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경제정보리뷰」 2026-2호 좌담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좌장)을 비롯해 김필수 금융결제원 전문연구역, 류창보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OBDIA) 협회장, 최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교육콘텐츠2팀
구분선♦ 일 시: 2026년 6월 16일 9:30 ~ 11:30
♦ 장 소: 비즈허브서울센터(서울)
♦ 참석자: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필수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전문연구역
류창보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 협회장
최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구분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기훈 교수, 류창보 협회장, 김영도 선임연구위원(좌장), 김필수 전문연구역, 최선미 책임연구원
#1. 개념 및 용어 정의
김영도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자산, 가상 자산 등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기반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되며, 이에 따라 디지털 자산의 활용 범위 또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먼저 블록체인의 개념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블록체인은 전문가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이지만, 이를 기술적·산업적·정책적 관점 가운데 어느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어떤 특징을 가진 기술인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최선미 블록체인은 다수의 참여자가 동일한 거래 기록(원장)을 분산 저장하고,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공동으로 검증·갱신하는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의 한 형태입니다. 거래 내역을 블록 단위로 저장하고 암호학적으로 체인처럼 연결하기 때문에 블록체인(blockchain)이라고 합니다. 운영 방식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성입니다. 중앙 기관 없이도 개인 간 거래(Peer-to-Peer, P2P)가 가능하며, 동일한 원장을 여러 참여자가 보관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들이 해시(hash) 기반으로 연결되어 있어 데이터의 변경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위·변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림 1> 블록체인(비트코인)의 블록 구조
출처: 비트코인의 블록 구조를 참고하여 편집자 작성
흔히 블록체인을 비트코인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최초의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며 특히 허가형 블록체인은 가상 자산 없이도 신원 인증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자체의 보안성은 높지만 지갑이나 거래소, 스마트 계약 등 응용 단계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합니다. 종합하면
분산 저장과 네트워크 유지에 따른 비용이 커 신뢰성과 무결성이 중요한 고가치 데이터를 관리하는 분야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창보 블록체인은 신뢰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정부나 은행과 같은 중앙 기관이 신뢰를 제공했다면, 블록체인은 여러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공동으로 검증함으로써 신뢰를 형성합니다. 다만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기술로 인식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책임 체계, 본인 확인(Know Your Customer, KYC),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소비자 보호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김영도 앞서 블록체인이 신뢰성과 무결성이 중요한 고가치 데이터의 관리에 적합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러한 특성에 따라 블록체인은 금융 분야의 차세대 인프라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은 전자적으로 기록·관리된다는 특징에 더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디지털 자산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고, 유사한 용어들과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기훈 먼저
화폐(currency)는 자산(asset)에 포함되는 개념인 가운데, 디지털(digital)·가상(virtual)·암호(crypto)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포괄적인 개념은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으로, 가상 자산, 암호 자산, 토큰 증권(security token)
1) 등 블록체인 기반 코인뿐 아니라 디지털화된 자산을 아우릅니다. ‘가상 자산(virtual asset)’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 금융정보법」)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디지털 자산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제도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암호 자산(crypto asset)’은 블록체인과 암호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자산입니다. 과거에는 화폐 기능을 강조한 ‘암호 화폐(cryptocurrency)’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새로운 화폐를 지향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용된 표현이며 최근에는 암호 자산이 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전문가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
한편 오늘날에는 부동산, 미술품, 채권, 주식 등 다양한 실물 자산과 금융 자산이 디지털 자산으로 본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러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축으로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와 토큰 증권을 들 수 있습니다.
1)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
김필수 ‘디지털 자산’이 가장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가운데, 일본이나 유럽연합(이하 EU) 등 해외 주요국은 제도적인 논의를 하면서 블록체인, 분산원장, 암호 기술을 활용하는 자산의 개념으로 ‘암호 자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을 주로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암호 자산과의 구분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EU는 「암호자산시장규정」(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이하 MiCA)을 만들면서 기존 금융 규제의 공백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접근했고, 광의의 디지털 자산은 전통적인 금융 규제법에 적용받는 것으로 보고 배제했습니다. 예를 들어 토큰화된 금융 상품이나 예금은 MiCA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기존 EU 금융 규제 법제의 규율을 받습니다.
