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보증제도를 개편하는 중소기업 신보증체계의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창업 및 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과 성숙기 이후의 기업에 대해선 현행과 같이 보증기관이 직접 보증심사를 하는 방식에서 은행이 심사하는 위탁보증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신용보증이란 신용보증기관이 채무자의 대출상환을 보장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회피하거나 시도하기를 꺼리는 대상에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다시 말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자금공급에 애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담보 부족으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의 신용보증제도는 1961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행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된 ‘신용보증준비금제도’가 발단이 돼 이후 1976년 신용보증기금, 1989년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차례로 설립되면서 공적보증기관으로서의 체계가 정립됐다. 신용보증기금은 창업기업, 수출기업, 녹색성장기업 등을 위주로,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기술집약형 기업, 벤처기업 등을 위주로 업역 간 분권을 통해 보증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비효율성의 대표적 사례 ‘피터팬 증후군’, 사라질까?
신용보증제도가 도입되던 개발초기 단계에서는 시장실패로 인해 담보가 부족한 기업에 대한 금융접근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공적보증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신용보증제도의 운영이나 관리 또는 재정상의 문제는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민간금융의 영역이 넓어지고 공적보증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보증제도 운영상의 비효율성이 커져왔다. 신용보증제도의 수혜를 받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금융상의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우려해 성장을 스스로 멈추는 ‘피터팬 증후군’이 이러한 비효율성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또한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의 지속으로 기업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는 기제를 방해함으로써 오히려 신용보증제도가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그간 많은 연구자들은 신용보증제도의 기능과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과 변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으며, 최근 발표된 보증체계 개편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정부의 반응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제시한 신보증체계의 전반적인 개편 방향은 대부분 동의하는 바이나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창업·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의 전면 폐기가 그 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대보증은 제3자 연대보증으로 대표자(owner) 연대보증과는 경제적 기능이 상이하다. 이는 불명확한 단어 사용에서 오는 의미의 혼동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제3자 연대보증의 경우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좌제적 성격을 가진 연대보증으로 이러한 제도가 폐기되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반면 대표자 연대보증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사람이 A라는 법인을 설립해 그 회사의 대표가 됐다고 하자. 이때 A라는 법인이 신용보증기관에 보증을 신청할 때 보증기관은 갑이 연대보증인이 될 것을 요청하는데 이런 경우를 대표자 연대보증이라고 일컫는다.
부정적인 ‘파롤’이 ‘랑그’의 이해를 어렵게 한 연대보증
대표자 연대보증은 법인을 설립한 대표자가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보증계약상 조건의 일부다. 만약 실패를 해도 그냥 법인만 청산하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최선을 다해 위험을 관리해 가면서 기업을 운영하려고 할 것인가? 이번 개편안에서는 대표자 연대보증마저 폐기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보증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강화함으로써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재정악화를 우려해 오히려 창업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제공을 꺼리는 행태로 귀결될 수 있다. 연대보증이라는 부정확한 그리고 사람들 개개인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부정적인 파롤(parole, 말)이 랑그(langue, 언어)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경우다. 이와 유사한 경우가 ‘사내유보’라는 용어가 가져온 사회적 혼란이다.
신용보증의 경제적인 기능은 실제 은행대출과 유사하다.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회사가 은행에 가서 보증서를 제시하면 은행은 상응하는 금액을 대출하게 된다. 신용보증은 시장실패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이기는 하지만, 신용보증제도의 지속성을 위해선 수혜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함으로써 대위변제율(금융회사가 떼인 대출에 대해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비율)을 낮추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함은 당연하다.
개별적인 방안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증체계 개편에 대한 기대는 높다. 성숙기업에 대한 위탁보증 실시, 메자닌 펀드[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 투자옵션부 보증 등을 통해 투자성이 가미된 보증서비스의 제공 등은 은행의 심사기능 제고와 더불어 투자수익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