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또는 물가수준이란 많은 개별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가격을 하나로 나타낸 것이다. 물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각각의 상품가격을 하나로 나타내는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에 기업 간에 1차로 거래되는 상품가격을 하나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와 달리 생산자물가에는 원자재·기계류 등이 포함된다. 물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가격들을 다 합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인 품목에 한하여 물가를 계산하는데 생산자물가는 884개 품목을, 소비자물가는 48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외에도 수입물가·수출물가 등이 있다.
물가지수 산출방법
어떤 상품들을 포함하여 어떤 물가를 만드는가 못지않게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여러 개별 가격들을 어떻게 하나의 가격으로 나타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힌트는 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는 상품1과 상품2, 두 상품만이 있고 총 거래 규모는 상품1이 2억 원, 상품2는 4억 원이라고 하자. 상품1의 개당 시장가격이 200원이고 상품2가 100원이라면 이 시장의 물가는 어떻게 계산되는가? 시장 전체의 거래규모는 6억 원이므로 상품1의 비중은 1/3, 상품2의 비중은 2/3이다. 따라서 물가수준은 두 상품 가격에 비중을 곱하여 계산하면 (1/3)×200원+(2/3)×100원=133.3원이 된다.
물가지수는 물가수준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 보기 위한 일련의 숫자다. 일련의 숫자이므로 기준시점이 필요하다. 통상 기준시점의 물가수준을 100으로 잡고 비교시점의 물가수준을 이에 대비해 나타낸다. 예컨대 2010년의 물가가 40원이고 2011년이 50원일 경우, 2011년의 물가지수는 125로서 전년도에 비해 25%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물가지수로 표시하면 실제 물가수준이 40원에서 50원 또는 56원 등으로 증가할 경우에도 쉽게 연도 사이의 증감을 구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DP 디플레이터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외에 우리에게 중요한 다른 하나는 GDP 디플레이터다. GDP 디플레이터는 GDP 물가지수를 말한다. 까칠한 독자라면 이미 위의 사례에서 학습해서 알듯이 GDP 디플레이터가 GDP 물가지수라면 명목 GDP로부터 실질 GDP를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가 직접 가격조사를 토대로 작성되는 것과는 달리 GDP디플레이터는 사후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계산된다는 것은 명목 GDP와 실질 GDP를 알고 난 후에 이 둘을 나누어서 GDP 디플레이터를 구하므로 이미 실질 GDP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은행 직원들은 GDP 디플레이터를 계산하기 전에 어떻게 실질 GDP를 알고 있을까?
물가지수를 전제한다면 모든 지수 자료는 기준시점을 가지고 있다. 2010년이 기준시점이고 상품1, 상품2의 가격이 각각 200원, 100이라고 하자. 이와 함께 2010년의 상품1의 생산량은 100만 개이고 상품2의 생산량은 400만 개이다. 이 경우 2010년의 명목 GDP는 6억 원이다. 2011년에 상품1과 상품2의 생산량이 200만 개, 500만 개로 늘었고 동시에 상품가격도 300원, 200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2011년의 명목 GDP는 상품1의 총가치 6억 원과 상품 2의 총가치 10억 원을 합한 16억 원어치가 된다. 실질 GDP는 어떤가? 실질 GDP는 기준시점의 가격을 해당 년도의 생산량에 적용하여 얻는다. 그러니까 가격 변동을 제거하고 오직 생산량 변동만을 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1년의 실질 GDP는 상품1의 실질생산가치 4억 원과 상품2의 실질생산가치 5억 원을 합한 9억 원이 된다. 명목 GDP와 실질 GDP의 값을 알았으므로 GDP 디플레이터는 178임을 알 수 있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 첫째는 GDP 디플레이터가 모든 상품(재화와 용역)의 가격 변동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에 비해 좀 더 종합적인 성격을 가지는 물가지수라는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는 재화군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데 비하여 GDP 디플레이터는 실제로 매년 무엇이 생산되었는가에 따라 GDP 디플레이터에 포함 되는 재화군이 변동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에는 수입품의 가격이 포함되는데 비하여 GDP 디플레이터는 오직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가격변동만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상승하다 보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상품 가치가 더 올라가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물가가 얼마만큼 상승할 것인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알고 있는 경우와 예상치 못하게 물가가 상승한 경우는 그 효과가 다르다. 예상된 경우라면 이를 미리 유념해 경제행위를 할 것이므로 모두 모르는 사이에 물가가 오르는 경우보다 그 부정적인 효과는 덜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경우 예상할 수 있는 효과는 화폐를 줄이려고 하는 경향과 인플레이션 연동 작업을 들 수 있다. 물가가 언제 얼마만큼 오를지 안다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상품 가치가 올라갈 것을 알기 때문에 화폐를 덜 보유하고자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그만큼 은행에 예금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 것이고 필요 시 은행에서 인출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을 자주 찾으면 그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불편하지만 계약 수정이 늘어날 것이다. 연금은 물론 특히 임금계약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 가만히 있을리 없으며 그에 상응하여 계약을 지속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예상된 인플레이션에 비해 예상치 못한 가운데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비용은 더 크다 할 수 있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소득 재분배이다. 연초에 5%의 이자율로 양자 간에 계약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인플레이션이 3% 발생했다면 채권자는 이자 수입을 실질적으로 2% 밖에 얻을 수 없다. 채무자는 그만큼 이자 지불의 부담을 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갖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하나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은 상대가격을 왜곡시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다른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면 그만큼 다른 상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었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면 예컨대 두 옷가게 A와 B 중 더 저렴한 가게를 통해 옷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면 되겠지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면 소비자는 이제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어느 가게가 더 가격이 저렴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라면 더 신속하게, 즉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당일 가격 비교를 위해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인플레이션이 여러 상품 간의 상대가격을 왜곡 시킴으로 해서 야기되는 비효율성은 매우 크다 하겠다.
이성표/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 | splee@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