<그림 2> EU의 디지털 자산 규제 구조
출처: Elise Soucie et al.(2024), Navigating the EU Regulatory Landscape을 토대로 재구성
한편 우리나라 금융 규제 법제에서 ‘가상 자산’ 개념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The Financial Action Task Force, FATF)의 기준을 국내에 이행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특정 금융정보법」은 가상 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도입하면서 FATF 권고를 반영한 포괄적인 정의 규정을 마련하였으며, 이후 제정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도 이러한 정의의 기본 골격을 계승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발전한 만큼, 산업 규제를 마련할 때 이러한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필수 금융결제원 전문연구역
#2. 블록체인 기술의 사례와 현안
김영도 지금까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의 개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현재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분야에서 더욱 유망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류창보 블록체인의 가치는 비용 절감이나 결제 속도 향상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이 실물경제 전반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은 현재 가상 자산 거래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 결제 비중은 아직 크지 않습니다. 반면 기업 간 거래(Business-to-Business, B2B)와 해외 송금 분야에서는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흐름이 인터넷의 발전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도 처음에는 미국 국방부와 연구기관의 정보 공유를 위해 개발됐지만, 이후 기업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 확산됐습니다. 블록체인 역시
지금은 금융기관 간 정산과 국가 간 지급결제처럼 신뢰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영역에서 먼저 가치를 입증해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 회사들도 해외 기업들과 협력해 새로운 지급결제 모델과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영도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완성된 기술인지, 아니면 계속 발전해 나갈 기술인지 궁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발전 중인 기술이라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시는지,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활용 범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선미 블록체인은 신뢰를 형성하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금융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먼저 탈중앙성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 것인지에 따라 활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정 기관도 하나의 노드로 참여하는 탈중앙화 구조를 지향할 수도 있지만, 특정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환경에서 데이터 무결성 검증, 감사 추적 등 블록체인의 특성을 선별적으로 활용해 기존 인프라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활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처리량을 향상시키고,
필요한 기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듈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블록체인의 처리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과거 초당 수십 건 수준에 불과했던 처리량은 레이어2를 비롯한 확장 기술의 도입으로 오늘날 초당 수만 건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최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그림 3> 블록체인의 주요 차세대 기술
출처: 전문가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
김영도 과거 도스(DOS) 환경에서 그래픽 기반의 윈도우(Windows)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활용하게 된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블록체인 역시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트릴레마(blockchain trilemma) 문제2)를 비롯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업계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대중화한 개념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보안성(security), 확장성(scalability)이라는 세 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딜레마
류창보 말씀하신 것처럼 블록체인 트릴레마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실제 금융 서비스에서는 누구나 참여하는 완전한 탈중앙화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형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금융 현장에서는 탈중앙성 자체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관련 규제를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출시하면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 실무적인 논의가 더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 협회장
최선미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인 탈중앙성은 많은 참여자가 동일한 거래 기록을 함께 저장하고 검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검증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보안성은 높아지지만, 이들 모두가 원장을 함께 업데이트해야 하므로 처리 속도는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블록체인은 활용 목적에 따라 탈중앙성 수준과 데이터를 읽고, 기록하고, 검증하는 참여자의 권한을 다르게 설계합니다.
