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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詩)작감상
시 박소란·일러스트 바랜 2025년 10월호


감상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 201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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