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솔로 가수를 꼽으라면 누구의 이름이 거론될까. 여러 이름이 언급되겠지만 이 가수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이 그를 향해 찬사를 보냈던 2007년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바로 윤하다.
2007년 윤하를 알린 노래는 제목도 생소한 ‘비밀번호 486’이었다. 장르를 따지자면 피아노 록. 통통 튀는 피아노 선율 위로 흐르는 윤하의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한 분위기에 대한민국 전체가 휩쓸렸다. 기실 윤하의 재능은 일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한국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중 일본에서 먼저 러브콜이 왔고 꽤 성공을 거뒀다.
기억해야 한다. 2007년이었다. BTS를 위시한 K팝의 미국 진출이 다가오려면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은 때였다. 당시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은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정점을 찍은 보아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몰렸던 이유다. 바로 이 성취를 한국에서는 제대로 활동해 본 적도 없는 윤하라는 가수가 해냈다.
한국에서 윤하의 일본 활동기가 담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며 조금씩 주목받았다. 이후 몇 곡이 나왔고 ‘비밀번호 486’이 윤하의 인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당시에는 흔히 들을 수 없는 여성 로커였다는 점, 기타가 아닌 피아노로 록을 하는 드문 케이스라는 점 등이 이른바 ‘윤하’ 현상을 불러온 기폭제였다.
참고로 곡 제목의 486은 가사에도 나오듯이 하루에 4번 사랑을 말하고 8번 웃고 6번 키스해 달라는 뜻이다. ‘사랑해’의 글자 획수를 풀어놓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윤하는 자신의 성격과는 크게 맞지는 않는 노래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윤하는 자신의 커리어를 제법 탄탄하게 구축했다. ‘비밀번호 486’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혜성’, 발라드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 ‘오늘 헤어졌어요’ 등이 이를 증명하는 대표곡들이다. 물론 록과 발라드 일색이었던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오르트구름’ 같은 경우 무려 컨트리 리프를 도입해 히트했는데 이것은 컨트리 장르가 유독 약세인 한국에서 절대 쉽지 않은 성취다.
이 외에 ‘나는 계획이 있다’에서는 일렉트로닉을, 2022년을 강타한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천문학을 일상적인 가사로 풀어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사건의 지평선’은 발매 초기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꾸준한 라이브 활동을 통해 결국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스트리밍 차트 모두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노래이기도 하다. 얼마 전 독창적인 노랫말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윤하는 음악적 품이 넓은 만큼 피처링 가수로도 히트곡을 여럿 발표했다. 에픽하이와 함께 한 ‘우산’과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외에 윤도현, 나얼, 린, 임재범, 에피톤 프로젝트 등이 윤하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동료들로부터도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윤하의 음반은 따로 있다. 바로 2012년 발매한 4집 이다. 이 음반에서는 ‘소나기’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내 원픽은 타이틀 ‘Supersonic’이다. 장담할 수 있다. 최근 재결성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오아시스의 ‘Supersonic’만큼이나 매력적인 노래다. 윤하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헤비하면서도 탁월한 록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