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능력과 사고능력은 동전의 앞뒤 면과 같다. 사실적·비판적·창의적 사고는 언어 능력이며 또한 사고 능력이지만 우리 교육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소홀하다. 능동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텍스트 속에서 스스로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의 숨겨진 의도나 주제를 인간의 삶이나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의 연관 속에서 살펴 볼 수 있는 사고력을 길러주어야 아이들의 지성과 감성이 자란다.
이런 방법론에는 독서가 가장 좋다. 독서를 한 후에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토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 등은 무척 유용하며 교육적 의미가 있는 방법들이다. 이런 토론 방식 중 앞서 소개된 이야기식 토론이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좋은 방식이라면, CEDA 방식은 토론 대회나 논쟁적인 토론에 적합한 방식이고, 이번에 소개하는 자유 2단 토론은 책을 읽고 좀 더 자유롭게 토론할 때 사용하기 적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식을 독서토론 동아리나 수업 시 독후활동의 방식으로 추천한다. 이 글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문학 작품과 관련된 것이지만, 경제와 관련된 도서나 신문으로 소재를 바꿔도 동일한 유형의 토론이 가능하다.
1. 참여식 독서토론(자유 2단 토론)의 개념
자유 2단 토론이란 책을 읽은 후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눠볼 수 있는 자유토론 방식 중 하나이다. 2단이라고 붙인 이유는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누는 토론의 전반전과 이후 정해진 주제로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후반전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솔직한 자기표현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주체성이나 능동성을 키워줄 수 있고, 주제를 가지고 하는 집중 토론의 경우는 깊이 있는 논리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면의 진실을 표현해본다는 점에서는 감성을, 주제에 대해 깊이 토론한다는 점에서는 지성을 키울 수 있는 토론의 형식이다. 주로 독서토론처럼 주제가 복합적이고 논쟁적인 쟁점으로 잡아내기 힘든 경우에 사용하면 좋다. 일반적으로 토론 전에 사회자와 서기를 정한다. 사회자가 토론의 시작을 알리며 발제자 혹은 사회자가 오늘 토론하게 될 책이나 주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각자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한다. 이때 자신이 책을 읽고 느꼈던 점, 인상적이었던 부분,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토론거리 등을 말한다.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토론거리는 논제가 된다. 사회자는 이렇게 나온 다양한 논제들 중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1~2가지 정도의 논제를 정해서 집중 토론을 한다.

2. 토론을 깊이 있게 만드는 구체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사이토 다카시, 『질문의 힘』 참고)
자유 2단 토론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학생이 스스로 토론거리(논제, 질문)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교사가 질문을 제시할 수도 있다. 질문은 열린 질문의 형태여야 하고, 또한 구체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이 돼야 토론이 생산적으로 진행된다.
“인생이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의 추상적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는 어렵다. “당신의 교육관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는 것보다는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 누구이신가요? 그분의 어떤 면을 존경하는지요?”라고 묻는 것이 답변자에게 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답변을 얻어 낼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평등’이나 ‘예술’등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조건적인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발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드컵 주전선수와 10분도 안 뛴 선수를 같이 대접하는 것은 정당한가?”, “마빡이는 예술인가 아닌가?”, “감독교사가 있는 선택적 자율학습은 자율인가 아닌가?” 등으로 버전을 바꿔 주어야 한다. 자기 삶의 문제나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문일 때 학생들은 생각을 구체적으로 전개하기에 좋다.

독서토론의 강점은 이런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나 의문을 제기하기에 좋다는 점이다. 가령, 단순히 ‘청소년기의 꿈이나 이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갈매기의 꿈’이나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를 읽고 ‘꿈이나 이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훨씬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토론에 들어갈 수 있다.

3. 토론을 원활하게 하는 몇 가지 Tip
① 학생들이 쉽게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주제로 시작해야 한다. 특별한 준비가 없어도 되는 토론거리로 준비운동 차원에서 가벼운 토론을 해 볼 수 있다.
② 토론거리나 책은 수준에 맞춰서 아이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물론 교사는 다양한 책이나 토론거리를 계속 찾아서 선택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
③ 토론 분위기가 안 잡힐 때 말이 트인 학생부터 시켜보자. 학생들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모든 것을 단답형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토론을 다소 논쟁적으로 이끌어 가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마음과 말이 트인학생들이 먼저 말하게 하여 토론 분위기를 잡아 가면 어느새 같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④ 가끔은 난상 토론을 해 보자. 항상 토론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무척 잘 되고 어느 날은 잘 안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같이 본인이 쉽게 아는 주제들(가령 학교 문제 같은 것들, 소소한 일상사, 드라마나 인터넷 등)로 난상 토론을 벌여 보는 것도 좋다.
⑤ 토론 중에 막힐 경우는 교사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으로 틔워 주거나 새로운 방향이나 시각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⑥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지 말자. 자유 토론은 각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교류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풍부하게 하는 자리이다. 이런 생각으로 참가하면 교사도 학생도 마음이 편해진다. 교사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든 면에서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이 배워간다는 자세로 진솔하게 참여하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⑦ 조별로 대표, 서기가 필요하다. 대표는 연락을 하고 서기는 기록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 사후 토론을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좋다.
⑧ 토론의 개요도를 미리 만들어 토론하게 하면 토론이 더 원활하다. 미리 글을 쓰고 토론을 해도 좋다. 나의 경우 수업 시간에 토론 개요표나 400자 정도의 짧은 글을 쓰고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다.
⑨ 호칭을 ‘○○○토론자’로 붙여주고 존칭을 사용하게 한다.
⑩ 타인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의 연관성, 세상과의 연관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4. 나가며
자유 2단 토론은 책을 읽고 토론하기에 유용한 방식이다. 찬반 토론은 논쟁 지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토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또한 논리성을 기르기가 좋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많은 책들은 사실 논쟁 지점이 명확하지 않은 텍스트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복합적이고 사색적인 다양한 책들을 읽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해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 방법으로 하기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책을 꼼꼼히 읽는 과정을 확보해주면서 진행한다면 학생들은 같이 고민하고 나누고 싶은 주제들을 생각보다 잘 잡아낼 것이다.
임영환 서울중등독서토론논술교육연구회 | 서울우신고 교사 choya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