대표적으로 누구나 참여하는 공개무허가형 블록체인(public permissionless blockchain)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에서 주로 활용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곧 비트코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형태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공개허가형 블록체인(public permissioned blockchain)은 누구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지만 승인된 참여자만 거래를 검증하는 형태로, 공급망 관리나 부동산 등기 등에 적합합니다. 또한 컨소시엄형 블록체인(consortium blockchain)은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형태로 금융 기관 간 지급결제나 정부·기업 간 정보 공유 등에 활용되고, 프라이빗형 블록체인(private permissioned blockchain)은 단일 기관이 목적에 따라 구현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다만 이처럼 제한된 환경에서는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특정 서버 한 곳이 멈추거나 해킹당해도 전체 기록은 안전하게 유지되고, 기록이 조작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기관끼리 서로의 장부를 일일이 대조하거나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된 환경에서도 블록체인의 효용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 블록체인은 이 네 가지 형태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림 4>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주요 유형

출처: 전문가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
#3. 디지털 자산 산업의 현황과 주요 쟁점
김영도 기존 금융 시스템은 은행과 같은 기관이 하나의 원장을 중앙에서 관리하고 책임지는 구조인 반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수준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을 응용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고, 앞서 언급된 실물자산 토큰(Real World Asset, RWA)
3)을 비롯해 사용처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시는지, 금융 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3) 부동산, 미술품, 국채, 원자재 등 현실 세계의 유·무형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한 것
김필수 우선 ‘화폐의 디지털화’와 ‘자산의 디지털화’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폐의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촉발한 계기는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크게 세 가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첫째로 CBDC 연구가 가속화됐고, 둘째로 스테이블 코인 규율 체계 논의가 본격화됐으며, 셋째로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 논의가 확대됐습니다. 금융 시장과 분산원장 기술을 접목하려는 연구가 진전되면서 토큰화 자산의 잠재력이 주목받았고, 그 거래를 완결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자산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CBDC, 토큰화 예금 및 규율 체계에 편입된 스테이블 코인 등이 토큰화된 화폐의 주요 형태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화폐가 공존하는 멀티 머니버스(multi-moneyverse)를 전제로 제도 설계를 논의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화폐가 언제든 중앙은행 화폐와 1:1로 교환되는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4)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은행 예금을 신뢰하는 것은 예금 보험, 금융 감독,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 특별정리 제도 등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제도화가 시작된 단계인 만큼 예금 수준의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금융 회사들은 금융 상품과 자산을 토큰화해 새로운 거래 방식을 구현하려 하지만, 분산원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결제 자산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여러 실증 사업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토큰화 예금, 분산원장 기반 중앙은행 결제 자산 등 다양한 모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각국 중앙은행도 토큰화 플랫폼에 중앙은행 화폐 결제를 어떻게 도입할지, 민간 분산원장과 기존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연계할지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AI 에이전트의 발전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AI 에이전트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지급 수단에 대한 논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어떤 지급 수단이 활용될지는 제도 설계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발전 방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국은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 법률을 서둘러 개정하기보다 규제 샌드박스
5)를 통해 시장과 함께 실험하고 학습하며 제도를 설계해 나가고 있습니다.
4) 형태나 발행 주체가 달라도 모든 화폐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액면 가치로 교환 및 통용되어야 한다는 원칙
5) 혁신적인 서비스나 기술을 실제 시장에서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의 일부를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제도
김영도 자산만 디지털화되고 결제는 기존 방식에 의존한다면 거래의 효율성을 충분히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화폐의 디지털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디지털 자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과거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디지털 자산, 특히 코인이 과연 가치 있는 자산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산과 화폐의 디지털화가 함께 진전되면서 디지털 자산도 지급결제, 가치 저장, 금융 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할 때, 과거의 논쟁을 오늘날에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의견 부탁드리겠습니다.
