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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을 만나다“열 유니콘 IP라면 유니콘 기업 안 부럽다”
정재식 디오리진 대표 2024년 10월호


창작과 비즈니스는 늘 각자의 영역으로 존재했다. 어떤 한 장르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이어서 다른 비즈니스가 개입하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었다. 디오리진은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적 확장과 부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관련 지식재산권 묶음)를 전방위적인 비즈니스 형태로 만들고 있는 국내외 유일무이한 기업이다. 대중의 관심은 잉걸불과 같아서 땔감을 계속 채워 넣지 않으면 금방 사그라진다. 종합콘텐츠 IP 홀딩스 스타트업 디오리진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잉걸불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피워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페스티벌 기획자로 일할 당시 좋은 기획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과는 딱 한발 앞선 것. 너무 혁신적이면 대중이 낯설어하고, 또 기존 것을 답습하면 외면받습니다. 다시 말해 익숙한 신선함을 가진 기획. 저에게 혁신과 창의는 먼 훗날 빛날 열 걸음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한 걸음입니다.”

디오리진의 정재식 대표가 생각하는 창의와 혁신이다. 대중에게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즐거움이 끊이지 않게 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디오리진의 사업 아이템 역시 그동안 대중이 들어보지 못했지만,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익숙한 신선함을 위한 딱 한발 앞선 혁신
“창업하며 멀티유저블 IP란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마블이나 스타워즈는 우연한 창발 후 그 세계관을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했습니다. 저희가 하려는 건 반대로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세상에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미디어 환경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디오리진의 멀티유저블 IP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와 반대 개념이다. 정재식 대표는 OSMU가 허상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용도로 만들어진 소스를 사후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선 항상 목적에 맞는 새로운 기획이 필요한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임 콘텐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일본 작가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가장 난감해 한 것은 극을 끌고 갈 주인공을 누구로 할 것인가였습니다. 이용자들이 여러 캐릭터를 사용하는 게임에서 특정 주인공을 강조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다른 매체로 확장하기 위해 조율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일이었지만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그동안 쌓은 경험을 믿고 과감히 도전했다. 여기에 영화 <설국열차>, <괴물>의 콘셉트 아티스트, 아시아 최초 일렉트로닉아츠(EA)사 게임 프로젝트 총괄 아트디렉터 경력을 보유한 조민수 감독의 합류는 디오리진을 시작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조 감독은 디오리진의 공동창업자로 함께했다.

멀티유저블 IP 사업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 능력과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사업 능력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 다만 이 두 영역은 굉장히 이질적이기에 둘 모두를 진행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재식 대표는 스스로를 완벽한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전문사업가도 아닌 중간 그 어디쯤에 있다고 느끼며 살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2021년 5월 디오리진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며 3년이 고비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다 보니 항상 디오리진은 어떤 회사인지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멀티유저블 IP라는 DNA를 세상에 이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곧 추수의 시기가 옵니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 스핀오프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다방면의 미디어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묵묵히 씨 뿌리던 시기를 지나 드디어 결실을 확인할 시간이 오고 있습니다.”

디오리진은 현재 STUDIO X+U와 손잡고 기획한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의 ‘미스터 스마일(허광한 분) 캐릭터 스핀오프 IP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팬덤을 가진 대만의 허광한 배우가 연기한 미스터 스마일을 새로운 세계관과 스토리로 재창조하고 이를 활용한 스핀오프 시리즈를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IP를 다매체로 확산하며 무수히 확장된 미스터 스마일을 선보이고,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한 팬덤 확보를 노린다. 정 대표는 이 프로젝트가 기존에 없던 멀티유저블 IP 사업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디오리진이 창조하는 멀티유저블 IP의 세계
디오리진은 AI 기술에도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는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멀티유저블 IP 창작 영역의 유연성을 높이고 작가들은 핵심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창작과 창발의 영역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미지의 블랙박스가 아닙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창작을 끌어내고, 확대 완성하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핵심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는 과정에 저희가 자체 개발한 AI 제작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 모두 가능하지만 특히 웹툰 창작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탁월하죠. IP별로 모델을 튜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으면 후공정 작업은 AI가 진행합니다. 앞으로 AI 제작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애니메이션 제작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디오리진의 AI 제작 시스템은 사람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닌 공정 부분의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이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1년에 6개 정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지금의 라인업을 더 늘릴 수 있다. 여기에 디오리진은 캐릭터와 상황을 넣으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창작 관련 AI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누구나 즐겁게 갖고 놀 수 있는 창작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AI 기술로 상황에 맞게 캐릭터와 연기를 주고받으며 호감도를 쌓고, 관계가 깊어지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이죠. 이와 함께 대화에 맞춰 그림도 생성되고요. 그렇게 자신만의 시나리오나 소설을 완성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재식 대표의 명함에는 “10 unicorn IPs rather than a unicorn company”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의 목표는 1조 원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과 같은 IP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다.

“디즈니가 마블과 루카스 필름(스타워즈 제작사)을 각각 약 5조2천억 원, 4조 원에 인수했어요. 그 사례를 보며 미디어 프랜차이즈에도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디오리진이 유니콘 회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유니콘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재식 대표는 유니콘의 가치를 가진 IP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와 IP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팬을 보유한 사랑받는 콘텐츠를 비로소 IP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본질은 대중의 사랑이며, 디오리진의 최종 목표 역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IP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디오리진의 활약을 통해 세계인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불멸의 콘텐츠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글·이재영 듣고 쓰는 사람 soulcopy@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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