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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최저임금의 귀환과 논란의 서막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17년 09월호



아주 더웠던 지난여름 드디어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의 제시안인 7,530원을 2018년도 최저임금으로 의결했다. 2017년의 6,470원과 비교하면 16.4%가 인상된 금액이다. 이번 인상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한 첫 번째 막이 열린 셈이다.


경제학 이론에서 경제학자들이 큰 이견 없이 동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경쟁시장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감소한다는 예측이다.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가르칠 때 등장하는 예이기도 하다. 판매자가 재화를 비싼 가격에 많이 팔 수 없듯이, 노동가격인 임금이 정부 개입으로 올라가면 노동시장에서 노동을 기업에 더 많이 팔 수는 없게 된다. 물론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고용주가 제한돼 있는 수요독점이 발생하는 경우는 최저임금이 고용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이 존재하는 상황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상승은 대체로 고용을 줄인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한 뉴저지, 이론과 달리 고용 늘어나
이론 말고 실제로는 어떨까? 이론적 예측의 명료함과는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선 지난 20여년간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1994년 『미국경제학보(The American Economic Review)』에 발표된 카드와 크루거(Card and Krueger, 이하 CK)의 논문이 될 것 같다. 당시 CK의 논문은 그 자체로 주류 경제학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경제학자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던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CK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 고용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고용이 늘어나기까지 했다.


CK는 미국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분석했다. 뉴저지주는 1992년 4월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18.8% 인상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1990년에는 3.35달러에서 3.8달러로 13.4%, 1991년에는 4.25달러로 11.8% 인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했던 것이다. 뉴저지주가 당면했던 제약은 1992년을 전후해 경제 침체를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뉴저지 의회는 애초 계획했던 최저임금 인상안을 철회하려고 했지만 의회 표결에서 간발의 차이로 임금인상 철회안이 부결되고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인상됐다.


CK가 주목했던 점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최저임금 변화였다. 뉴저지주가 빠르게 최저임금을 인상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펜실베이니아주는 최저임금에 변화가 없었다. CK는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의 최저임금 인상 전후로 고용의 변화를 비교했다. 펜실베이니아주를 통제집단으로 사용한 이른바 이중차분추정법을 사용한 것이다.


CK는 최저임금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 디자인을 했다. 먼저 집계변수 수준의 고용자료가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사업장 중에서도 상호 비교가 가능하면서도 최저임금을 준수할 가능성이 높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버거킹, KFC 등을 조사대상으로 포함)의 고용을 비교했다. 410개(뉴저지 331개, 펜실베이니아 79개)의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실시 전인 1992년 2~3월에 사전조사를 하고, 최저임금이 시행된 이후인 같은 해 11~12월에 다시 조사를 했다.


기존 경제학자들이 믿어오던 세계관과 정반대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CK는 매우 정교하게 자료를 분석했다. CK는 먼저 전일제 노동자의 고용 상황을 살펴봤다. 최저임금 인상 전 뉴저지주의 경우 매장에서 전일제 노동자를 평균 20.44명 정도 고용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는 고용수준이 21.03명으로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비교대상인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전일제 노동자의 고용이 23.33명에서 21.17명으로 2.16명이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봤을 때 명목상 최저임금 인상안 시행으로 뉴저지주 매장에서의 전일제 고용이 2.75명[(21.03-20.44)-(21.17-23.33)] 정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CK 논문의 핵심 결과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지역과 비교해 고용이 줄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승한 노동비용 상쇄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것일까?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최저임금이 인상되니까 매장에서 생산성이 떨어진 시간제 노동자를 줄이고 그 대신 높은 임금에 합당한 일을 할 수 있는 전일제 노동자를 늘렸을 수도 있다. CK는 추가적 분석에서 이러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보고했다.


둘째, 매장에서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임금 외의 편의들을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종업원들에게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식사할 수 있는 혜택을 줄였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도 실제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셋째, 매장에서 제품가격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CK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이후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가격 인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료상 관측되지는 않지만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기간에 뉴저지주에만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고용이 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제품이 잘 팔려야 발생하는 파생된 수요임을 고려해보면 노동수요의 증가는 제품의 가격 상승이 반드시 동반돼야만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제품가격이 특별히 더 인상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가설 또한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면 최저임금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고용의 유지가 가능했을까? 노벨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은 CK의 논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해석을 했다. 크루그먼은 노동은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른 생산요소와는 다른 특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임금이 올라가면 노동자의 사기도 올라가고 다른 일자리로의 빈번한 전직도 줄어들어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성의 향상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의 상승을 상쇄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듯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게 된다는 것이다.


CK의 논문을 모든 주류 경제학자가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CK의 연구결과는 특정한 시기, 특정한 지역, 특정한 자료수집 방법에 기인한 결과일 수 있음이 지적됐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의 뉴마크(Neumark) 교수는 지속적으로 CK 자료에 의문을 제기했고 행정자료를 이용하면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음을 주장했다.


* 참고문헌

· Card, David, and Alan B. Krueger,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84, No. 4, 1994, pp. 772~793

· Krugman, P., “Liberals and Wages,” New York Times, July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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