홍기훈 저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 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코인은 주주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PF)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유사한 관점에서 과거 법조계에서는 ‘후순위 회사채
6)에 가깝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코인들이 기존 금융 인프라를 본질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던 시스템을 크립토 생태계로 옮기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공모의 사모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자산의 내재가치도 기존 금융자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는 제도적 보호가 충분하지 않고, 높은 가격 변동성과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위험이 가치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기업이 파산할 경우 일반 채권자(선순위 채권)에게 빚을 모두 갚고 난 후에야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
최선미 초기 프로젝트는 주로 네트워크 유지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팅 자원을 직접 제공하지 않는 사람들도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를 원하면서, 초기 참여자들이 자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가상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즉 프로젝트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금과 자원을 모은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프로젝트들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보상으로 지급되는 토큰이 다른 참여자의 컴퓨팅 자원 또는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단순히 0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도 이 주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디지털 자산이 과연 가치 있는 자산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지만, 산업이 성장하고 활용 사례가 축적되면서 이러한 논쟁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도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이를 어떤 제도와 규제 체계 안에서 수용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현재 디지털 자산 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주요 이슈는 무엇이며, 우리나라의 디지털 자산 산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류창보 불과 1년 전만 해도 은행권에서 스테이블 코인이나 블록체인 활용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낯선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디지털 자산이 투자나 범죄와 연관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스테이블 코인, 토큰화 자산, 지급결제 등 실제 활용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도 투자 중심에서 금융 인프라나 실제 활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온 만큼 산업 생태계 육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 결과 일부 기업과 전문인력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용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필수 해외에서는
코인 시장 자체보다 전통 금융 상품과 화폐를 토큰화해 온체인(on-chain)7)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그리고 외국과의 경쟁 속에서 자국 통화와 금융 시장을 분산원장 위에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달러 기반 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온체인화됨에 따라 전 세계에 미칠 영향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결국 자국 통화와 금융 시장의 영향력을 지키는 문제가 통화 주권과 경제 안보의 논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전문가 발언을 바탕으로 작성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CBDC와 은행 예금 토큰을 연계한 의미 있는 실거래 실험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금융 회사의 업무 범위와 출자 규제, 그리고 금융 회사의 가상 자산 관련 업무를 폭넓게 제한해 온 정책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 회사의 분산원장 기술 활용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는 법과 제도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7)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거래를 블록체인 원장 위에 직접 기록·검증하는 방식
김영도 일본이 예전과 달리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제도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고, 현재 국회에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자금 세탁 방지 등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점차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디지털 자산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류창보 은행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무엇이 가능한지만 명확해도 그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이나 일본의 지급결제 혁신 프로젝트(Payment Innovation Project)처럼 금융 회사와 기술 기업이 함께 실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방식은 좋은 참고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시장 참여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싱가포르 통화청, 일본 금융청 웹사이트를 참고해 작성
홍기훈 비슷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저는 약 5년 전에도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권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코인 가운데 증권은 「자본시장법」, 나머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규제하는 방식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더라면 현재의 혼선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EU의 MiCA도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도 토큰 증권과 실물자산 토큰을 두고 각각 「주식ㆍ사채 등의 전자 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증권법」),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따로 논의합니다. 또 다른 과제는 유통 시장입니다. 저는 스테이블 코인도 결국 디지털 자산의 2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이고, 디지털 자산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토큰 증권과 실물자산 토큰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기존 금융의 보조적인 수단이나 대체재로만 바라본다면 '왜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결국,
