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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플라잉 카가 날아다니면 행복할까?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4년 10월호
옛사람 티 내는 것 같아서 민망하지만 20세기에 나온 SF 영화 가운데 〈백 투 더 퓨쳐〉 시리즈가 있다. 1985년, 1989년, 1990년 세 편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1편의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실타래처럼 얽힌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은 지금 봐도 흥미진진하다.

〈백 투 더 퓨쳐 2〉에서는 주인공이 1985년에서 2015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활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실제로 2015년 10월 21일엔 〈백 투 더 퓨쳐 2〉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주인공이 30년 뒤 미래로 간 날짜가 바로 2015년 10월 21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영화와 비교하면 현실은 초라하다.

예를 들어 비가 언제 오고 그칠지를 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기예보는 2015년은커녕 2024년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 내가 만난 한 대기과학자는 “3일 뒤 날씨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니, 정확한 날씨 예측을 실현하는 일은 앞으로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보드, 그러니까 ‘호버보드(hoverboard)’도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영화 속 2015년 모습과 현실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21세기가 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대중화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답답한 도로정체는 2024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서 2035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의 여러 기업이 ‘플라잉 카(flying car)’를 개발하고 있으니까.

〈백 투 더 퓨쳐 1〉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한 플라잉 카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날개가 붙어 있는 형태다. 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의 플라잉 카를 슬로바키아 기업 클라인비전이 개발했다. 약 3분 안에 날개가 나와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변신하는 이 플라잉 카는 75킬로미터를 약 30분 만에 날아서 이동한다.

현재 이 기업은 중국 기업과 협력해 상용화를 모색 중이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이 플라잉 카가 도심의 도로와 하늘을 누빌 가능성은 작다. 바로 활주로 때문이다. 이 플라잉 카는 수직이착륙을 할 수 없어서 앞이 트인 약 300미터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생각해 보라. 차들로 가득 찬 서울의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에서 활주로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나.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15분?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 여러 기업이 관심을 두는, 도시에서 상용화가 가능한 플라잉 카를 요즘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도심을 비행하는 이동수단이다. UAM은 영화 속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덩치가 큰 드론에 가깝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기로 움직이는 이 플라잉 카를 흔히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라고 지칭한다. 보통 5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는 eVTOL은 따로 조종사가 타지 않아도 된다. 드론처럼 원격조종을 하거나 좌표를 알아서 찾아가는 자동조종을 할 수 있으니까.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4’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UAM 플라잉 카 모델 ‘S-A2’가 대표적인 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S-A2 역시 최대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400~500미터의 고도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비행해 약 6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동차로 서울 서쪽의 김포공항에서 동쪽의 잠실까지 34킬로미터를 출퇴근 시간대에 이동하려면 보통 약 73분이 걸린다. 그런데 S-A2 같은 플라잉 카를 이용하면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직선거리 27킬로미터를 약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교통량이 도로와 하늘로 분산되니 도심 교통혼잡도 줄일 수 있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GM, 포르쉐,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지리자동차 등도 보잉·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와 손잡고 UAM 플라잉 카 사업을 준비 중이다. 100년 이상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는 도시교통에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정말로 영화처럼 플라잉 카가 2030년쯤이면 현실에 등장할까.

낙관하기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선 접근성이 문제다. UAM을 운영하려면 승객이 타고 내리고 플라잉 카가 수직 이착륙할 터미널이 필요하다. 집이나 회사에서 터미널까지 오가는 거리가 멀고, 또 그곳에서의 대기 시간이 길다면 어떨까. 집에서 터미널까지 30분, 대기 시간 20분, 터미널에서 회사까지 10분이 걸린다면 이동 시간 60분이 줄어도 출근 시간은 똑같다.

서울 한강을 오가는 수상택시와 플라잉 카를 비교해 보자. 2007년 10월 한강 수상택시는 ‘교통체증 없는, 15분 내 주파’를 내세우며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17년 동안 운항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매년 적자만 쌓이다가 한때 운항 포기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시민에게 외면당했다. (2024년 10월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시 ‘한강 리버 버스’를 도입한다.)

이유는 빤했다. 수상택시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선착장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가령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에서 영등포구 여의나루역까지 출퇴근 시간대에 자동차로는 약 1시간이 걸린다. 수상택시를 타면 이동 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한데 집에서 선착장까지 20분, 또 선착장에서 회사까지 20분이 소요되면 수상택시를 타는 이점이 없어진다. 플라잉 카는 다를까?

UAM 플라잉 카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안전이다. 승객을 싣고 도심을 나는 플라잉 카가 만에 하나 사고를 낸다면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사고가 그렇듯이 승객의 생명이 위험할 뿐 아니라 지상의 시민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안개, 미세먼지, 뇌우, 바람 때문에 일어나는 헬리콥터 운항 사고는 플라잉 카 비행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비용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UAM 플라잉 카가 빠르고 편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더라도 요금이 비싸면 부유한 사람만을 위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국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플라잉 카로 출퇴근 시간이 30분 내로 단축될 때 소득과 상관없이 평균 7,500원 정도를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도시를 ‘다르게’ 상상하는 일
이 대목에서 고약한 질문을 던져보자. 오늘의 주인공 UAM 플라잉 카, 앞서 살펴본 한강 수상택시,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GTX 등이 나오게 된 공통 배경이 있다. 바로 ‘출퇴근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그간 수도권이 지속해서 팽창해 왔기 때문에 나타난 환경이다.

그런데 아침저녁으로 집과 회사 사이의 수십 킬로미터를 평균 1시간 넘게 배, 열차, 플라잉 카 등을 타고서 움직이는 일이, 다시 말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온실기체를 배출하며 이동하는 일이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일까. 걷거나 자전거 등을 타고서 30분 안에 집과 회사를 오갈 수 있는 도시는 정말 상상 속의 유토피아일 뿐일까.

아침 8시쯤 집에서 나와 천천히 30분 정도 걷거나 자전거·킥보드를 타고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도시. 이런 도시가 ‘플라잉 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시’보다 살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 어쩌면 플라잉 카가 날아다니는 1980년대 영화 속 장면이야말로 우리가 이제는 버려야 할 수십 년 된 낡은 상상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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