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플랫폼이란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구매 또는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서비스 운영사가 플랫폼을 제공하며 중개자의 역할만 하는 e커머스 형태다. 거래가 발생하면 오픈마켓 운영사는 상품 판매자로부터 플랫폼 이용 대가로 중개수수료를 받는데, 이 수수료가 플랫폼의 주요 수익을 담당하게 된다.
누구나 판매자와 소비자가 될 수 있으므로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상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감소하게 된다. 상품 비교가 용이하므로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의 다양한 상품군을 공급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판매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촉 비용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오픈마켓 플랫폼을 이용한 유통산업은 급성장했다. 1994년에 설립돼 미국 온라인 소매시장을 장악하고 유통업계 거대한 공룡으로 진화한 세계 최대의 오픈마켓 플랫폼 기업 아마존과 이듬해에 설립된 이베이를 필두로 각국의 오픈마켓 플랫폼시장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한국 오픈마켓 선두 주자는 쿠팡이다. 원래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했지만 2015년 오픈마켓 진출을 선언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22년 거래액이 네이버를 추월하고 2023년에는 매출이 이마트를 넘어서는 등 흑자 전환하면서 국내 유통업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그 당시 유통업계에서 회자되던 얘기가 ‘쿠팡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면 다른 플랫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였다. 업계의 속성상 거대 플랫폼 외에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중국 오픈마켓 플랫폼의 저가 공세에 밀려 안팎으로 혹독한 경쟁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싱가포르 e커머스 회사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하면서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해온 국내 e커머스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2003년 G마켓을 창업해 국내 오픈마켓 1위에 오른 구영배 대표가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고 2010년 싱가포르에서 이베이와 공동 벤처 형식으로 세운 회사가 큐텐이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다음 해에 인터파크쇼핑,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고 올해 글로벌 플랫폼 위시와 AK몰을 사들이면서 외형 확장에 치중했다.
이용자 수나 다른 데이터보다 거래액이 가장 중시되는 오픈마켓 특성상 외형 확대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잦은 할인쿠폰 행사를 감행하는 출혈 경쟁은 대규모 적자를 초래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한 대금을 판매업체에 바로 지급하지 않고 최장 2개월까지 보유하면서 모기업 큐텐의 사업확장에 유용했다. 결국 모기업인 큐텐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판매대금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제3의 금융사가 판매대금을 맡았다가 구매 확정 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에스크로(escrow)도 지켜지지 않았고, 정산 기일도 다른 플랫폼보다 긴데 이마저 무시됐다. 소비자가 결제한 돈을 공급자에게 제때 전달하지 않고 쌈짓돈처럼 사용하면서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도록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는 이미 시장에서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화려한 외형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법과 제도의 허점이 악용된 결과라는 점에서,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그 변화에 적응해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임무를 소홀히 한 당국도 책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태가 발생하면 급하게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금지하는 정책 방향은 재고돼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오픈마켓 플랫폼 비즈니스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법과 제도의 정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