디지털화는 현실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기는 것이 아닌, 디지털 환경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일부 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코인 없는 블록체인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러한 인식 속에서 블록체인과 코인이 분리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이해되었고, 제도적으로도 블록체인과 코인을 함께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선미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답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블록체인과 가상 자산은 분리할 수 있고, 실제로 가상 자산 없이 운영되는 허가형 블록체인이 이미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시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
초기에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많은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코인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산업적 배경이 블록체인과 코인을 분리할 수 없는 요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4. 도전 과제
김영도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기술과 산업은 물론 제도적 환경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 학계, 공공 부문 각 분야에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도전 과제도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제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창보 블록체인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를 확보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 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과 전문 인력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사례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제도화되더라도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술 주도권이 해외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용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정책이 중요하며, 그래야 국내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선미 먼저
정부가 정책을 도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해외 사례가 충분히 축적된 이후 제도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우리나라의 논의가 더 빨랐지만 제도화는 일본이 먼저 이루어냈습니다. 산업 측면에서는 글로벌 가상 자산 시장이 2~3조 달러 규모
9)로 성장한 반면,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기술 시장은 2018년 약 2천억 원에서 현재 약 4천억 원 수준
10)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해외로 떠났습니다. 결국 그 성장의 결실은 주로 가상 자산 거래소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에서는 마스터카드(Mastercard), 페이팔(PayPal), 코인베이스(Coinbase) 등 60여 개 기업이 A2A
11) 기반의 AP2
12), x40
13)2 등 AI 에이전트 시대의 차세대 결제 표준 개발에 참여하며 새로운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기존 카드 결제보다 결제 확정성, 수수료, 처리 속도 등에서 우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9) (편집자 주) 2026년 7월 1일의 시가총액은 약 2.04조 달러(약 3,179조 원, 원/달러 환율 1,558.32원 기준)로 집계(자료: CoinMarketCap 웹사이트)
10) (편집자 주) 2025년 553개사의 총매출액은 약 4,465억 원으로 집계(자료: 한국인터넷진흥원(2026), 「2025 블록체인 산업 실태조사」)
11) A2A(Agent-to-Agent):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교환하고 작업을 분담·협력할 수 있도록 정의한 상호운용성 표준
12) AP2(Agent Payments Protocol):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지급수단으로 안전하게 결제하도록 지원하는 프로토콜
13) x402: HTTP 402를 활용해 API나 웹서비스 이용 시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웹 결제 표준
홍기훈 금융 산업이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디지털 자산 시장도 충분한 신뢰를 구축해야 금융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산업은 본래 미래지향적인 산업은 아니지만, 금융이 사회의 핵심 인프라가 되면서 이제는 혁신도 함께 요구받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금융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비용과 효용을 토대로 기술이 정말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은 계속 등장할 텐데, 이러한 고민 없이 기존 인프라를 대체해 버리면 결국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오래된 지하철은 애초에 터널 폭이 좁아 에어컨이 설치된 열차를 도입할 수 없는데, 이를 개선하려고 해도 터널을 다시 확장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김필수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당국과 산업계, 학계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공개적으로 올려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폐와 자산의 기반에는 법 체계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이기 때문에 민사법과 거래법상 권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디지털 자산을 구성하는 디지털 정보 자체는 현행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다수이며, 이 경우 민법상 점유권·소유권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토큰이 표상하는 채권 등 권리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고 디지털 자산이나 토큰화의 활용 양상도 다양하므로, 권리귀속·이전·담보·도산 등 관련 법률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제 정비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최근 느끼는 것은 해외와 우리나라의 논의 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당국과 산업계, 학계가 지속적으로 함께 연구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주체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은행 중심 컨소시엄 방식이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EU·미국·홍콩 등 해외 주요국은 엄격한 인가 요건을 충족한 비은행에도 발행 경로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엄격한 진입 규제를 충족한다면 비은행도 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U의 MiCA에서 논란이 되었던 규제 중 하나는 스테이블 코인에 해당하는 전자 화폐 토큰(E-Money Token, EMT)의 준비자산을 일반 전자 화폐 토큰은 30%, 중요 전자 화폐 토큰은 60%를 은행 예금으로 보유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발행자의 수익성과 은행과 스테이블 코인 간 위험 전이 관련 논란이 있었습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에서 MiCA의 내용 전반이 시장과 정책 환경의 변화에 여전히 적합한지를 검토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자 화폐 토큰 준비자산 규제도 논의 대상입니다.
