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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사이트트럼프는 보호무역을 추진할까?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2017년 01월호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자국 내 유턴을 독려하고 일본 손정의 회장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투자는 무역의 대체재다. 특히 개도국을 대상으로 생산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하는 수직적 투자와 달리 미국과 같은 큰 소비시장을 겨냥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수평적 투자의 경우는 무역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보호무역이라기보다는, 무역보다는 투자를 우선시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많은 여론조사 기관과 사람들의 예측을 벗어난 것이었기에 다소 충격적이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100%를 넘나드는 한국은 트럼프 당선자가 후보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중국에 대한 45%의 상계관세 부과와 같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에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 자유무역으로 인해 사라진 국내 일자리 찾으려는 시도
난 반세기 이상 무역자유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아 왔다.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가 만들어지고 1995년 WTO가 설립되는 등 세계는 지속적으로 무역자유화를 추진해 왔다. 또한 1990년대 말부터는 수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역자유화를 촉진시켜 왔다. 무역자유화는 지구촌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그러한 혜택은 어느덧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에 자리 잡았다. 미국 국민들도 그 혜택을 누려오고 있다.


그러면 미국인들이 누리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왜 트럼프 당선자는 보호무역에 관심을 기울여 왔을까? 이는 아마 보호무역이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먼저 쉽게 떠올리는 것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사라진 국내 일자리를 찾으려는 시도다. 트럼프 당선자를 지지했던 일부 미국인들은 무역자유화로 인해서 값싼 수입품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게 된 자국 제품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미국 내에서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즉 자유무역이 그들의 일자리를 해외로 수출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보호무역을 통해 수입을 막거나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면 자국 제품이 비효율적으로 생산되더라도 미국 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가 보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관세 부과와 같은 보호무역조치가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고전적인 무역이론에서 제시되기도 한다. 수입관세 부과는 국내 경제에 비효율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자동차 수입에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 자동차의 국내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수입 자동차의 국내 가격은 국내에서 자동차를 비교적 높은 비용에 비효율적으로 생산하던 업체들(세계시장에서는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힘든 업체들)도 국내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특히 높아진 자동차의 국내 가격은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면 비교적 싼값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었던 일부 소비자들에게 이제는 비싸진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결국 수입관세가 없었더라면 충분히 구매의사가 있었던 소비자들을 좌절시킨다.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소비와 생산 모두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같이 자동차에 대한 구매력이 큰 나라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효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수입관세를 부과해 국내 가격을 상승시킨다면 수입품에 대한 미국 내 자동차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미국 자동차에 대한 국내 수요 감소는 곧 세계시장 전체의 자동차 수요를 줄이고, 결국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수입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비해 싼 가격으로 수입 자동차를 구매해 올 수 있게 된다. 즉 미국의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동차에 대한 교역조건 개선효과가 수입관세로 인해 초래되는 국내시장의 비효율을 상쇄한다면 수입관세 부과를 통한 보호무역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아쉽게도 이는 세계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매력이 작은 나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TPP 폐기,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 될지도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트럼프 당선자의 통상정책이 과연 보호무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후보는 자유무역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지만 미국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외국인 투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자국 내 유턴을 독려하고 일본 손정의 회장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투자는 무역의 대체재다. 특히 개도국을 대상으로 생산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하는 수직적 투자(vertical FDI)와 달리 미국과 같은 큰 소비시장을 겨냥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수평적 투자(horizontal FDI)의 경우는 무역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보호무역이라기보다는, 무역보다는 투자를 우선시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미국에 물건만 팔지 말고 투자해서 일자리도 만들고, 국내 생산도 늘려 주면서 물건을 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으로 실천하려고 하는 TPP 폐기나 NAFTA 재협상도 보호무역주의라고 해석될 수 있을까? TPP 폐기는 다른 TPP 11개국의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다. 특히 TPP를 통해 적극적으로 미국시장을 개척하려던 일본의 입장에서는 TPP 폐기는 날벼락과 같다.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의 움직임에서 보면 트럼프의 이러한 조치들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입장에서 12개 국가가 참여한 TPP는 거추장스럽다. 왜냐하면 협상과정에서 다른 11개 국가들의 이익에 균형을 맞췄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협정을 해석하고 이끌고 갈 여지가 매우 적다. 또한 TPP가 사실상 일본과의 FTA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다른 10개국들을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 당선자가 원하는 것은 농산물 등의 분야에서 일본에 공세적 입장을 취하기 쉽고, 재협상 성공의 정치적 명분과 성과를 내세우기 쉬운 일본과의 양자 간 FTA일 수 있다. NAFTA에 대한 재협상도 결국 이러한 양자 간 협상의 틀에서 해결하는 것이 트럼프가 생각하는 미국의 통상정책일 수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자가 자유무역의 틀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맞지만, 그가 반드시 보호무역을 주장한다고 말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한국의 입장은 어떨까? 트럼프의 미국이 5주년을 맞이하게 될 한미 FTA의 재협상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를 접하는 것은 사실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TPP 폐기는 협정에서 제외됐던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 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의 통상정책의 행간을 잘 읽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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