

조세를 감소시키거나 회피하는 거래구조 등에 대해 납세자 측에서 세금신고서 제출 전 또는 제출 시 과세관청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캐나다, 포르투갈, 영국, 미국, 아일랜드 등이 채택하고 있는데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납세자뿐 아니라 세무대리인 등 납세 조력자 또는 ATP 상품의 판매자 등에게 보고의무를 부여하고, 불이행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다음은 캐나다의 사례이다.

캐나다는 1989년부터 ‘Tax shelter legislation’을 통해 공격적 조세회피에 대한 납세자의 자기정보 보고를 제도화했다. 이 제도는 Tax Shelter 상품(필자 주; 거래에서 발생하는 조세혜택이 거래의 순비용보다 큰 증여나 자산취득 거래)을 고안, 판매 또는 관련 조언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promoter(판매자)는 관련 거래 참여자, 거래내용 등을 정해진 서식(Form T5001)에 기재해 과세관청에 ‘Tax Shelter Identification Number’를 신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Promoter가 ID 번호를 받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신청서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할 경우 500캐나다달러 또는 대가의 25%를 벌과금으로 부과한다.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엔 100캐나다달러에 하루 25캐나다달러를 가산한 금액을 벌과금으로 징수하며, 보고되지 않은 Tax Shelter 거래에 대해서는 관련된 조세혜택이 부인된다.

이 제도는 보고대상 거래가 제한적이고, 기업 내부에서 개발된 조세회피 거래구조(Scheme)는 대상이 아니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외국의 promoter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한계 때문에 새로이 ‘Reporting of Tax Avoidance Transactions’(RATR)라는 제도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RATR은 특정 거래를 통해 조세혜택을 얻으려는 사람, 조세혜택을 발생시키기 위한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 특정 거래와 관련해 수수료 등을 받는 advisor 또는 promoter 등을 모두 보고의무자로 규정하되, 특정 거래 관련 보고의무자 중 한 사람이라도 보고의무를 완전하게 준수한 경우엔 모든 사람이 보고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보고대상 거래는 캐나다 소득세법 상의 조세회피 거래로서 다음 특징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첫째, 조세혜택이 발생하는 거래로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조세혜택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행됐거나 마련됐다고 볼 수 없는 거래 둘째,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조세혜택의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경우, 조세혜택 또는 환급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경우, 거래에 참여했거나 거래의 결과에 대하여 자문을 받은 납세자의 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경우 등이 있으며 셋째, 납세자로 하여금 거래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을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경우 넷째, 거래에 참여한 납세자, advisor, promoter 등이 예정했던 조세혜택이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한 보장이나 면책 또는 보상 등을 받는 경우, 조세혜택 여부와 관련된 분쟁에서 발생하는 비용ㆍ수수료ㆍ이자ㆍ벌금 등을 지불하거나 환급하는 경우, 관련 분쟁이 있을 경우 promoter가 지원할 것을 약속한 경우 등이다.

보고의무는 거래가 발생한 연도의 다음연도 6월 30일까지 이행돼야 하며 promoter는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조세회피 상품만을 판매해야 하고 과세관청에 투자자나 참여자의 리스트(성명, 주소, 등록번호 등 기재)를 제공해야 한다. 보고의무 불이행 시엔 보고가 이뤄질 때까지 조세혜택 부여가 정지되고, 조세혜택을 받으려 했던 납세자에 대하여는 promoter나 advisor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만큼 벌과금이 부과된다. Promoter나 advisor는 납세자와 연대해 또는 각각 벌과금을 납부해야 하며, 받기로 했던 모든 수수료에 상당하는 금액만큼의 벌과금이 promoter에게도 부과된다.

>> 추가적 보고의무 신설

일부 국가들은 납세자들의 과세관청에 대한 세금신고 시 또는 신고 전에 신고서에 게재되는 사항 외에 추가적으로 보고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특수 관계 등 관련 기업에 지급한 이자비용을 공제받으려는 납세자에 대해 그 뜻을 과세관청에 통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탈리아는 대규모 결손금 발생 시 이를 과세관청에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회계기준에 따라 소득세 계산상의 불확실성을 재무제표에 준비금 등의 형식으로 반영한 경우 이를 소득세 신고 시 함께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선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회계기준위원회의 유권해석(FASB Interpretation No. 48, 이하 ‘FIN 48’)은 소득세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있을 경우 소득세 신고서에 반영된 불확실성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준비금을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 FIN 48에 따라 생산되는 소득세 관련 회계정보는 조세행정에도 유용한 정보이므로, 미 국세청은 소득세 신고 시에 이 정보를 추가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Schedule UTP, Form 1120)를 2010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의 소득세 신고의무, 자산규모 1억달러 이상, 회계감사를 거친 재무제표 발행, 보고대상 Tax position(조세상의 입장)이 있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은 Schedule UTP를 소득세 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 질문서에 대한 답변서 제출

일부 국가는 부채/자본 혼성 상품, 복수국가 거주 회사, 혼성 실체 등 불성실 위험도가 높은 분야에 대해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질문서를 제시해 조사대상 선정 또는 실제 조사 시 활용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외국 소유 뉴질랜드 법인의 그룹 내 자금거래와 관련된 ATP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관계회사 등과의 자금거래에 대한 의무적 질문서를 개발했다. 다음은 그 상세 내용이다.