한편 영국의 시스템적 스테이블 코인(systemic stablecoins)
14)에 관한 제도는 EU와 다르게 설계되고 있습니다. 영란은행은 2026년 6월 정책 성명과 규칙 초안에서 금융·운영 및 전염 위험을 이유로 상업 은행 예금을 준비자산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유지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와 단기 국채 시장의 여건이 주요 통화국과 다르므로,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하면서도 국내 금융 시장 구조에 맞는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면서도 글로벌 정합성과 국내 민간의 경쟁력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나 국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관이 함께 논의하는 장이 필요합니다. 해외는 대부분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를 설계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폐쇄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고, 이러한 차이가 제도 설계 수준과 시장 발전, 규제 명확성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4) 영국 재무부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정한 지급결제 시스템 또는 서비스 제공자가 디지털 결제 자산으로 사용하는 스테이블 코인(Bank of England(2026), Sterling-denominated systemic stablecoins: Policy Statement, p. 9)
#5. 결론 및 제언
김영도 종합해 보면 규제의 명확성이 필요하고, 산업 및 제도 측면에서 보다 도전적으로 접근을 해야 하며,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 논의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결론과 제언에 대해 간략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기훈 우리가 반드시 세계 1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고, 여러 실책을 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도의 목적과 산업의 목표가 모두 세계 1위를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면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직 그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선미 정책 측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업육성 정책을 제외하면 대부분 규제 중심입니다.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체로 2년 주기로 발표되다 보니 기술과 글로벌 환경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다소 느립니다.
큰 정책은 유지하되 필요한 과제는 수시로 보완해 산업과 제도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 측면에서는,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Project-based System, PBS)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전략연구사업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될 텐데, 중요한 것은 연구자들이 산학연이 함께하는 환경에서 꾸준히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메타버스 기술도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로키드 글래스(Rokid Glasses)나 메이주 스타V(Meizu StarV)처럼 결제 기능을 탑재한 XR 기기가 등장했고, 앞으로는 반지나 안경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도 결제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이를 준비하려면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학연이 함께 이론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연결해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인재 측면에서도, 지금은 각자의 분야 안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서로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창보 이제는 블록체인이 성공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한 분야를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경험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과거 금융 회사에서 블록체인 업무를 담당하던 실무자들도 대부분 다른 분야로 떠나면서 업계의 전문성이 쌓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외 금융 기관과 기술 기업들을 만나보면 기술 자체보다는 사업과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개념증명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여건이 글로벌 기업의 성장 기반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산분리와 같은 제도적 제약으로 금융 회사가 디지털 자산 사업을 직접 하기 어렵고, 기술 기업 역시 신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필수 영국과 일본 등에서는 샌드박스를 단순한 규제 유예가 아니라, 민간과 정부가 함께 제도를 연구하고 규칙을 만드는 룰북 팩토리(rulebook factory)로 활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한적인 특례를 부여한 뒤 제도화 여부를 검토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그치고 있습니다.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법률은 원칙을 제시하고 시행령, 감독 규정 등을 통해 수시로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어 시행될 시점에는 이미 환경이 크게 변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산학연 협력 등 공개적인 의견 수렴 과정이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대륙법 체계하에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제도 설계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새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기술, 금융, 제도를 아우르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며, 연구 기관과 학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도 오늘 좌담회에서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동안 관련 논의가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는데, 이번 좌담회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왼쪽부터) 홍기훈 교수, 류창보 협회장, 김영도 선임연구위원, 최선미 책임연구원, 김필수 전문연구역
* 전문가 좌담회의 내용은 참석자 개인의 의견으로, KDI 및 각 참석자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용할 경우에는 참석자명을 반드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 윤승휘 KDI 전문연구원
♦ 참고: 전문가 약력 ♦
김영도(좌장)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자문위원
• (前)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 (前)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GLS) 겸임교수
김필수
•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전문연구역
• 신한은행 AX·WEB3 기술 파트너
• (前) 금융위원회 가상자산2단계법 관계기관 T/F 위원
류창보
• 신한은행 디지털자산셀 팀장
• 오픈블록체인인공지능협회(OBDIA) 협회장
• (前) 농협은행 블록체인팀 팀장
• (前)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기타비상무이사
최선미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블록체인 수요·공급자 협의체(ABLE) 자문위원
홍기훈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 (前) 삼성글로벌리서치 초빙연구위원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