뉴질랜드 국세청의 질문서는 외국 소재 관계회사로부터 선택적 전환사채(Optional Convertible Notes), 의무적 전환사채(Mandatory Convertible Notes), 기타 혼성상품(이익 연동 회사채, 전환사채, 우선주 등) 등 부채/자본 혼성 상품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한 경우 그 액면가, 발행일 및 기타 조건 등을 보고하도록 한다. 또한, 관계회사 중 복수의 국가에서 거주자로 인정되는 이중 거주자(Dual Tax Resident)나 한 국가에서 납세의무자로 인정되나 다른 국가에서는 재무적으로 투명한 혼성실체(Hybrid Entity) 형태의 회사가 있는 경우 그 상세한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소득세법 관련 조항에 따라 과소자본세제(Thin Capitalization) 해당 여부 판단을 위해 계산한 총 부채와 총 자본에 대한 상세한 내역도 답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답변은 의무적이며, 미제출 시 불성실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조사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 유권해석

세법에 대한 ‘사전 해석 제도’(Advance Ruling Mechanism)는 납세자의 자기정보 보고가 본래의 목적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ATP 관련 정보가 과세관청에 보고되는 효과가 있으며, 해석 결과의 효력 범위에 따라서 ATP 대응에도 유용하다. 세법 해석 제도는 국가별로 다양한 체계가 존재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해석을 요청한 납세자에 대해 효과가 발생하는 세법의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은 ‘Product Ruling’ 제도를 해석을 요청한 납세자에게만 적용하지 않고, 특정 상품에 투자하는 납세자 전반에게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하에서는 호주의 ‘Product-ruling’ 제도를 소개한다.

1990년대 호주는 조세혜택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투자상품 등이 다수 판매됐다. 과세관청의 노력에도 불구 조세회피 상품이 확산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Product Ruling 제도가 도입됐다. ‘Product Ruling’은 특정 ‘product’ 거래를 통해 청구되는 조세혜택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으로서, 특정 ‘product’를 거래하거나 잠재적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적용된다. 여기서 ‘product’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계약 또는 거래로서, 다수의 사람이 수수료 등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 또는 참여하는 투자상품(Investment scheme, Tax effective investment, Financial scheme, Insurance scheme 등)을 뜻한다. ‘Product Ruling’은 ruling에서 기술하고 있는 유형의 납세자만을 대상으로, ruling 발표일 이후에 개시되는 거래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ruling에 적시된 거래형태와 동일한 거래는 과세관청을 기속하나 거래내용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호주에서 Product Ruling은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며, 과세관청이 관련 거래구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신청 시 사실관계와 실제 product의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어 기존 ruling과 다른 세법적용이 이뤄져야 하는 경우엔 과세관청이 발표된 Product ruling 철회, 청구된 공제혜택의 부인, 상품 promoter에 대한 처벌 등을 추진할 수 있다.

>> 협조적 성실납세 프로그램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지속적인 협조관계를 위한 제도는, 납세자에게는 조세관련 위험에 대한 관리를 개선하고, 과세관청에게는 전반적 납세성실도를 개선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협조적 성실납세 프로그램은 기업으로 하여금 모든 주요 거래나 과세상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과세관청에 수시 제공하도록 하되, 과세관청은 이에 대한 해석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체계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세관청은 잠재적 공격적 조세회피 관련 정보를 조기에 입수할 수 있으며, 납세자와의 협조를 통해 부당한 조세회피 행위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미국의 Compliance Assurance Process, 영국의 Tax Compliance Risk Management Process, 호주의 Annual Compliance Arrangement, 아일랜드의 Co-operative Approach to Tax Compliance, 이탈리아의 Risk Management Monitoring, 네덜란드의 Horizontal Monitoring, 뉴질랜드의 Co-operative Compliance Initiative, 스페인의 Forum for Large Taxpayers 등이 포함되며, 이들 제도는 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벌칙과 연계한 자기정보 공개 유도

일부 국가는 ATP 관련 정보를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가산세나 가산금 면제 또는 감경을 통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납세자가 조세회피 거래를 한 경우 20%의 가산세와 기간에 따른 가산금을 부과하나, 거래일로부터 90일 내에 과세관청에 거래내역을 통보하는 ‘Protective Notification’을 이행한 경우 가산세 및 가산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뉴질랜드는 공격적 조세회피(abusive tax position)에 대해 과소납부 세액의 100%를 가산세로 부과하나, 일정 기한 내에 과소납부세액의 내역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경우 가산세를 감경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세무조사 통지를 수령하기 전까지 보고하면 가산세가 75% 감경되며, 세무조사 통지 후 세무조사 착수 전까지 보고하면 가산세 40%가 감경된다.

OECD 국가들이 공격적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납세자 자기정보 보고 제도 중 상당부분은 우리나라도 시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추가적인 보고의무 제도로 볼 수 있는 ‘해외계좌 신고제도’를 시행해 내국법인과 거주자가 보유한 해외 은행 또는 증권 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신설했으며, 2009년 말부터 시범시행해오던 ‘수평적 성실납세제도’를 2011년부터 70개 중견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들이 공격적 조세회피와 관련된 정보를 적기에 입수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를 감안할 때, 아직도 보완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특히, 의무적 조기 정보보고 제도 도입, 대기업에 대한 수평적 성실납세제 확대 시행, Product Ruling 제도 도입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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